2015. 1. 12. 17:00ㆍTunisia 2015
호텔 정문에서 왼편에 바다쪽으로 휘어지는 골목길이 있었다.
하얀 담에 높은 나무 그늘이 져서 걷고 싶은 길인데 이 길이 카스바까지 이어 지는지, 막힌 길인지 알 도리가 없다.
고민하다 확실한 길을 선택했다. 돌아가더라도 ...
한낮의 태양이 강렬해 도로도 한적하다. 그늘을 찾아 담벼락에 바짝 붙어 걸어 간다
튀니지에서 흔한 것이 오렌지나무와 고양이
동네 과일가게,
돌아오는 길에 들려 과일좀 사가야지 !
이 길이 함마멧의 중앙통인데도 망해서 폐허처럼 방치된 호텔과 식당들이 꽤 보인다
유럽인들의 관광개발 붐이 지나가고 쇠락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학교앞은 오전반 하교와 오후반 등교가 겹쳐 시끌벅적 했다.
그 앞 길을 노란색 람브르기니가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내며 오락가락 할때마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난 람브로기니나 페라리같은 이탈리아 차보단 번개호나 구미호가 더 좋다,
외국에서 보는 태극기는 항상 신선한 감동을 준다.
도로 끝은 해변과 만난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관 같은걸 들쳐매고 어디론가 몰려 가고 있다
해변에서 바다쪽으로 카스바 (Qusba) 성채가 삐쭉 나와 있었다, 마치 막 출항하는 항공모함처럼 ...
아디 앉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데 완전 땡볕이다,
그래서 길을 건너가, 관광객용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거리를 순례했다,
이 식당은 밖에 내 놓은 메뉴판을 다국어로 준비해 놓았다,
아라빅과 독일어,프랑스어,영어등,,, 내가 페이지를 넘겨 보자 안에서 웨이터가 얼른 나와 호객을 한다.
메뉴중 Lamb skewer ? skewer 가 뭐지 ? 여튼 양고기라니까 갑자기 구미가 땡겼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자리는 일단 엄청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GDP 13위 한국 가오가 있지.
GDP 82위인 튀니지에서 레몬쥬스부터 한잔 호쾌하게 주문했다
올리브와 하리사가 서빙되었고 브릭 (Brig) 이라고 하긴 너무 작은 튀김이 한 접시 나왔다,
※ 레몬이 한 조각 곁들여 나온 걸 보면 브릭이 맞긴 맞나보다.
이어서 메인 요리인 Lamb skewer 가 나왔는데 그제서야 skewer 가 꼬치구이란 걸 알았다,
후식으로 샤벳까지 겁없이 주문했다
양이 적어서 그렇지 깔끔하고 맛도 수준급이었다, 총 21.8 dinar (13,080 원)
그릇이 다 치워졌지만, 자리에 앉아 MP3 를 꽂고 눈부신 지중해의 햇살과 풍경을 즐겼다
뚱뚱한 백인 아가씨가 튀니지 청년과 함께 들어와 내 뒷자리에 앉는 바람에 그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튀니지인은 영어를 거의 안 쓰는데 그들은 띄엄띄엄 영어를 사용했다. 백인 아가씨가 비음을 흘리며 아양을 떠는 걸 보니 몸이 바싹 달아 올라 있는 것 같았다. 프랑스 할머니들이 영계 몸보신 하러 튀니지에 그렇게 많이 온다던데... 일찌기 로베르토 베니니는 외쳤지 La Vita e bella ! (인생은 아름다워 !) 라고.
벨이 꼬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로터리를 돌아 카스바로 향했다
메디나 성벽안에 요새처럼 견고하게 또 성을 쌓았는데, 널찍한 계단을 오르자 안으로 들어가는 정문이 나타났다
두터운 성벽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통로가 이어졌다. 아무도 없나보다 했는데 바로 오른편에 여지없이 매표소가 숨어 있었다.
현지 물가수준에 비해 엄청 비싼 7 dinar (4,800 원) 을 입장료로 내야했다. 다행히 별도로 부과하는 camera photo 1 dinar 는 별 말 없이 넘어갔다,
정작 카스바 성채 내부는 텅 비어서 입장료가 아까울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그냥 굵은 나무 몇 그루 자라는 중정이다
성벽 안으로 기념품점도 하나 있긴 했는데 하도 장사가 안되서 그런지 주인남자는 손님이 와도 본체 만체 했다.
나도 상품을 본척만척하며, 성곽을 둘러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의외로 성채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환상적이었다,
군청색 바다와 누런산과 하얀 함마멧 시가지가 근사하게 어울렸다
로켓 모양의 기념탑이 있는 곳은 공동묘지
시가지 뒤로 황량한 돌 언덕이 빙 둘러 처져 있다. 건조한 사막기후가 여기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성벽 안으로 불꺼진 방이 보였다, 내부에 판넬들이 붙어 있어 전시실인거 같았다. 방 불을 켜고 둘러 보았다,
1480년대 이슬람 도시 그림도 있고,
상뜨로 하마멧의 메디나를 찍은 항공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이걸 보니 이해가 됐다,
켈리비아나 여기 함마멧이나 다 똑같은 성인데 왜 하나는 리밧이라고 부르고 이건 카스바라고 부르는지... Ribat 은 전쟁의 용도로 쓰는 요새 개념이고 Qusba 는 도시를 다스리는 지배자의 궁궐용이였다,
그래서 여기 카스바 뒤로 메디나 (구시가지)가 바로 붙어 있는 것이었다. 메디나를 둘러싼 큰 성곽도 보였다,
메디나와 카스바 지도
그리고 아름다운 카스바의 여인들 그림도 있었다,
' 카스바의 여인 ' 노래가 머리속에서 흘러 나왔다,
그나마 전시실에서 좀 위로 받았지만 시설에 비해 입장료가 바가지다,
고소공포증이 있어도 7 dinar 가 아까워 구석구석 다 보고 나왔다, 다음부터는 카스바건 리밧이건 내부 구경은 사양해도 될 거 같다.
카스바 주변의 메디나는 다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점으로 변질 되었다. 그마저도 저녁때가 되자 철시분위기라 썰렁했다
메디나 깊숙히 들어가기가 주저되어 카스바 성벽따라 빙 돌아나간다.
카스바의 서쪽 성벽이 붉은 노을로 물들었다,
바닷가쪽으로 향하는 문을 지나자 알록달록 이쁜 카페가 나왔다
한 백인 아줌마가 무거운 DSLR 을 들고 가족사진 구도를 잡으려 내 쪽으로 내려 오길래 ' 사진 찍어줄까요 ? ' 했더니 흔쾌히 카메라를 넘긴다.
수평구도, 수직구도로 다채롭게 찍어 줬더니 아줌마가 답례로 나도 찍어 줬다,
다행히 시간을 잘 맞춰 일몰을 볼수 있었다,
해가 지자 가족이 더 그립고 쓸쓸해져 얼른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해변 공원에 항아리등의 생활 도기를 깔아 놓고 파는 할아버지가 철시를 하다 내가 오는 걸 보고 잠시 기다려줬다,
근데 내가 슬쩍 보고 그냥 지나가자 차에 주섬주섬 싣기 시작했다
오후반도 벌써 끝난 시간,
아직 귀가 안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어둠이 깔리자 거리가 순식간에 휭~하다,
튀니지는 6시만 되면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7시 넘으면 혼자 걷기가 두려울 정도로 거리가 텅 빈다,
여행자에게 튀니지의 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 죽은 시간이고 암흑과 외로움의 세상이다,
삼거리에서 왼편 길로 꺾어들자 멀찌기 호텔이 보였다. 비로소 안심이 되어 동네 구멍가게에 들어 갔다,
아랍전통 복장을 입고 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주인남자 앞을 지나 좁은 진열대에서 과자와 음료수등을 골랐다.
모두 3.8 dinar (2,280 원)
교통비, 식대비등을 보면 물가가 한국의 1/4 수준인데 공산품은 거의 1: 1 수준인거 같다
다행히 이 나라는 아직 다국적 브랜드 침공을 덜 받아 동네 상권이 살아 있었다, 구멍가게에 손님이 계속 들고 났다
과일 좀 사려고 건너 갔는데 여기도 손님이 많았다,
오렌지랑 사과만 있어서 망설이다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자두나 살구 복숭아 이런걸 먹고 싶은데...
로비 소파에 앉아 과자와 음료수로 저녁을 떼우며 wi-Fi 로 내일 숙소를 예약했다,
중년을 넘긴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며 호텔 로비로 들어왔다. 이 나라는 흡연이 너무 관대하다
방으로 들어오다 호텔 Bar 에서 양복입은 남자들이 음주와 흡연하는 광경을 봤다.
음주를 금하는 이슬람사회에서 술을 먹는 모습을 첨 봤다.
복도와 객실이 무서우리만큼 조용하다, 투숙객이 거의 없는거 같다
방에 와 샤워기 온수를 틀자 녹물이 나온다, 변기도 고장났고 시설은 낡았다
호텔에 재투자를 거의 안 하고 그냥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단물만 빼 먹으며 망해 가는거 같았다
발코니에서 보이는 야경은 너무 아름다운데, 할일 없는 밤 시간은 왜 이리 길기만 한지,,,
오늘 지출 : 택시 0.8
루아지 3.8
샌드위치 2.0
택시 10.0
숙박 11.2 + 15 ∈
양고기 21.8
입장료 7
과자 3.8 합 60.4 dinar + 15 ∈ (56,190 원)
◈
Al Stewart 의 「Year of the cat」 이 생각나는 그날 밤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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