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9. 13:00ㆍTunisia 2015
언덕 맨 꼭데기도 성이 안 차 계단을 만들고 올린 집.
최고의 전망을 위해 카페 드 나뜨는 그 곳에 둥지를 틀었다.
하필 난간이 없어, 바닥을 한칸한칸 손으로 짚어가며 계단을 올라갔다,
뒤를 돌아보면 저~ 아랫동네까지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아 다리가 후들거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독특한 색감에 눈이 어지럽다.
진한 적색과 녹색 Stripe 무늬로 실내를 감쌌는데, 기둥은 지팡이 사탕처럼 설레이고 천정은 영국 사립학교 교복처럼 엄숙했다
' Sidi bou side = cafe des Nattes ' 등식이 성립될 만큼 이 카페는 동네와 역사를 같이 했다.
북아프리카의 많은 식민지를 다스리러 지중해를 건너 온 프랑스인들은 거친 검은 대륙에서 피로와 향수병에 시달렸다. 그래서 튀니스를 샹젤리제 거리로 조성하고, 바다가 보이는 이 곳을 몽마르트 언덕으로 만들어 놀았다. 지드, 모파상, 카뮈, 쎙떽쥐페리, 보부아르등의 프랑스 지성인들이 시디부사이드 좋다는 소문을 듣고 새로운 영감을 얻으러 모여 들었고 이 카페가 그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그 당시의 단골손님 흑백사진이 어두컴컴한 벽에 붙어 있었다
내가 이 높은 곳까지 기어 올라온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주변 카페들은 전망을 내세워 튀니지 물가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데, 이 카페는 오래된 전통만큼 메뉴판도 오래 되었다.
차값이 싸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손님이 없다.
옆에 남자가 두다리를 쭉 뻗고 편한 자세로 앉아 있다
나도 신발을 벗고 올라와 벽에 등을 기댔다. 양말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지중해의 눈부신 햇살이 어깨에 쏟아져 사방으로 튀었다,
할아버지 웨이터가 카페라떼를 소반 위에 놓고 갔다. 2,5 dinar (1,500원)
설탕 인심 한번 후하다.
구수한 커피를 마시고 앉아 있으려니 살빠진 엉덩이가 배기고 좀이 쑤셔 오래 있을 수가 없다
화장실 갔다가 테라스로 나가 봤다. 사람들은 거기 다 모여 있었다,
튀니지 전통 새장과 여인
경치에 빠져 있다가 눈치가 보여 털고 일어나자, 할아버지 웨이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눕다시피 벌벌 떨며 계단을 내려와, 골목 거지 앞을 무심히 지나 갔다
한 여자가 플라스틱 의자에 처량하게 앉아 있는데 옆에 조그만 잉크병이 보였다.
헤나 (Henna) ? 냐니 그렇다며 내 이름을 묻는다. Lee 라고 했더니 Arabic 글자로 새겨 준다고 한다.
튀니지에 와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헤나 문신이라서 살짝 흥미가 생겼다,
얼마 ? 냐니 10 dinar 라 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나만 특별히 5 로 해주겠다고 바로 깎아 주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하기가 싫어졌다,
" 있다 오면서 들를께요 "
바다를 향해 무심코 내려가는데, 올라오던 청년무리가 대뜸 '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되냐' 고 묻는다
흔쾌히 좋다고 하자 자기네 폰으로 돌아가며 나랑 사진을 찍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이 청년들은 옆 나라 알제리에서 놀러 온 것이었다,
그들과 헤어져 더 내려오자
야외 수업나온 선생님과 학생들이 고개를 연신 끄떡이며 골목을 스케치북에 옮기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닮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튀니지의 씨디 부 싸이드 (sidi bou side)동네
그러나 그리스인과 튀니지인은 같은 색깔을 보면서도 머리속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슬람에서는 Blue를 재앙같은 부정적인 색으로 보기 때문에 잘 쓰지 않았다. 그런데 뭣도 모르는 프랑스 젊은 놈이 여기로 이사 와 자기집을 푸른색으로 쓱쓱 칠했고 온 동네사람들까지 물들은 결과가 이것이다, 그걸 보고만 있어야 했던 식민지 피지배자 튀니지인들의 맘은 어땠을까 ?
그런데 현재는 다시 주권을 찾았어도 그 파란색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돈이 뭔지...
그래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 진~짜, 아름답다 ! " 는 감탄이 안 나올 수는 없다
울퉁불퉁한 벨지움 로드를 유모차가 덜컹거리며 올라온다
반질반질한 벨지움 로드를 미끄러지며 터벅터벅 내려간다
한국 항구는 어선만 가득하고
여기 항구는 범선만 가득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고급 저택.
알제리 국기가 펄럭이고 제복을 차려 입은 경비가 돌아다니는거 보니 대사관인거 같은데 아까 알제리 청년들이 그래서 여기 온건가 ?
다시 돌아오는 길
고도로 연출된 사진처럼, 프레임을 갖다대는 곳마다 멋이 있었다
밤발루니(Bambalouni)를 파는 가게가 카페 드 나뜨 바로 아래에 있어 눈에 금방 띄었다
하나에 얼마 ?
0.6 dinar (360원)
당뇨가 악화돼 발가락 하나를 반납해야 한대도 후회 안할 맛
한국의 도넛과 생긴 건 비슷하지만 한 입 뜯어보니 패스츄리처럼 속에 겹겹이 공기층이 있어 더 쫄깃쫄깃 했다,
값도 싸고 맛있어 더 먹고 싶은데 그랬다간 남는 발가락이 없을거 같다.
헤나 여자에게 붙들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줌마 단체를 봉잡아 내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힐끗 보니 솜씨가 별로였다,
카페 드 나뜨 계단에 앉아 남은 밤발루니를 아껴 먹는데
계단 옆에 한 남자가 베르베르 망토를 뒤집어 쓰고 말없이 앉아 있다
차가 돌아 나가는 곳까지 내려와 대기중인 택시에 올라 탔다.
기차역으로 가자고 했더니 2 dinar 라고 요금부터 불렀다. 미터기를 손짓하자 냉정하게 " No ! "
두말 않고 내려 버렸다.
내려오다 벤치에 앉아 쉬는데, 바닷바람이 쌀쌀하다.
다시 기차역에 도착.
간이 대합실에 앉아 열차를 기다린다.
시내 들어가는 방향인 맞은편에선, 매표소 직원이 일일이 표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쪽은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자꾸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래서 혼자 다니기 싫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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