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7. 17:00ㆍBritain 2014
두바이에 도착.
탈때도 꼴찌, 내릴때도 꼴찌. 어짜피 Transit 해야 하고 대기시간이 3시간밖에 안되서 식사쿠폰도 못 받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짐검사 대충 끝나고 엘리베이터로 올라왔다.
여기 B-gate 도 완전 쇼핑구역. 지난번 A-gate 에서도 엄청 넓은 면세점에 놀랐는데 여긴 그 이상이다.
대로처럼 넓은 통로 양편으로 상점들이 촘촘하고 시계는 자정을 넘었지만 시간은 무의미한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하다
인천행 C 25 gate 를 가려면 B 청사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야 하는데 무빙워크 하나 없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사람들을 억지로 걸리고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고행자처럼 묵묵히 앞만 보고 걸으려니 수많은 사람 피하느라 완전 기진맥진했다.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은 어디 뒤쪽에 숨겨 놔서 현주가 안절부절 하더니 급하다고 먼저 가버렸다.
상점 몇개를 더 지나는데 현주가 그 앞에 서 있는게 보였다. 혼자 가려니 무섭다고...
드디어 컴컴한 청사 끝까지 왔다,
여기서 C-gate 는 Train 을 타는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로 두 층 정도만 내려가면 되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였다
느린 경사로를 내려와 튜브같은 청사를 게이트 번호 세어가며 또 걷는다,
전동카트가 내 옆을 지나간다. 시커먼 니캅을 뒤집어 쓴 중동여인들이 연탄들처럼 실려가고 있다.
여러 공항 경험상. 전동카트는 중동여인들이, 휠체어는 인도계통 할머니들이 전세냈다.
할머니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동여인들은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운동부족과 비만으로 이 정도 걷는것도 그녀들에겐 벅찼다
드디어 C-25에 도착, 게이트가 안 열려 몇 안 남은 복도 의자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숨을 돌린다
양 옆으론 신발 벗고 건들거리는 남자들, 벤치 뒤엔 아예 누워 버린 사람들,... 두바이 공항이 점점 실망스럽다
화장실에 다녀온 현주가 여자화장실에서 맞닥트리는 중동여자들이 무섭다고 한다.
현주가 졸립다고 해서 토마토를 꺼냈다.
기내에서 챙겨온 과자를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라고 현주에게 권했더니 소스가 어느새 바닥났다. 빵 먹고 물먹고 ...
배는 불룩, 가방은 홀쭉.
커피 사러 간 현주가 빈손으로 왔다.
신용카드 들고 주문하려고 서 있으니까 점원이 " Card No, Card No ! " 하더란다.
커피 한잔 마시려고 환전하랴 ? 아주 X가튼 공항이구만.
청사 내에 경보벨이 갑자기 울렸다. 처음엔 뭔 일인가 걱정도 됐지만 10 여분 째 계속 나니까 짜증이 난다
첨 들어올 때와 마지막 나갈 때 느낌이 너무 다른 공항.
양팔을 쭉 내밀었다가 피부색이 짝짝인 걸 발견했다. 오른팔이 더 누랬다. 영국에서 우측 운전하다 보니 -_-
영국 날씨에도 타는구나.
게이트가 열리고 한국 여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는데 키도 작고 안경을 썼다. 안경 쓴 스튜어디스는 첨 본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외모를 안 보고 막 뽑나보네...
들어가며 ' 안녕하세요 ' 인사를 했더니 ' 안냐세여~ ' 발음이 좀 어눌해서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었다.
" I'm chinese " 하며 수줍게 웃는다.
우리나라 말 '안녕하세요 ' 이거 너무 발음이 어려운거 아닌가 ? 하이, 나마스떼,싸와디 캅 등 얼마나 발음이 딱 떨어지는가.국제화를 위해 바꿔야 된다고 ㅋㅋ
한밤 중인데도 승객들이 속속 들어와 대기실 빈자리가 금방 채워졌다. 누워 가겠단 희망은 날라간 지 오래.
맞은편 의자에선 한국 아줌마들과 동남아 청년 두명이 사전 도움을 받아 띄엄띄엄 한국말로 대화 하는게 들린다, 두 청년은 남원대학교 한국어학당을 다니는데 ' 한국의 전통문화가 너무 너무 좋아요 ' 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에겐 무심한 것이 그들에겐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게 신기했다,
기다리다 못해 현주가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해서, 기내에 일찍 들어가 쉬자고 일어났다.
기내에 복도쪽 좌석은 일찌감치 누가 앉아 있고 내가 젤 안쪽으로 들어가고 현주가 가운데 앉았다
Airbus A380은 현재 나올 수 있는 가장 진화된 버전의 여객기다
그래서 ' 하늘 위의 호텔' 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퍼스트 클레스는 마사지 기능의 좌석과 SPA 바닥엔 열선도 깔아놨다,
그러면 모하냐고 ~ 에어컨이 안되는 걸 !
가뜩이나 구석탱이 좌석이라 깝깝한데 실내가 좀 덥다. 주변사람들도 부채질을 하고 현주도 덥다고 하니까 나만 느낀게 아니였다
7시간 날라간다는 기장의 멘트 후에 수십분이 지났는데도 비행기가 이륙할 기미도 안 보이고 실내 온도는 점점 높아졌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한국어하는 승무원을 불러달라고 했더니 조금 있다 한국승무원이 왔다.
" 덥다 "
" 전기계통에 문제가 있다 "
" 왜 출발 안하냐 ? "
" 승객이 늦게 오고 짐을 내릴게 있어서 늦어지고 있다. 이륙하면 에어컨이 정상 작동 할거다 "
" 도착시간도 늦어지냐 ? "
" 5시 20~30분 될거 같다 "
승무원이 돌아가고 몇 분후 한국말로 기내 방송이 나왔다
「 에어컨이 안되어 기내가 덥습니다 」 그리고 끝 ! 원인이나 대책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그냥 끝이다. 더 열 받았다
그리고 또 수십분이 흘러 갑자기 기장의 영어멘트가 기내에 울려 퍼졌다. 알아듣는 단어만 대충 이해하면...
「 ... bad news .... left wing ...50 years ... 300 m ... engineer ... 」
꽤 긴 멘트가 끝났는데 어찌된 英文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호출버튼을 눌러도 승무원들은 안오고 마침 아까 그 한국 승무원이 지나가길래 물어봤다
" 기장이 모라냐 ? "
" 연료가 부족해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 "
" 그럼 한국어로도 방송을 해줘야 되는거 아니냐 ? "
" 한국인 조종사가 탑승을 안해서... 기장님이 즉흥적으로 길게 방송을 하셔서 ... "
" 난 당신네 항공사의 일처리 방식이 이해가 안된다 "
" 그럼 잠시만 기다리시면 ... " 하더니 슬그머니 도망가 버렸다
또라이 진상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나였다
1시간이나 늦게 어찌어찌 이룩했다.
좁은 닭장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실려간다 그나마 에어컨은 틀어주었다.
현주가 " 먹다보니 잠이 깨네 " 하고 운을 떼길래
나도 " 자다보니 저녁이네 " 하고 응수햇다
남은 기내식 바라바리 가방에 낑겨 넣었다. 집에 가서 애들하고 먹게...
인천도착하기 30분전「 자선사업에 기부금을 승무원이 걷겠다」는 기내방송이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에미레이트 비행기만 4번째 타지만 이런 방송은 첨 듣는다. 부자나라 영국과 두바이 들어갈 땐 일언반구 말이 없던 기부금을 유독 한국행 비행기에서 하는 이유가 모야 ? 우릴 봉으로 아냐 ? 정시에 에어컨만 잘 나왔으며 내가 잔돈 다 털어줬다 ! 님이~
입국수속 끝나고 짐 찾는 코너
사람들이 컨베이어 앞에 쭈르르 서서 자기 짐을 찾느라 고개를 쭈욱 뺀다. 그 뒷사람은 더 빼고, 그 뒷사람은 더 빼야 되고...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면 서로 목도 안 아프고 더 잘 보일텐데.
짐 세개를 무사히 찾아 세관을 통과한다.
하도 사람이 변변치 않아서 뭘 걸치건 세관이 난 거들떠도 안 본다. 덕분에 현주 가방 무사통과
공항내 외환은행 환전창구에 들려 남은 돈 £65 를 원화로 바꿨다, 109,110원을 내 준다. 너무 적어서 적용환울을 보니 1678.65
히드로만 그런게 아니라 여기도 완전 날강도구만 ! 내 다시는 공항에서 외환거래 안 한다
드디어 여행이 끝났다,
청사를 나가기 전 서로 의기투합, 한적한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자축했다
현주는 이 날 마신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고 한다
지하 3층 주차대행 사무실에서 차를 찾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한 남자가 부리나케 뛰어 오더니 새치기를 해서 내 앞 창구에 접수를 하려고 했다. 웃는 낯으로 " 줄 있어요 " 했더니 놀라서 뒤로 간다.
내가 영국에서 줄 서는건 확실히 배워 왔거덩
영국여행 루트
요즘은
인터넷으로 BBC classic FM 방송 틀어 놓고
디지탈 액자에 영국 여행 사진 띄워 놓고
웨지우드 찻잔에 헤로즈 홍차 우려 내 놓고
현주랑 식탁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져 산다,
한국에 왔으니 마지막 시는 한국 것으로 ...
● ● ●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 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핑계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 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 내고
그들의 발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버린 것은 누구일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이
야성의 사나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 휘말려
한평생을 던져버리고 싶은 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록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
나폴레옹 너는 뭐며 심지어 돈주앙, 변학도
그 끝없는 식욕을 ..
여자들이 얼마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어찌된 일이야
요새는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때 묻고 약아빠진 졸개들은 많은데
불꽃을 찾아 온 사막을 헤매이며
검은 눈썹을 태우는 진짜 멋지고 당당한 잡놈은 멸종 위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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