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철조망 속 이븐 할둔

2015. 1. 8. 08:00Tunisia 2015

 

 

 

 

여명도 못 보고 결국 새벽에 잠이 들어 버렸다. 깨보니 7:35

어젯밤까지 잘 되던 Wi-Fi 가 먹통되어 집에 안부를 못 보냈다.

 

로비에선 잘 되겠지 싶어 머리는 산발한 채 츄리닝 바람으로 1층에 내려왔다,

호쎔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침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프런트에 앉아 있던 풍만한 중년여인이 따라 들어와 ' 커피 어떻게 드릴까요 ? ' 묻고 

 

 

접시에 이것 저것 담아 아침상을 챙겨 왔다,

보아하니 뷔페라서, 고맙다고 내가 할수 있다고 말했다

 

 

잠깐 로비 프런트로 가서 화장 진한 아가씨에게 Wi-Fi 비번 물어보니 로비는 패스워드가 수시로 바뀐다고 새 번호를 알려주었다,

다 끝나고 두 손을 모아 인사 하길래 그건 일본식이고 한국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꾸벅' 절 하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다, 

현주랑 카톡하고 -차린 건 없지만 - 아침 맛있게 먹고 올라왔다.

 

방에 와서 샤워하고 손수건과 양말 빨아 널고, 청소 해달라고 푯말 걸어놓고

오늘 쓸 돈만 빼고 돈뭉치와 여권을 둘둘 말아 

 

 

프런트로 내려와 아까 화장 진한 아가씨에게 보관좀 해 달라고 하니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베트남 호치민 호텔에선 귀중품을 테이프로 칭칭 감고 도장찍고 얼마냐고 묻고 하던데 여기는 그냥 받아서 옆방 금고에 넣는 것 같았다,

호셈과 또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나와보니 길 건너에 국립극장이 보였다, 호텔 위치를 잘 잡은거 같다.

 

노천카페 앞을 지나 갈때는

아침부터 차 마시라고 붙드는 중년 웨이터들에게 미안한 웃음으로 사양해야 했다,

 

 

하비브 브르기바 대로 한가운데로 넓은 인도가 시원스럽게 뚫려 있는데... 한쪽을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관광국가 수도 번화가에 전혀 안 어울리는 가시 철조망 

 

그 철조망 안에 이븐 할둔이 갇혀 있었다,

한때는 이렇게 철조망이, 한때는 화환들이, 한때는 피가 뿌려지고, 조명이 켜지고, 비가 오고 바람도 불겠지만 ...이븐 할둔은 몇 백년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여기 이렇게 굳건히 서서 하늘을 미래를 응시 하고 있을 것이다.   

이븐 할둔과 그의 저서 「역사서설」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

 

그 동상만 바라보다 바로 앞에 사람을 발견하고 움찔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한 아줌마가 화단에 철푸대기 앉아 있었다. 이 철조망이 생기기 전부터 내 자리였다는 듯...

 

동상 옆엔 대성당 (Cathedral of St Vincent de paul)이 수려하게 서 있다.

오랫동안 이슬람이었던 이 땅에 이교도 프랑스의 흔적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성당에 들어가 보려고 계단을 오르자 철문 안쪽에 한 아가씨가 서 있다. 

혹시 입장권 검사하나 ? 눈치 보며 " 봉주르~ (Bonjour) " 인사를 나누고 들어갔다,

 

내부는 유럽에 그것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소박했다

 

 

크리스마스가 갓 지난 터라 아직도 장식이 불을 밝히고 있다,

 

 

 

 

 

성당을 다 둘러보고 나왔는데 아가씨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 오 브와 (Au revoir 또 봐~) " 내려가며 인사를 하니 아가씨도 유창한 발음으로 똑같이 인사를 했다

 

기념품가게 앞에 걸린 아라빅 달력들,

 

대로가 끝나고 차들이 돌아나가는 좀 번잡한 거리를 지나가는데 뒤쪽에서 함성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더 크게 들려왔다

멈춰 서 보니 백여명의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프랑스문 방향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U 턴을 해 내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온다. 좀 겁이 나서 그들을 거슬러 프랑스문 방향으로 얼른 건너갔다 

 

몇분 쯤 지났을까 ? 

아까 그 학생 무리들이 뒤에서 나를 앞질러 프랑스문 방향으로 몰려갔다, 그 후미 그룹의 남학생 네댓명이 나에게 영어로 더듬더듬 말했다

"  우리.. 사진 ...찍어줄 수.. 있어요 ? "  그러면서 SAMSUNG 글자가 선명한 폰을 들이댔다.

첨엔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는 걸로 생각했는데 그들의 재스쳐를 보니 나랑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배경이 괜찮은 곳으로 방향을 잡아 그들과 단체 사진속 모델이 되어 주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뛰어가 대열에 합류했다.

살다살다 별 경험을 다 해본다. 스타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

 

' 권' 글짜가 써 있는 태권도 경기복과 귀여운 꼬마용 유니폼을 파는 집

 

1911년에 유럽 스타일로 지은 별 4개짜리 Tunisia palace 호텔

 

가로수가 사람 머리 바로 위까지 낮게 심어져 있어서 그 아래를 걸을 땐 절로 키가 커졌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근사한 거리였다

 

드디어 프랑스문(port de France) 에 도착했다

 

 

그 문 뒤로는 소박한 물줄기가 솟는 아담한 광장이 자리하고 있다.

광장 북쪽은 낭만적인 노천카페가 몇 개 있고 남쪽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한 시장통이다

 

 

반질반질한 대리석 위에 걸터 앉아 쉬고 있는데

 

아까 학생무리들이 저쪽에서 몰려 오는게 보였다, (아주 징글징글하게 만나는구나 !)

옆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  저 사람들이 모하는 거야 ? "

"  뭘 요구한다 "

"  데모야 ? "

"  그렇다 "

"  뭘 요구하는거야 ? "

"  누구를 도와 주라는거 같은데... "

"  저들이 학생이야 ? "

"  그렇다 "

그 순간 학생들이 내 앞으로 모이더니 나를 중심으로 주위를 둥글게 둘러 쌌다,

 

이런 인기는 사양하고 싶어, 얼른 일어나 뒤로 빠졌다,

그러자 몇몇 주동자가 돌판위에 올라가 하늘을 삿대질하며 선동 연설을 시작했다

 

멀찌기에선 경찰과 사복형사들이 무전기를 들고 연락을 취하며 이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는게 보였다

 

뭔가 일촉즉발의 긴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쩌지 ?  도망갈까 ?

 

그런데 의외로 싱겁게 상황 종료되었다, 학생들이 모래에 물 붓듯 시장 안으로 흩어져 스르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듯 광장은 다시 평화로워졌고 긴장이 풀린 경찰들은 서로 모여 히죽거렸다,  

 

 

사람들에게 지투나 모스크를 물어보며 학생들이 사라진 수크 (souk-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상인들의 의자에 앉아 잠깐 쉬기도 하고

 

 

 

만화 고바우 같이 생긴 아저씨

 

 

 

 

 

망치로 두드려 글짜를 새겨주는 점포,

의외로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주문해 가고 있었다

 

 

 

 

 

 

 

 

조그만 카페앞을 지나가는데 아저씨가 자꾸 들어와 자기 옆에 앉으라고 권한다

약간 머뭇거리며 길옆 고양이들 사진을 찍고 천천히 들어가 앉았다, 

 

아저씨가 자기 왼쪽 무릎을 만지며, 떨어져 부러졌다는 이야기를 불어로 했다.

내가 어리둥절해 하자 옷을 걷어 무릎을 보여 주더니 이젠 내 다리를 자기 것인양 주무르며 계속 뭐라고 말씀하셨다, 

아 부담스러,,,친해도 너무 친해 !

 

 

내가 불어 못한다고 말하고 그냥 웃으며 듣기만 하자 갑자기 시장골목을 지나가는 아가씨를 불러 세웠다,

아가씨가 영어로 ' 아저씨가 다리를 ... 다쳤는데, 자기가 나를 도와주고 싶다... ' 고 통역을 했다.

' 난 어렸을 때 장애인이 됐다. 그래서 괜찮다 ' 고 말했다,

 

아저씨가 주방으로 가서 차를 만들어 와서

 

민트잎을 띄워 나에게 마시라고 주고

 

극구 사양하는 아가씨에게도 한잔을 주었다.

아가씨가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 남한이라고 하니, 자기가 미국 Boston 에서 공부할 때 친구가 남한이었다고 반가워했다

완전히 귀국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인재들이 많으니 자스민혁명이 튀니지에서 시발된 이유도 이해되고, 앞으로 나라가 민주화되고 더 발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가 인사하고 나가더니 잠시 후 엄마와 함께 돌아왔다.

엄마도 미인이여서 " Beautiful ! " 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좀 더 앉아 있다가 나오며 차값을 치르려는데 아저씨가 안 받으려고 했다,

그래도 내야 될 거 같아 서 있으니 뒤에 남자에게 주라고 한다, 아까 빈 찻잔들을 쟁반에 걷어 온 이 사람이 주인인가보다, 

동전을 꺼내 보이자 0.5 dinar (300원) 동전 한닢을 집어갔다,

 

카페를 나와 시장 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어느 기념품점을 지나가는데 상인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튀니지에 온 걸 환영한다며 모자를 꺼내 와 씌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꼭 무슨 귀여운 꼬마애 본 것처럼... 

 

드디어 지투나 모스크 (Zitouna mosque) 에 도착했다,

지투나는 '올리브나무' 란 뜻인데 이 사원이 옛날에 학교였고 올리브나무아래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의 자이툰 부대. 자이툰(Zaytun)도 올리브를 뜻한다  

지투나 모스크의 역사나 중요도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모퉁이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친한 척 말을 걸어 왔다

난 모스크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지금 문 닫아서 못 들어간다고 하며 어디서 왔냐는둥 귀찮게 했다,

 

그러면서 향수와 카펫 구경가자고 해서 손해 볼거 없겠다 싶어 삐끼를 따라갔다,

가다가 시간 끌면 어쩌나 보려고 벽에 메디나 (medina -구시가지) 안내판도 찍고,,, 

 

모스크 바로 뒤에 향수와 카펫집,

 

삐끼가 자스민향, 선인장향, 장미향 등을 꺼내 내 손에 묻혀주며 냄새를 맡게 했다, 

 

내가 고맙다고 하고 그냥 골목으로 가려 하자 가계 주인이 따라 와 ' 굿 파노라마 있으니 올라가자 ' 고 한다

그래서 내가 노골적으로 물었다

"  꽁비엥 ? (combien - 얼마 ?) "

"  5 dinar "

돈 없다 하고 외면하며 골목을 내려오는데 또 다른 남자가 날 보고 ' 테라스 가자 ' 고...돈 없다니까 두말 않고 제 갈길 가 버린다.

 

화려한 외관의 하맘 (아랍식 목용탕)이...

 

 

골목 오른편으로 맨션이 보였다.

손바닥만하게 햇볕이 드는 벽에 남자들이 쪼르르 서서 썬탠을 즐기고 있었다

좀 뻘쭘함을 무릎쓰고 그들 앞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AL-MADRASA 는 천년이상된 아랍의 신학교

 

 

내부는 소박하고 정갈했다,

 

정작 내가 급한 화장실 부터 찾아가고

 

 

골목으로 나오기가 살짝 무서워 한동안 문 안에 앉아 내다봤다,

 

남자들이 할일 없이 모여 있는 곳으로 한 아줌마가 다가가더니 손을 내밀었다.

누가 동냥하고 누가 적선할 형편이 아닌거 같았다,

남자들 반응이 없자 이내 손을 거둬 골목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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