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8. 19:00ㆍTunisia 2015
메디나를 뒤로 하고 하비브 브르기바(Habib Bourguiba) 대로로 향했다.
둥글둥굴하게 생긴 한 남자가 시커먼 맨발로 인도 한켠에 널부러져 있다.
의심스런 액체가 그의 바지단에서 보도블럭 골로 따라 흘러 내렸다
인도는 2차선 차도보다 더 넓어서 사람들이 많아도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길 양편으로 유럽스타일 건물들이 즐비한데 ground 층엔 나름 고급스런 상점들이 칸마다 성업중이었다
아케이드를 따라 아이쇼핑을 하다가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아랍식으로 중정을 꾸며 놓았다,
견과류를 설탕에 쫄여 강정처럼 만들어 파는 노점상
철조망과 바리케이트.
군용트럭과 위장초소
총을 맨 군인 ...
안되는 걸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노점상 찍는척 하며 살짝 카메라 방향을 틀어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셔터가 채 닫히기도 전에, 날카로운 휘바람 소리가 들렸다 !
사람들의 긴장한 시선이 휘바람 소리가 나는 쪽으로 일제히 향하는데, 군인이 멀리 있는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까닥 했다,
' 아~씨알. 젖됐다 ! '
카메라 뺏기는거 아냐 ? 오늘 찍은 사진들 다 지우라고 하면 어쩌지 ? 다시 메디나를 돌아다녀야 하나 ?
걱정을 하며 최대한 천천히 군인에게 다가갔다,
군인이 딱딱한 톤으로 뭐라고 하길래 상황파악 못하는 극동아시아 관광객 티를 최대한 내며 ' No Photo ? ' 라고 일본식 영어발음을 했다.
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 미안하다를 섞은 썩소를 지으며 -허락도 안 떨어졌는데- 얼버무리듯 큰 길쪽으로 나왔다. 서 있어봤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 다행히 더 이상 부르진 않았다
주변에 관공서가 있나보다.
기관총을 꽂은 탱크와 군인, 호송차와 경찰들이 살벌하게 깔려 있었다. 아직도 反骨기질이 남아서 대성당을 찍는 척하며 경찰을 앵글에 담았다
근교로 나가는 MLT 녹색전차가 시내를 통과하고 있다.
아직 퇴근시간이 안 됐는데도 벌써 사람들이 가득했다
국립극장,
튀니스에선 이 정도만 생겨도 유명한 볼거리가 될 정도다
고개를 젖혀 벽장식을 감상하고 있는데 낮술에 취한 아저씨가 다가와 불어로 계속 뭐라고 말을 했다,
' 불어 못해요 ' 라고 말하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이럴땐 말이 안통하는게 다행이다
더 내려가려다 길을 건너
El Hana 호텔로 건너갔다
로비에 서 있는 호텔 직원인 듯한 중년남자에게 Roof-top Bar 를 묻자 10층이라며 엘리베이터를 잡아 주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 오는 동안 뭐라고 하길래 내가 다시 물으니 ' 자기는 튀니지인인데 나는 어디냐 ' 고 묻길래 남한이라고 말해줬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탁트인 옥상이다,
10층이라지만 그건 숫자가 그렇다는 거지. Ground 층 따로 있고 층고들이 높아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파트 20충 정도는 되어 보였다
국립극장과 거리가 장난감 세트 같이 보였다,
이 호텔 옥상을 찾아온 건 주변 건물보다 높아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그나마 더 높은 건 군청색 유리 외관의 AFRICA HOTEL 건물 정도 !
내 옆엔 커플이, 저쪽엔 학생 같아 보이는 단체가 자리하고 있다
고급호텔 바에 페인트 묻은 츄리닝을 입고 와 앉아 있으니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하늘 바다의 물뱀처럼 흐느적 거리며 날라가는 새떼를 바라보며
' 뭐, 돈 굳었네 ! ' 하고 있는데...
웨이터가 한장짜리 메뉴판을 가져 왔다,
쥬스를 시키니 안된다며 콜라만 있다고 한다, 주변 테이블에 촌스럽게 올라와 있는 콜라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다행히 카페라떼는 된다고 해서 주문. 4 dinar (2,400원). 호텔이라고 역시 비싸
화장실 들렸다가 뒤로 가보니 엉망진창이다. 복도에 쌓아 놓은 자재들. 공사하다 손 놓은 실내. 칠 벗겨진 외벽.
영업이 잘 안되나보다.
멀리 벨베데레 파크가 있는 산이 보이고 하얀색과 노란색 건물들이 번갈아가며 끝없이 깔려 있었다
계산 안하고 도망갔다고 할까봐 얼른 자리로 돌아왔는데
큰 불이 난 것처럼 도시 서쪽 라인이 빨갛고, 연기처럼 회색 구름이 두껍게 하늘을 덮고 있었다,
6시가 되어가자
핵폭탄 떨어지듯 태양이 땅으로 내리 꽂히며 터져 버렸다
하늘이 잠시 서늘한 파란색으로 변한다 싶더니 ...이내 어둑어둑 해졌다
헤드폰을 귀에 꽂고 하늘의 장엄한 일몰 행사를 보고 듣고 있자니 감동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이제 아프리카 튀니지 28일 대장정의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날에도 여기 올라와 붉은 석양을 다시 볼 수 있기를 !
해가 지니 옥상 바람이 한결 차가워졌다,
두남자 한 여자인 일행과 엘리베이터를 함게 타고 내려오는데 한 남자가 불어로 ' 자포니즈 ' 어쩌구 저쩌구 말을 걸었다
영어만 조금 한다고 했더니 젊은 남자가 통역을 해주는데, 이 건물이 일본과 관계가 된다는 말 같았다. 난 한국인이라고 대꾸해주고 나왔다
저녁 먹으려고 호퇠 뒷길로 가봤는데 식당은 안 보이고 SAMSUNG 과 무섭게 크고 있는 중국의 HUAWEI 가 보였다.
ㄷ 자로 돌아 Tiba 호텔 근처까지 와서야 restaurant 간판이 두개나 눈에 띄었다.
반지하로 내려가 식당 문을 열자 넓은 홀이 너구리굴처럼 연기가 자욱했다, 각 탁자마다 술병이 가득했고 Macho man 들이 담배를 빨아댔다.
왠만큼 뻔뻔한 나도 이걸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순간 고민이 되었다. 여기 앉아 있음 저녁을 먹는게 아니라 담배 연기를 肺 터지게 마실게 뻔하니... 한 남자가 나오길래 ' 레스토랑 ? ' 이냐고 물으니 위를 손짓했다,
반지상으로 올라가자 HANNIBAL 글자가 붙은 식당이 있었다.
장농 문짝같은 노란 나무대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여긴 또 이상한게...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식사할 수 있냐고 묻고 벽쪽 의자에 앉았다
흰 테이블보와 검은 식탁의자가 깔끔하게 각을 맞춘 사이로 양복조끼를 입은 중년남자가 메뉴판을 가져왔다
양고기가 먹고 싶어 Grilled lamb chops 와 하이네켄을 주문했다,
잠시후 오더니 하이네켄은 없고 BECK'S 맥주가 있다고 해서 바꿨다, (BECK'S 는 독일 맥주회사)
바게트빵과 샐러드와, 계란찜과 흡사한 따진 (Tagine), 북아프리카 고추장인 하리사 (Harissa)에 참치와 올리브를 올려 내왔다
전채요리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조끼남자가 오더니 메인 요리를 Mixed grill 로 바꾸라고 했다,
여기도 양고기도 있고 다 있다고... 1 dinar 더 비싼 음식으로 추천해서 기분이 상했지만 재료가 없나보다 싶어 그러라고 했다.
드디어 나온 믹스그릴, 정신줄 내려 놓고 먹었다
배가 부르자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한켠에 무대가 있고 신시사이져가 덮혀 있길래 물어보니 매일 11시에 공연이 있고 식당 영업은 새벽 1시까지라고 한다
손님들이 한 둘씩 차기 시작하는데 테이블마다 담배를 안 피는 곳이 없고 여자들까지도 맞담배질을 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집안에만 있는 아람문화가 여기선 많이 약해진 듯하다.
TV에선 어제에 이어 프랑스 테러 뉴스가 나오고, 달리 할 일도 없어 좀 더 앉아 있다 들어가려고 쥬스를 주문했다
믹스 그릴 19 + 맥주 4 + 쥬스 2.5 총 25.5 dinar (15,300원)
' 내일 밤에 공연 보러 오겠다 ' 고 하고 7시 좀 넘어 식당을 나왔다
계단 옆에 모자익 작품들을 찍는데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 청년이 내려오다 나에게 볼뽀뽀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으라고 포즈를 취했다
식당 외관
7시인데도 밖은 벌써 깜깜해지고 거리가 썰렁해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난다. 골목 모퉁이에 서 있는 남자도 좀 무섭다
얼른 호텔로 들어와 호쎔에게 머리 깎았다고 자랑하고
어제 말 많던 남자에게 귀중품 맡긴거 달라고 하니 아침에 프런트에 있던 여자에게 인수인계를 못 받았는지 좀 당황해 했다
내가 못 알아 듣는다고 튀니지어로 호셈과 인상쓰며 대화를 하는데 아마 그 여자 욕을 하는 거 같았다.
어제 못 받은 거스름돈 1 dinar 도 달라고 하니 사과대신 ' 바쁘다 ' 고 얼버무리며 동전을 내줬다
기분좋게 방으로 와 거울로 머리통 감상하고 빗은 쓸 일이 없어졌으니 도로 배낭 속으로 직행,
오늘 고생한 발에 로션을 발라주며 위로해줬다
오늘 지출 : 민트 차 0.5
점심 4.6
이발 5
커피 4
저녁식사 25.5 합 39.6 dinar (23,76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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