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31. 10:00ㆍ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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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침이라도 난 숲속에서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한데
현주는 노숙한 것처럼 약간의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안고 깨어났다.
창문을 내다 보는데 뒷집 아줌마가 아침 일찍 바께쓰를 들고 뒷마당을 가로 질러 가고 있다
동산도 마당도 절로 예뻐진 게 아니였구나 !
땀을 먹은 꽃은 더 화려하고 향기롭게 핀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다. 식당 안으로 아침 햇살이 가득했다
일반적인 B&B 에는 아침 주메뉴 이외로,
시리얼과 쥬스를 한편에 마련해 놓고 투숙객이 맘대로 갖다 먹게 해 놨다
난 모닝커피
현주는 역시 티.
' 영국에선 식빵도 호강하네 ' 했더니
현주가 구운 식빵이 서로 눅눅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거라고 알려 주었다.
조식 접시를 받으며 또 한번 감탄했다
이걸 정갈하다고 해야 하나, 깔끔하다고 해야 하나 ?
순 살고기, 뽀얀 버섯과 자를 대고 자른 듯한 식빵, 큼지막하고 적당히 구워진 토마토...
지금까지 영국에서 받아 본 Main Dish 중 가장 깨끗한 음식이었다,
투숙객들은 각자 너무도 조용히 아침을 먹고 있어서 안주인 팸 (Pam) 이 가끔씩 돌아다니며 수다를 떨어줘야 했다.
스프 눌지않게 가끔 저어 주듯이...
현주가, 콜린이 안 보인다고 해서 ' 아마 주방에 있을껄 ? ' 추측했다
팸에게 콜린 모하냐고 물어보니, 주저 없이
" Cooking ! "
내 그럴 줄 알았다,
잠시 후 콜린이 앞치마를 두른 채 우리 식탁으로 와서 인사를 한다.
음식 맛있다고 칭찬하고 방과 욕실이 아주 깨끗하던데 인테리어를 언제 했나고 물어보았다
' 이쪽 편은 크리스마스때 하고 그 방은 2주전에 했다 ' 고 하며 능청맞게 한마디 덧붙였다
" 애가 없어서 시간 많거든 ~! "
역시 유명한 주방장은 다 남자야 !
맛있게 만족스럽게 아침을 먹고, 방에 올라와 후다닥 짐 챙겨 10시까지 체크아웃 하러 내려갔다.
팸이 콜린을 불러주었다. 콜린이 영수증을 발행해 주는데 그냥 버리려다가 두사람의 싸인이 있어서 고이 접어 가방에 넣었다.
결재한 숙박비 £90 중에 ' Less booking.com commission £13.50 ' 이란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부킹닷컴에서 꽤 많은 수수료를 떼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스카버러 제이미네도, 여기 콜린네도 명함에 ' 홈페이지나 전화로 직접 예약하면 특별한 가격으로 모신다 ' 라고 적어 놨구나
콜린이, 오늘은 어디로 가냐고 해서
" Stoke on trent 가려고 하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가고, 안 좋으면 여기 다시 오겠다 " 고 웃으며 헤어졌다
현주가 ' 팸도 꽤 쾌활하네. 인상대로 사는거 같아 ' 고 한다
차에 짐을 싣고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혹시 ? 핸들에 붙은 버튼을 눌렀더니 계기판의 정비표시가 사라졌다. 다른 항목을 선택하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고장이 아니였구나 ! 괜히 걱정했다능...
시내 주유소를 찾아갔다.
주유구 방향을 잘 몰라 좁아터진 주유기 앞에서 차를 넣다 뺐다 간신히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 기름을 넣으려는데 잘 안되나보다. 사무실로 가보더니 " 15분 후에 돌아온다고 써 붙이고 문이 잠겨 있네요 ! " 하며 툴툴댔다.
콜린에게 미리 알아 놓은 외곽 주유소를 찾아갔다.
주유구를 또 착각해 힘들게 기름을 넣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계산대 앞에도 줄이 있었다, 영국인들 줄 참 잘 선다
점원도 손님도 전형적인 영국서민들 모습이다.
신문을 집어드는 할머니. 영국인들은 아직도 신문을 사서 읽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기름값으로 £50 지폐를 내자 점원이 내 돈에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보더니 무안했던지 나에게 말을 건다.
위조지폐인지 체크하는 거 같은데 뭐 그런 걸 몇 번 봐서 별로 불쾌하지도 않았다
기름도 무사히 빵빵하게 먹였겠다. 룰루랄라 ~ 호숫가 선착장으로 향했다
여기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우리는 조금 더 내려가 카페리 선착장을 찾아갔다
호수를 유유히 떠가는 저 배는 사람만 태운 여객선
앞차랑 멀찌기 떨어져 있었더니 현주가 장난하지 말고 빨리 앞으로 대라고 했다.
땅바닥을 가르켰다
" 저거 봐 KEEP CLEAR 래잖아 "
" 배는 벌써 왔는데 왜 안 태우지 ? "
한참 기다리는데, 탱크로리가 기름을 넣어 주고 나오는게 보였다. 그제야 차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차 한대에 £4.4 (7,920원)
신나서 차 밖으로 나와 갑판을 뛰어가는데 갑판 빈틈으로 호숫물이 솟구쳐 바지에 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싸 ! ~
호수지방에서 가장 큰 호수인 윈더미어 호.
깨끗한 아침 바람이 잔잔한 수면을 스치듯 지나간다. 덥지도 않고 비도 안오는, 피크닉 가기 딱 좋은 날씨다.
벌써 맞은 편 선착장이 보였다
딱 4분 만에 윈더미어호를 건너 파써리 (far sawrey)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무작정 걷는 서양인 가족
흰 양떼들 사이에 검은 양 한마리가 바둑알처럼 박혀 있었다
자기가 왜 왕따인지도 모른채...
파써리 오솔길을 구석구석 다 들어가 보았다
동양인 아빠와 딸이 우리랑 동선이 비슷해서 세번이나 마주쳤다.
아빠를 따라 걸어다니느라 딸은 벌써 지쳐 보였다. 차로 편히 다니는 우리가 미안할 정도로...
숲속 외딴 집 앞마당에서 만난 늙은 개,
왠만한 개새끼들은 날 보면 쪼는데, 이번엔 내가 쫄았다,
창문 닫고 얼른 고개 돌려 도망쳤다,.
원래 유명한 동네는 니어써리 (Near Sawrey) 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생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옆에 파써리 (Far Sawrey) 란 이름의 마을이 있다는 것도 최근 알았고 그저 그런 곳일거라 여겼는데 소박하고 한적해서 난 더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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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플 때 너를 그리워한다
내가 외로울 때 너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행복할 때 너를 그리워한다
I miss you most when I'm sad.
I miss you when I'm lonely.
But most of all, I miss you when I'm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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