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자 히피들이 전세계의 뮤지션을 불러 모았다

2014. 8. 5. 09:00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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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토르의 정기를 받아 아침에 기분좋게 가뿐히 일어났다.

 

조용조용 내리는 빗소리에 이끌려 창가로 가봤다  

 

 

아침 일찍부터 모가 그리 바빴을까 ... 어젯밤 주차장에 꽉 차서 쉬고 있던 차들이 많이 떠났다

마른 빈 자리가 허전하게 보였다.

 

 

가랑비를 그대로 맞으며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낡은 집들과 잿빛 하늘과 한적한 거리가 만들어 내는 

약간 우울한 영국의 아침 분위기.... 

 

왠지 센티멘탈해지는 고요를 깨고 현주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  다림질 좀 하게 준비 좀 해줘 ! "

다리미판 꺼내 세워 놓고 콘센트에 다리미 꽂은 후, 안전을 위해 전원스위치는 껴 놓았다.

오래간만에 각 잡는 현주

 

아침식사를 위해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넓은 식당,  창가 자리를 안내 받았다.

왁자지껄한 안쪽보다 비오는 밖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해졌다

 

 

어젯밤 늦게 호텔로 들어왔을 때도

로비 한켠에 노인들이 뭉쳐진 먼지덩어리처럼 앉아 사람구경을 하더만 오늘 아침에도 대다수가 노인이다

오래된  호텔일수록 오래된 사람들이 많다

 

메이드 유니폼을 입은 웨이트리스가 우리에게 차와 커피 주문을 받고 다른 식탁에도 분주히 접시를 써빙하고 있다.

호텔이지만 B&B 처럼 아침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기내식 같은 메뉴판  

 

 

 

현주는 메뉴판에 적힌대로 순진하게 ' 버섯과 콩과 베이컨' 을 골랐다.

난 간단히,

"  All "  

 

현주가 그래도 되는거냐고 물아봤다. 잠시 후 별 문제없이 나온 걸 보니 " yes " 다.

 

웨이트리스가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 어떠냐, 더 필요한거 없느냐 ' 고 묻는데 꼭 일본 같아 어색하다.

현주는 호텔 첫 인상은 별로였는데 아침까지 기분 좋게 먹어 대만족 했다

 

10시 조금 넘어 우리도 체크아웃했다.

 

 

 

스트리트 시의 북동쪽은 글래스턴베리의 남서쪽이다

어제 저녁은 토르언덕만 바라 보느라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 글래스턴베리의 첫 느낌은 ... 말문이 막힌다

문 닫은 공장, 방치된 건물들, 잡초가 무성한 주차장...

그런 폐허 같은 변두리 한 구석에서 호텔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멋모르고 저기 투숙한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무서웠을까

 

 

 

시내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이번엔 차량정비소 같은 공업사들이 또 한 구역을 형성했다. 그것도 새련된 현대식 서비스센터가 아니라 거의 고물상 수준이었다. 여긴 지금까지 봐온 영국이 아니다.

 

주택가를 지나 시내에 도착했다

 

골목길에서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아줌마의 스타일이 눈에 튀었다.

머리를 뒤로 동여 매고 헐렁한 옷을 걸친 부랑자가 거리를 지나간다.  모두 히피 (Hippie)였다

   남자는 긴머리, 수염, 목걸이, 굵은 벨트, 청바지, 부츠...

   여자는 긴생머리, 무지개 스카프, 화려한 색깔의 옷, 짧은 스커트, 샌들...

이것이 전형적인 히피 스타일인데 어제 토르 언덕에서도, 오늘 시내에서도 그런 차림들이 많이 눈에 띄였

 

영국에선 보기 힘든 그래피티 (Graffit) 도 여긴 시내 중심가에 당당히 그려져 있다

꽃에 둘러쌓인 해골부터 북아프리카 이슬람 문양까지... 나에겐 자유분방함을 넘어 괴팍하게 보였다.

 

 

 

촬영 나온 젊은이들

 

원래 히피들은 참 멋진 생각을 하는 사람들 아닌가 ?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행복에 최대의 관심을 가지며 자유와 사랑을 추구하는 ...

그러나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자, 히피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이미지는 그들 스스로가 초래한거란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장 같은 앞마당

 

차 안엔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차 지붕위에 널판지를 깔고 화초들을 올려 놓았다. 차가 화분받침대다

 

동네 사진찍기가 겁이 난다.

영국의 다른 마을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깨끗한데 여기는 스스로를 망가트리는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의 집단촌이고 슬램가 같았다.

혼자 깔끔 떨면 왕따 당할 분위기다.

 

정반합의 이치에 따라 70년대의 히피문화도 90년대 풍요로운 세대를 만나 여피 (yuppie)족을 탄생시켰다.

현주가 집시 (Gipsy) 와 히피 (Hippie) 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  보헤미안 (Bohemian) 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면 집시고,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나면 히피가 되는 겨 "

 

동네는 가난해도 공공도서관과 시립병원들은 삐까뻔쩍했다

영국정부에서 히피를 어떻게 하면 여피로 만들까 고민을 많이 하나본데 아직까지는 효과가 없는 듯.

 

 

1970년대 한 농장주인이 자기 집 마당을 개방하면서 시작된 글래스턴베리 패스티벌은 미국의 우드스탁과 함께 전세계적인 음악축제가 되었다.

3일~6일간의 축제기간동안 전세계 17~18만명의 젊은이들과 뮤지션이 모여들어 20여개의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긴다. 올해 최초로 한국 뮤지션들이 공식초청 되었다고 한국 언론에서도 떠들썩했다

 

글래스톤베리 패스티벌의 낮 

<인용사진>

 

글래스톤베리 패스티벌의 밤

<인용사진>

 

 

 

   영국 최초의 교회가 세워진 곳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은 토르 언덕과 그가 묻혔다는 대수도원이 있는 곳

   1960대 이후 전국의 히피들이 모여 들어 ' 히피들의 안식처' 가 된 곳 

   전세계 가장 유명한 뮤직 패스티벌이 열리는 곳          ...  그 모든 게 GLASTONBURY

영국인에게 글래스톤베리는 문화와 정서의 발원지였다이렇게 氣가 쎈 곳도 첨 본다.

 

 

글래스톤베리를 떠나며 백미러를 자꾸 처다봤다.

현주에게 토르 언덕이 보이면 말해 달라고 하고 운전을 하면서도 힐끗거렸다. 현주가 위험하니까 아예 차를 세우고 보라고 해서 갓길에서 내려 봐도 오늘 아침엔 찾을 수가 없었다, 

어젯밤 우리가 올랐던 토르 언덕은 신비의 섬 이어도였던가 ?   

 

 

원래는 잉글랜드의 남서쪽 끝 미낙 (Minack) -빨간 화살표-까지 달려 갈려고 했는데 당장 내일이 출국날이라 현실은 파란색 화살표

 

 

 

 

 

 

 

 

 

 

 

 

 

 

 

 

비가 내리는 잉글랜드의 시골길을 한참 달리는데 왠지 길들이 눈에 익다.

며칠전 코츠월즈에서 옥스퍼드 가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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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하지 않는다 - 월리엄 어네스트 헨리

 

온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엄습하는 밤에

나는 그 어떤 신이든, 신에게 감사한다

내게 굴하지 않는 영혼 주셨음을

 

생활의 그악스러운 손아귀에서도

난 신음하거나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우연의 뭉둥이에 두들겨 맞아

머리에서 피가 흘러도 고개 숙이지 않는다

 

천국의 문이 아무리 좁아도

저승의 명부가 형벌로 가득 차 있다 해도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요

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

 

 

 

Invictus  William Ernest Henley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