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부자용 마트, 서민용 마트

2014. 8. 5. 14:00Britain 2014

 

 

갈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연료탱크가 빵꾸 난 것처럼 게이지가 급속도로 고개를 떨궜다.

불안해서 잘 달리던 고속도로를 내려왔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주유소가 있었다.

 

당연히 셀프 주유기

탁탁 끊어 치는 손맛을 즐기며 이번에도 환상의 에누리를 남겼다.  £42.01 

지난 번부터 몇 페니 깎는 재미에 폭 빠졌다.  사무실에 들어가 지폐를 내자 아줌마가 0.01 페니 (18원) 깎아준다며 엄청 생색을 냈다. 

 

어짜피 오늘 하루는 쇼핑에 할당한 날이니, 온김에 세인즈베리 마트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널널한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유니폼 입은 남자가 다가와 지켜 봤다. 주차 후 마트 입구로 가려는데 그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  손세차 안하실래요 ? "

마트 주차요원인줄 알았는데 ㅋㅋ 

렌터카라 괜찮다고 손사레 치며 자리를 떴다.

 

역시 어색한 연출사진

 

현주가 카트를 끌어 왔다, 당연히 동전구멍은 없다.

동전 시건장치를 만들고 부착하고 사용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낭비인데 한국에선 왜 하는지 모르겠다. 동전 하나 때문에 훔쳐 갈껄 안 훔쳐 가는 것도 아닐텐데, 고철값만 쳐도 100원은 넘겠다.   

 

 

영국에는 슈퍼마켓도 계급과 소득에 따른 구분이 있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잘못 들어가면 괜히 주눅 들고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굳이 나눠보면

   서민용 - TESCO, ASDA, MORRISONS.  

   중산층 - Sainsbury's

   상류층 - Waitrose, Marks & Spencer  가 그렇다.

같은 물건이라도 Waitrose 는 20 % 정도 비싸다. 웨이트로즈나 막스앤스펜서가 보이면 거긴 부자 동네라고 보면 된다.

 

서민을 위해 저렴하게 파는 마트가 있다는 건 사회적인 배려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배려의 이면엔 차별이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서민이 막스앤스펜서를 안 가는게 아니라 못 가게 될 때가 무서운 것이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사회에 빈자들이 얼씬대는 꼴이 싫어서 먹잇감 하나 던져 주고 선을 그어 담을 견고히 쌓고 있는 것이다. 

『 영국인 재발견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 불행하게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힘들게 자신을 연마해 새로운 창조를 하는 영국에 서민은 아주 극소수다.  그저 安分知足 安貧樂道 하고 있다...

 

어제 오후에 들렸던 번햄온씨에 TESCO 랑 뭔가 좀 분위기가 다르다.

뭐지 ?  뭐지 ? 

진열대 사이 간격이 여기가 훨씬 넓었다. 그래서 더 여유있어 보이고 더 멀리까지 보이고 사람이 작아 보였다.   

수원 홈플러스 (TESCO)는 좁아터져 카트들끼리 부딪치고 괜히 신경전을 벌이느라 피곤해서 얼른 나가고만 싶다. 홈플러스 측에서 그걸 노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뉴스.

홈플러스가 경품 이벤트 응모로 수집한 고객의 연락처와 주소를 여러 보험회사에 팔아 1인당 4,000원. 총 100억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실무진은 ' 올해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 수익을 올리겠다 ' 는 사업보고서를 경영진에게 올렸다. 개인정보 수집을 미끼로 내건 자동차 등의 경품은 추첨결과를 조작해 빼돌렸다.  

 

 

 

 

여긴 애견용품 코너도 아닌데 왠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있지 ?

쇼핑나온 한 할머니에게 물어봤는데 자기도 모르겠다능...

 

 

문구코너에 옥스퍼드 이름을 붙인 연필깎이와 학용품이 보였다.

여기 옥스퍼드에서만 파는건가 ?  옥스퍼드 온 기념으로 짱이 사다줄까 ?  들었다 놨다 계속 고민하다가 내려놨다.

중국산이면서 옥스퍼드 이름 하나 붙여 놓고 너무 비싸게 받았다. 짱이가 연필 쓸 학년도 지났고,,,

 

 

현주가 치즈를 한 아름 안아 왔다.

 

핀잔했더니 똑같은 치즈를 한국에선 두배 이상 줘야 한다고... -_-

뭐 사치품도 아니고 오히려 ' 알뜰하다, 돈 벌었다 ' 칭찬해 줘야 할거 같아 머쓱해졌다.

 

윔피키드

 

현주가 치즈코너에 붙어 버렸듯 나도 남성면도용품 코너 앞에 서서 황홀해졌다

 

 

 

질레트 같은건 한국보다 확실히 싸다.

한국에 없는 면도용 비누,

 

역시 난 첨 본 면도용 오일

 

찍어 발라 쓰는 면도용 크림도 있었다. 

콜게이트 원터치 치약도 욕심나서 하나씩 카트에 모셔왔다.

면도용품들이 5,000원을 넘지 않았다. 이 정도면 2년은 충분히 쓰니까 본전 뽑는건가 ? 

 

남자인 나도 사고 싶을 정도로 포장 디자인이 너무 예뻤다. 

 

총 £57.1 (102,780원)

계산대 전면에 창 넓은 카페가 있었다.

카트 옆에 세워놓고

 

현주가 커피와 차를 사 왔다.

 

마트에서 산 초코빵 꺼내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뜨거운 물과 우유는 무료로 리필이 가능하다,

요즘 영국에서 커피숍에 밀려 티룸이 자취를 감춘다고 하던데 영국티의 장점이 분명히 있어서 쉽게 사라질 거 같진 않았다.

 

여행 내내 한번도 싸우거나 신경전을 벌이지 않을 정도로, 현주랑 기호가 비슷해서 참 다행이라능... 

 

아울렛 문 닫겠다고 언능 가자고 해서 일어났다.

 

장 본거 뒷자리에 던져 넣고 또 힘차게 출발.

 

어젠 테스코, 오늘은 세인즈베리 갓으니 내일은 막스엔 스펜서 가자고 현주가 조르는데

하루 간격으로 신분 상승이 너무 심해 어지러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