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향나무 숲에서 ... 치핑 캠던

2014. 8. 2. 17:00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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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츠월즈의 첫번째 마을은 치핑 캠던 (Chipping Campden)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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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것. 마을 이름 하나 알려 주고는, 들어가는 내내 광고 간판 하나 안 보인다.

 

 

종탑이 높은 교회를 끼고 돌자 내리막 길이 시작되었다.

오른편에 낡고 지붕이 뽀족한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옛날 영국의 빈민구호소 (Almshouse) 다. 주로 가난한 노인들을 수용했다는데 지금까지도 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네비만 따라 가자 마을 뒷편 신흥 주택단지로 우리를 안내했다. 한창 짓고 있는 집도 있었다.

미련없이 네비를 끄고 차를 돌려 다시 마을 중심지로 향했다, 

 

우리 온다고 소나기로 얼른 마을 물청소를 끝낸 흔적이 곳곳에 발견된다 

 

 

조용한 마을 중심로를 따라 가자

 

1627년 유제품 거래소로 지어진 마켓 홀 (Market hall) 이 길 바로 옆에 덩그런히 세워져 있었다.

 

공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Parking 기계 앞으로 !

기뜩하게도 첫 20분은 무료주차였다, 표를 뽑아 데시방에 놓고 뛰어갔다.

 

 

현주가 누런색 건물 Antique 점을 손짓하고 먼저 반지하로 들어갔다

후다닥 따라가 화장실부터 찾았는데 단단히 잠궈 놓고 ' 여긴 사설이니 공중화장실 쓰라 ' 써 붙여 놨다

다른 것도 아닌 원초적 본능을 가지고 치사하게 씨리...  마을 첫 인상은 참 야박시럽다    

 

온갖 종류의 중고물품을 넋뻬고 구경하다 움찔했다.  왜소한 백발의 할아버지가 물건 사이에 앉아 있었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오래되면 구별이 안될 정도로 융화 되나보다.  그제서야 지하 매장안을 둘러 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세 분이 판매대 뒤에 앉아 있는데 적극적으로 팔 생각도 없이 한결같이 무표정했다.  노인들이 무표정하면 더 무섭다.  

 

골동품 필기구들을 발견하고 들떠서 하나하나 뚜껑을 열어보고 만져보다 손 탈탈 털었다.

버나드 쇼오 (Bernard shaw) 가 썼던 것도 아닌데 가격은 소더비 경매가 수준이다

 

다시 거리로 나왔다

그림자들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 마을 거리에서 볼 수 없는게 두가지 있다.

정답은 다음 칸에... 

 

바로 전깃줄과 현대식 간판이다

전봇대나 변압기등은 다 땅속에 묻어 버렸고 (지중화 공사) 번쩍이는 상업 간판은 절대 허가를 안 내줬다.

그 뿐만 아니라 영국정부는 코츠월즈 보존을 위해 건물 수리시 옛 건축자재를 재생하여 쓰도록 했고 창고 하나도 용도변경을 금했다.

물론 반대급부로 보조금은 왕창 !  

 

 

 

 

마켓 홀 내부

 

꿀벌색 거리가 석양빛을 받자 중세 느낌이 더 진해진다

 

 

어느 기념품점 유리창에 손글씨가 붙어 있었다

 

Life is not measured by the number of breaths we take, but by the moments that take our breath away

' 잘 살았냐 못 살았냐 ' 는 오래 산 걸로 따지는게 아니라 숨막힐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로 평가되는 것이다 

 

남의 가게 창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사전 펴가며 간신히 해석했는데, 허걱 !

옆 창엔 무더기로 붙어 있었다.

얼른 도망갔다

 

 

 

한국에선 반복되는 일상에 무덤덤했지만, 

둘만의 여행지에선 더 특별하게 보여 현주에게 자꾸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20분 주차시간에 쫓겨 차로 돌아와서 아까 마을 어귀에서 본 교회를 다시 찾아갔다

 

 

교회 입구 바로 옆에는 

교회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바로크와 로코코양식을 섞어 지은 화려하고 풍만한 정문이 있었다,

 

1613년 지어진 Campden house 가 불타 없어지고 정문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교회로 들어갔다,

 

 

 

 

교회 담장 너머로 Campden house 의 흔적들이 조금씩 보였다

 

 

 

교회 정원에 잘 다듬은 향나무 사이 산책로.

 

차분히 걷고 있으려니 저절로 사색이 된다.

아무 생각없는 나도 ' 뭘 좀 생각해야 되는거 아냐 ? ' 사색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몇 걸음 안 걸었는데 진짜 사색(死色)이 되었다

 

빽빽한 향나무 숲은 숨바꼭질하기에 참 좋았다

현주에게 망을 보라 하고  나무 뒤로 돌아가 유린 (Urin) 비료를 듬뿍 주었다, 오히려 나보다 현주가 더 불안해 " 사람 온다 ! " 고 양치기 짓을 했다.  나중엔 안 속는다고 남김없이 살포하는데 교회 뒤쪽에서 진짜 인기척이 들려왔다. 얼른 성인군자처럼 처신했다.

 

묘지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교회 뒤쪽으로 돌아가자 ...

 

셀 수없이 많은 슬픔들이 비석아래 묻혀 있었다.

그 뒤로는 장원의 초지가 파란 하늘아래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15세기에 지어진 st James church

 

수세기 동안 한번도 열리지 않았을거 같은 정문을 바라보며 ...

벤치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치핑 캠던에선 시계가 고장난 듯 시간이 멈춘다.

500년 600년전 일이... 바로 5일 6일전 같다.   

 

우주와 시간의 광활함 속에 내 존재가 미미하게 느껴져 얼른 이 마을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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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핑 캠던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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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가 내게 키스했다 - 리 헌트

 

우리 만났을 때 제니가 내게 키스했다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키스했다

달콤한 순간들을 가져가기 좋아하는

시간, 너 도둑이여, 그것도 네 목록에 넣어라 !

나를 가리켜 지치고 슬프다고 말해도 좋다.

건강과 재산을 가지지 못했다고 말해도 좋고,

나 이제 점점 늙어간다고 말해도 좋다. 그렇지만

제니가 내게 키스했다는 것, 그건 꼭 기억해라

 

 

 

Jenny Kissed Me - Leigh Hunt

 

Jenny kiss'd me when we met,

Jumping from the chair she sat in;

Time, you thief, who love to get

Sweets into your list, put that in !

Say I'm weary, say I'm sad

Say that health and wealth have miss'd me,

Say I'm growing old, but add

Jenny kiss'd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