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 22:00ㆍ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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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츠월즈의 세번째 마을은 브로드웨이 (Broadway) 다
<클릭하면 확대됨>
브로드웨이로 향하다 보니 치핑 캠던과 블로클리 지역이 꽤 높운 구릉지대였다는 걸 알았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을 몇번이나 휘어 돌아 평지에 다 내려와서야 브로드웨이 마을 이정표가 나타났다
브로드웨이란 이름답게 넓직넓직한 대로만 타고 가자 마을 한가운데 광장이 나타났다
진한 녹색의 잔디가 카팻처럼 깔려 있어 여기가 마을인지 공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넓은 풀밭을 한 가족이 독차지해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산들바람 부는 저녁 거리를 내려오는 남과 여
가까이 보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인데도 주변 풍경과 너무 근사하게 어울렸다.
이 거리를 걸으면 누구든지 영화배우가 된다.
코츠월즈 가옥들은 코츠월즈석이라는 돌로 건축한다
코츠월즈석은 석회암인 라임스톤 (Limestone)인데 북동부에선 벌꿀색, 중부는 황금색 남부에서는 아이보리색이 채석된다
땅에서 나온 돌로 지은 집들이니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밖에...
집들이 화려하거나 세련된 건 아니지만
한집 한집 깨끗하고 정성껏 단장을 해놔서 더 값어치 있게 보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도 관광객들이 몇몇 보였다
극동아시아 젊은 커풀은 우리처럼 차를 끌고 와서 넓적한 탭-태블릿 PC- 으로 거리를 통째로 떠 가고 있었다,
이런 시골에서 어떻게 저리 집을 꾸미고 살 수 있을까 ? ... 감탄하며 계속 길 따라 올라가니 어느덧 하이스트리트 끝까지 와 버렸다
더 볼거 없다는 듯 알록달록 소들만 풀어 놓았다.
막힌 길에서 차 돌려 댜시 내려왔다.
House and Hound 펍 앞에 멋진 클래식카가 세워져 있었다.
눈길을 잡힌게 우리뿐이 아니였다. 내 뒤에 관광객들도 차를 세우고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클래식카는 1960년대 이전의 차량을 지칭하는게 일반적 기준이다. 40 여년 밖에 안된 이 몸도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데 50년이 훨씬 넘은 차들은 뭔 천수를 누리고 있는지... 물론 장기이식도 하고 성형도 했겠지만 저 차들의 운명이 부럽긴 첨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클래식 카를 두어대 더 봤다. 물론 도로를 쌩쌩 달리고 있는 !
코츠월즈 보존 위원회에서 자동차도 맘대로 폐차 못하게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나 ?
집도 보존, 창고도 보존, 자동차도 보존... 사람도 그렇게 보존해 준다면 당장 이민 와야지.
저녁먹고 가려고 식당을 찾아봤다.
처치 스트리트에 한 식당은 분위기가 괜찮은데 주차할 곳이 없고
광장에 한 레스토랑은 웨이터들이 아까부터 창문에 붙어 우리를 구경하다 눈이 몇번 마주쳐 께름칙하고...
<구글 스트리트 뷰>
그래서 SWAN 호텔 뒤에 주차하고 1층 펍에 들어갔다
<구글 스트리트 뷰>
버글거리는 사람들을 헤집고 Bar를 지나 식당 칸에서 안을 두리번 거렸더니 예쁜 웨이트리스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 1시간에서 시간반 기다리셔야 해요 "
어쩜 그렇게 말하는 것도 깜찍하게 얄미운지
식당칸은 포기하고 어수선 하지만 Bar 칸에서라도 먹으려고 자리를 둘러 봐도 마찬가지였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긴 너무 쌀쌀해서...
잠시 후 화장실에 다녀온 현주가 이제 볼 일 없다는 듯 그냥 가자고 한다.
마을을 빠져 나오는 길이 공사로 폐쇄 되어 인적없는 주택가를 빙 돌아 오늘 밤 숙박지인 첼튼엄 (Cheltenham)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유난히 과속하는 놈들, 교통질서 안 지키는 놈들이 많이 나타났다
땅거미가 질 무렵 시내에 도착했다.
허기가 지자 기분도 쓸쓸해지려는 찰나에 불빛이 따뜻한 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간판에 Fish 라고 쓴 펍.
현주가 Fish & Chips 를 먹고 싶다고 해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앞 뒤 차를 살펴보니 주차권을 뽑지 않고 그냥 세워놨길래 나도 그냥 들어왔다
현주가 신경이 쓰여 가게 앞에 옮겨 놓자고 하는데 설마 이 밤에도 주차 단속을 하겠는가 싶어 괜찮다고 큰 소리를 쳤다.
메뉴에 피쉬앤칩이 없다.
현주는 배가 고파서 피자를 먹겠다고 하고, 오늘은 내가 스프만 골랐다 총 £10 (18,000원)
식당 안에 테이블들은 아직 비어 있는데, Bar 앞에는 남자 네댓명이 붙어 있고 어려 보이는 여직원 둘이 쌩땀을 흘리며 분주히 주문을 처리하고 있었다
내 앞에 노인이 맥주를 받아 가고 이제 내 차례인데 나중에 온 젊은 애들이 잽사게 끼어 들었다.
그렇게 줄에 목을 매는 영국인들도 펍에선 예외인 걸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한참을 서 기다린 터라, 내 순서라고 말했더니 젊은 애가 미안한지 뭐라고 변명을 한다
내 뒤에 있었던 젊은 애 3명.
자리로 돌아와 또 한참을 기다렸다.
TV 아래 서커먼 주방 문이 열리고 팔에 문신한 여자애가 음식을 들고 나왔다,
스프를 내려 놓다가 흘러 넘쳐 넵킨이 다 젖었는데도 미안하단 말 하나 없이 " Enjoy ! " 하고 가버려서 기분이 좀 상했다
스프는 뜨거운 물에 케찹 플어 놓은거 같고
피자는 딱딱한 건빵위에 코 풀어 놓은 것처럼 도우와 토핑이 따로 놀았다.
맛이 얼마나 형편 없었는지
허기진 현주가 음식을 남겼고, 왠만하면 Doggy bag 찾는 나도 남은 걸 거들떠도 안 봤다.
피자위에 토핑만 걷어 먹고, 물 한잔 더 달래서 배 채우고 미련없이 나왔다. 오후 9시
예약해 둔 호텔은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주차장이 안 보여 좀 헤맨 후
호텔 바로 옆 일방통행 주차선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인적이 없고 삭막한 거리
현주에게 차안에 있으라고 하고 혼자 프런트로 갔다
프런트 남자는 첫 인상이 마른 명태같이 생겨 영 재수가 없다. 무표정한 얼굴. 사무적인 말투 ... 이틀치 현찰로 계산 (£198) 하고.
차를 어디다 대냐고 물어보니 맞은 편 유료 주차빌딩을 알려준다.
" 요 앞 길가 주차는 어떠냐 ? "
" 월요일 오전 9시까지 Free ! "
진짜 이 시끼 맘에 안드네. 진작 그렇게 말하지.
키를 받아 들고 차로 돌아와 현주랑 짐을 챙겨 들어왔다
오늘 같은 밤에 낯선 객지에서 잘 곳까지 없으면 얼마나 비참했을까 ? 추운 밤공기에 살짝 몸서리가 처졌다.
기대에 차서 방문을 연 순간 뭔 스위트룸을 준 줄 알았다. 엄청 넓다.
그런데 너무 넓어 오히려 썰렁하게 느껴졌다. 쾌쾌한 냄새도 나서 창문부터 열었다. 욕실도 휭하게 넓었는데 철재 손잡이들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알았다. 휠체어 장애인용 객실이었다.
욕실에 비상벨 줄이 두개나 늘어져 있다. 시험삼아 잡아 댕겼더니 곧바로 객실 전화벨이 울렸다
현주가 잘못 땡긴거라고 사과하고 난 후에 나한테 역정을 냈다, 그 목소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있다. 그녀도 방이 맘에 안드는 구나.
얼른 꼬리를 내리고 " 아니 난... 직원들 일 잘하나 한번 볼려고... "
대충 씻고 나왔더니, 현주가 방이 지저분하다고 투덜댔다
카펫은 얼룩져 있고, 욕실바닥은 모래가 버석거렸고, 비상벨 줄은 미끌거리는 물곰팡이가 끼어 있었다.
심난해서 창밖을 내다 보았다.
이제 10시 밖에 안 됐는데 거리는 쓸쓸하다 못해 무섭게 느껴졌다.
여행이 2/3를 넘어서자 피로가 쎃이고 따뜻한 내집이 그리워진다
혹시나 지금껏 찍은 사진들을 잃어 버릴까봐
아직 충분히 남아 있는 두 카메라의 메모리를 꺼내 잘 챙겨 두고 새 것을 끼워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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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증세 - 로버트 크레이브스
사랑은 온몸으로 퍼지는 편두통
이성을 흐리게 하며
시야를 가리는 찬란한 얼룩
진정한 사랑의 증세는
몸이 여위고, 질투를 하고,
늦은 새벽을 맞이하는 것.
예감과 악몽 또한 사랑의 증상
노크소리에 귀기울이고
무언가 징표를 기다리는....
용기를 가져라, 사랑에 빠진 이여 !
그녀의 손이 아니라면
너 어찌 그 비통함을 견딜 수 있으랴 ?
Symptoms of love - Robert Graves
Love is a universal migraine
A bright stain on the vision
Blotting out reason
Symptoms of true love
Are leanness, Jealousy,
Laggard dawns;
Are omens and nightmares.
Listening for a knock,
Waiting for a sign....
Take courage, lover !
Could you endure such grief
At any hand but h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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