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31. 11:00ㆍBritain 2014
얕은 언덕을 넘어오자마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니어써리 (Near sawrey)가 나타났다
피터 래빗 이야기에 배경이 된 마을
힐탑 (Hill Top)
베아트릭스 포터가 16살때 가족과 함께 이 지역으로 휴가를 온다, 그때 포터가 기른 토끼 이름이 피터였고 피터 래빗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녀가 77살로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이 힐탑이다.
많은 관람객들이 힐탑 담을 따라 인도도 없는 위험한 도로를 걷고 있었다.
도로가에' Parking £2 ' 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엄청 큰 맥주트럭이 좁은 골목길을 후진해서 돌아 나가느라 일대가 혼란스러웠다
나도 일단 마을 안족길로 차를 들이 밀었다,
몇채 안되는 마을 집들이 대부분 숙박시설과 찻집 간판을 걸어 놓고 있었다
무인판매대
길가에 꽃으로 화려하게 꾸민 집이 있었는데, 앞마당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면 기부금을 내라고 써 있었다.
넓은 주차장을 갖춘 깔끔한 주택.
Afternoon tea house 였다능.
파써리를 먼저 보고 와서 더 그러겠지만, 상업성과 번잡함에 정내미가 떨어져 얼른 니어써리를 벗어나고만 싶다
임시주차장으로 향하는 좁은 시골길 끝에 호수가 보였다
마주오는 차가 없기를 바라며 호수만 보며 차를 몰아갔다
포장도로에서 호숫가로 향하는 작은 샛길이 보인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마당이 나타났는데 키 큰 나무 숲에 가려져 녹색의 눅눅한 이끼가 깔려 있었다.
나무 사이에 차 몇대가 자유스럽게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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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오리와 하얀 백조는 노는 물이 달랐다
오리가 지나가다
뭍으로 올라왔다
오리가 도망갈까봐 현주가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도망은 커녕 오히려 우리에게 접근했다.
오리발 내밀까봐 증거를 찍어 놓으려는 현주,
그런데,
다른 오리들도 이쪽으로 헤엄쳐 왔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다
만약 뱀이나 쥐같은 거였음 무서워서 그냥 줄행랑 쳤을 상황이었다.
아~ 이것들이 배가 고팠구나 !
현주가 차에 가서 우리 비상식량을 가져왔다
내가 오트밀 덩어리를 부셔주자 우유가 없어서 그런지, 점심을 시리얼로 떼우긴 싫었는지 거들떠도 안 봤다
내 손이 아프고 부끄러워 승질이 나서 오트밀을 던져 버렸다.
그래도 안 먹었다.
그런데 현주가 크루아상을 떼어주자 모두 미친듯이 달려 들어, 먼저 먹으려고 서로 쌈박질까지 해가며 !
어느새 날쌘 흰새까지 합세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아무래도 이것들이 크루아상에 중독된거 같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맛은 똑같이 느끼는구나 싶어서 더 신기했다.
그 재미에 어느새 우리 먹을 것이 다 털렸다,
오리들은, 더 이상 나올게 없는 걸 알아 채고는 완전 쌩까며 또 다른 사람을 꼬시려고 떠나 버렸다
이래서 오리발 오리발 하는구나 !
비록 얌통머리 없는 오리들이었지만
동물과 인간이 서로를 믿고 공존할 수 있는 이 호수가 갑자기 더 평화롭게 보였다
신형 스타렉스 한대가 정적을 깨고 숲으로 들어왔다.
소란스럽게 우르르 내리길래 힐끗 보니 역시 중국인들이었다. 짐을 다 내려 어디론가 몰려 가길래 다행이다 싶다.
한 여자가 가다 말고 돌아와 차문을 열다가 경보기가 작동해 한적한 호수가에 경보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내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오자 현주가 옆에서 핀잔했다
그 중국인들이 배 두대에 나눠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낚시를 나왔다.
갑자기 호수 풍경을 보고 싶은 맘이 싹 가셨다
차 타고 다시 니어써리로 나와 곧바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다음 마을인 혹스헤드 (Hawkshead) 에 도착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여기 Grammar school 에서 중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어느 집 뒷마당에 빨래줄을 봤다,
여기는 빨래, 정화조 청소 같은 잡일은 안 하는 요정들만 사는줄 알았는데 그 풍경이 오히려 인간냄새가 나서 좋았다
마을 안쪽 마트 앞에서 주인아줌마에게 징징대는 개
좁은 광장에서 파란 Wagon과 빨간 SUV가 동시에 후진을 하다가 동시에 놀라서 쑥 들어가 버렸다,
서로 먼저 나오길 기다리며 한동안 저러고 있었다,
좁은 마을 광장 바로 옆이 베아트릭스 포터 갤러리 (Beatrix potter gallery) 였다,
포터여사의 남편이 변호사 사무실로 쓰던 건물이라고 한다.
매대가리 (혹스헤드) 를 떠나 한참을 달려도 다음 마을은 안 나타나고 좁은 숲길만 계속 됐다.
차를 세우고 네비에 위치를 찾아 보려는데 앰블사이드 (Ambleside) 표지판이 살짝 보였다
앰블사이드는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 다니고 상점과 식당들이 즐비한 꽤 번화한 마을이었다,
지나가다 얼핏 낯익은 건물이 보여서
경찰서 앞마당에서 차를 다시 돌려 가보니
17세기에 다리 위에 조그맣게 지은 Bridge house 였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 집
<인용사진>
그렇게 앰블사이드를 주마간산으로 통과해 산모퉁이를 돌자 오른편에 흰 천막과 놀이시설들이 잔뜩 보였다
그 뒤쪽으로는 수백대의 차량이 언덕자락에 빼곡이 주차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멀찌기 차를 돌려 다시 와봤다
Ambleside Sports 라는데 입장료가 인당 £6 (10,800원)에 주차비는 별도로 £3 (5,400원) 나 했다.
비싸서 그냥 차 돌려 나왔다
귀국 후 자료를 찾아 보았더니,
호수지방에서 이백년간 지속된 전통스포츠 행사로 레슬링, 사냥견 경주, 자전거 레이싱 등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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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에 세워진 라이달 마운트 (Rydal Mount) 표지판을 따라 갔다,
워즈워스가 1813년에 가족과 함께 이 지역에 와서 늙어 죽을 때가지 37년간 살았던 집이 언덕위에 있고, 집 앞 정원은 워즈워스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워즈워스의 집을 보러 아래 차도에서부터 언덕을 힘들게 올라 가고 있었는데 모두 노인들이었다.
차를 댈 곳이 없어 꾸물대자 현주가 그냥 가자고 한다.
현주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시 차를 도로위에 올렸다.
왼편으로 아름다운 라이달 호수와 함게 달린다
● ● ●
이니스프리 호도 - 예이츠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에 외 엮어 진흙 바른 오막집 짓고
아홉 이랑 콩을 심고, 꿀벌통도 하나 두고
벌떼 잉잉거리는 숲속에 홀로 살으리
또 거기서 얼마쯤의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찾아와
아침의 장막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으로 내리는 것
한밤은 희미하게 빛나고, 대낮은 자줏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은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의 잔물결 소리 듣고 있느니
한길이나 잿빛 포도에 서 있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 그 소리 듣네
The lake isle of INNISFREE - Yeats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i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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