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9. 08:36ㆍTunisia 2015
알람 끄고 좀만 더 잔다는 게, 눈 떠보니 벌써 8시다
세면대 위에는 비누에서 나온 노란 색소가 얼룩져 있다, 그럼 어젯밤 비누칠을 한게 아니라 색소칠을 한겨 ? 이런 즈질~
머리를 밀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아침에 또 머리 안 감아도 외출이 가능하다는 거.
세수만 대충하고 아침 먹으러 내려갔다.
식당에 내려온 투숙객이 한명도 없다. 가져간 물통에 얼른 살구쥬스를 채우고 찐 계란 두개를 주머니에 넣었다
컨티넨탈 조식이라 차린 건 별로 없지만 오늘도 많이 걸어야 해서 열심히 에너지를 충전 했다
웨이터에게 Hot milk 를 달라니까 머뭇거리며 주방에 들어가더니 곧바로 나와 프런트로 달려간다. 한결 밝아진 얼굴로 나타나 불어로 뭐라고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Hot or Cold 의 영어 발음이었다. 어제 시장 상인들도, 오늘 웨이터도, 아침 식당 여기저기 테이블에도 다 불어다. 기본적인 영어단어도 안 통한다. 고급스런 불어가 아프리카인들 입에서 유창하게 흘러 나오는게 여전히 낯설다.
배가 불러 식식(食食)거리며 방으로 올라 왔다
쪽집개로 흰 수염만 찾아 뽑았다. 좀 더 기르면 아랍인들처럼 멋질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코끼리 머리통에 난 털처럼 듬성듬성 추할 뿐이다.
현주랑 카톡하고 9시 조금 넘어 방을 나왔다
어제처럼 돈보따리를 프런트에 맡기며 근처에 여행사를 물어보니 바로 아래 건물에 있고 부르기바 거리에도 쭈욱 있다고 한다.
큰 길까지 나왔다가 입구를 찾아 다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2층에 올라갔다.
Carthage tours. 널쩍한 대리석 방마다 여자 한명씩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가까운 오른편 방으로 들어가자 히잡을 두른 중년여인이 친절하게 맞이 한다. 튀니스에서 출발하는 사하라 사막 투어를 물어보니 여기선 없고 그 지역에 가서 페키지 투어를 신청해야 된다. 자기네는 단체만 취급한다는 실망스런 답변만 들어야 했다.
여행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관광 인프라는 -최근 개방된- 베트남보다도 더 부실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밖에서 거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뛰는 흥분으로 부르기바 대로까지 단숨에 나가 봤다.
많은 시위대가 국립극장 앞에 집결해 있고 주동자들이 계단위에 올라가 격렬한 선동을 하고 있다,
넓은 대로를 달리는 차는 하나도 없고 구경꾼들과 경찰들이 이쪽 편에서 여기저기 모여 웅성거렸다.
어제는 학생들만 보이더니 오늘은 남녀노소 시민들까지 가세하여 시위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빨간색 튀니지 깃발도 여기저기 보였다.
2010년 12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부아지지라는 청년이 단속 경찰에 물건을 뺐기고 구타까지 당하자 분신자살을 하게 된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56% 에 이르는 청년실업율과 물가폭등의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데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카이세린 지역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비행기에서 만난 바쉬르가 테러 일어난다고 가지 말란 곳이 그 곳이다. 2011년 1월 14일.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마침내 정부해산과 함게 대통령이 사우디로 피신하게 된다. 이것이 자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튀니지 혁명이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독재국가와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 리비아와 이집트, 예맨의 정권이 바뀌고 알제리, 바레인, 이란, 요르단, 모로코, 쿠웨이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소말리아등의 나라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데 이것을 '아랍의 봄' 이라 부른다.
혁명이후에도 여전히 군인들은 사진 찍었다고 손가락을 까딱이고 거리엔 철조망과 텡크가 있는 걸로 봐선 아직도 별로 개선된 게 없는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저들은 또 이렇게 들고 일어선 것이다
내 여행일정이 그 혁명의 시기와 장소에 아다리가 딱 맞아 버렸다.
잠시 후 시위대는 눈덩이처럼 세력을 불리며 프랑스문쪽으로 진격했고 대로의 차량통행은 재개되었다
건너편 차선으로 넘어가 택시를 잡았다. Tunis marine 역 갑시다 !
3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아버지가 프랑스인이라고 강조했다. 텍시 미터기 0.8 dinar 라서 1 짜리 동전한닢 (600원) 주고 내렸다. 걸어오기는 좀 애매한 거리였는데 택시비가 싸니 아주 편하다
택시에서 내려도 역 입구까지는 또 한참 걸어가야 했다,
Tickets 창구 구멍에 동전을 펼쳐 보이자 작은 거 몇개 집어가고 표 한장이 나왔다.
마침 기차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쏟아져 내리는데 학생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무등을 태우고 하비브 부르기바 대로 방향으로 진격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기차에 탔는데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
기둥에 기대어 표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혹시 좌석이 있는 1등석 티켓은 아닌지... 그 순간 덜컹하며 기차가 움직였다.
바다 한가운데에 지름길로 제방을 만들고 그 위에 철로와 도로를 건설했다.
양쪽 창밖으로 바다가 보여 물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내 앞에 문이 어떤 역에선 열리고 어떤 역에선 닫혀 있고 해서 그 이유가 궁금하다가, 나 내릴땐 안 열리면 어떡하나 걱정까지 됐다.
가만히 살펴보니 안 열릴땐 문고리를 수동으로 쎄게 잡아 당겨야 하는 것이다
이 TGM (떼제엠) 열차의 노선도이다
carthage 이름이 붙은 역만 해도 6개다. 카르타지 살람보, 카르타지 비르샤, 카르타지 더매치 등등...
카르타고 유적지를 보려면 Carthage Hannibal 역에서 내리는게 낫다고 아까 여행사 중년여인이 알려 줘서
사람들이 드물게 내리는 이 역으로 뛰어 나왔다
절구통 아줌마가 낡은 역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표 검사하는 직원도 없고 문도 없는 팬스를 나오자 남쪽으로 완만한 내리막길이 바다까지 뻗어있고
북쪽으로도 야자나무 가로수길이 한적하게 언덕을 넘어 가버렸다
역 앞 하나 있는 매점에 두 남자가 심각하다.
카르타고는 B.C 9세기에 건설되어 B.C 3세기엔 풍요로운 농업과 무역업으로 서쪽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다
카르타고 제국의 한니발 장군은 지금의 탱크와 비견되는 코끼리를 이끌고 피레네와 알프스 산맥을 넘어 카르타고 군대의 몇 배나 되는 로마군을 몰살시켜 로마제국을 공포에 몰아 넣은 불세출의 영웅 아니겠는가 !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유적지 안내판 하나 안 보이고 하염없이 꽤 걸어가야 할 판이다.
하긴 지금 이 언덕위에 유적들이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카르타고 제국 것이 아니라 로마의 유적이긴 하지
뻘쭘하게 다시 플렛폼으로 돌아왔다. .
매표소도 역무원도 당연히 없다. 아까 산 표만 만지작 거렸다
사람들이 한두명씩 기차를 타러 오는데 근처에 학교가 있는지, 여학생들이 좀 보인다.
기차에 얼른 올라탔다,
한 여학생이 자리를 양보하길래 괜찮다고 했더니 자기는 다음 역에 내린다고 한다.
앞 자리 노곤한 아저씨를 감상하다 나도 내릴 때가 된 거 같아 서 있는 여학생들에게
" 다음 역이 씨디 부 싸이드 (Sidi bou said) 맞나요 ? "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며 지들끼리 키득키득 웃는다,
튀니지의 아가씨들은 키가 크고 볼룸이 있는 서구적인 몸매가 많았다. 아줌마는 절구통
역에서 내려 본능적으로 고지대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같은 사원이라도 역시 때깔이 틀리다.
눈부신 흰색과 시원한 청색만으로 칠해진 동네가 지금까지 보아온 튀니지와 전혀 다른 세상같이 보였다.
선인장 밭
로터리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미용실 앞에 두 아가씨가 흰 가운을 입고 나와 있었다,
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계속 처다보길래 서로 인사를 나누고,
" 카페 드 나뜨 (cafe des nattes) 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려요 ? "
" 8분 정도요. 이 길로 쭈욱 올라가세요 "
아가씨들과 헤어져 모퉁이를 돌아 본격적으로 올라가려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어디서 왔냐고 해서 남한이라니까, 서울 이야기를 하며 자기가 2주전에 서울을 갔다 왔다, 이름이 찰리-이 부분에서 수상했음-인 한국인 친구랑 Seafood 비즈니스차 다녀왔다고 했다, 자기 부모증 한 명이 이탈리아라고 해서 어디냐고 물으니 첨 듣는 도시 이름-여기서 또 미심쩍었다-을 댔다, 내가 모른다고 하자 로마에서 몇백 km 떨어진 곳이라고 얼버무렸다,
언덕위로 편히 가는 지름길이 있다고 하길래 따라 나섰는데 아까 올라오며 본 사원쪽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 난 걸음이 느려 혼자 천천히 올라가겠다' 고 하고 돌아서자
' 한시간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내가 커피 살테니 다음엔 너가 한국에서 사라 ' 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계를 보며 노력해 보겠다고 하고 올라왔다. 사기꾼 냄새가 났다
오렌지 나무 아래에서 쉬었다가
계속 올라가 차들이 돌아 나가는 지점을 지나, 보행자 전용 길을 따라, 상점마다 불러대는 삐끼들을 물리치고 ...
여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길래 들여다 보니 아직은 빈 도화지
그녀들이 처다보는 시선을 따라가 보니 눈에 익은 카페가 우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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