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30. 18:00ㆍ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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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호수지방의 관문이자 베이스캠프인 윈더미어 (Windermere) 에 도착했다
시내로 들어서자마자, 이번 여행에서 나름 기대했던 호수지방의 환상이 허무하게 날라가고 있다
극동아시아인 특히 중국인들이 거리와 교차로를 점령하고 심지어 동양인이 운전자도 몇명 보였다.
한국의 면 정도밖에 안되는 시내가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과 차들로 늦은 시간까지 혼잡했다
런던을 떠난 후 지방을 여행하며 한번도 맞닥트리지 못한 상황이라 적잖히 당황스러웠다
호수지방이 이렇게 세계적인 관광지인 줄 상상도 못했다
윈더미어에서 시가지를 따라 조금 내려가자 보네스 (bowness) 에 다다랐다. 굳이 마을 이름을 따로 지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 동네다.
여기 보네스에 피터 래빗 박물관 격인『 베아트릭스 포터의 세계 (The world of Beatrix Potter Attraction)』가 있다.
삼거리에서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자 오른편에 나무껍질색 건물이 보였다.
역시 바퀴 하나 걸칠 공간도 없다.
어어~ 하며 숲속 도로를 몇백미터 더 밀려가자 다행히 공용주차장이 나타났다
어디가 출군지 입군지 표지판을 볼 경황도 없어 거꾸로 진입해 멀리 떨어진 빈자리에 간신히 주차했다.
발권기 앞엔 이 시간에도 주차권을 끊으려는 사람들로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2시간 £3 (5,400원) 표 빼서 차에 넣어 놓고 오는 현주가 멀리 보인다
입구에 도착해서야 내가 어디로 데리고 온 지 감을 잡은 현주.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 실망했다고 한다, 뭔 애들 동화책에 나오는 곳을 이리 힘들게 찾아오느냐고...
중국인과 일본인들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 입장료 £13 (23,400원)
아직 동심을 못 버린 죄로 중늙은이들에게 이렇게 바가지를 씌워도 되는건가 ?
끝나는 시간이 다 되서 급한 마음에 얼른 조그만 문을 열고 입장했다.
첫 대면은 어두컴컴한 상영관에서 시작되었다. 피터래빗에 관한 간단한 영상을 보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
여기는 피터 래빗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동물들과 배경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환상적인 공간이다.
창문으로 집안을 엿보는 두마리 토끼
그 방안.
아이들보다도 어른이,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이 더 많았다.
사람들이 매 공간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찍기에 바빠 제자리에 멈추길 여러 차례.
첨엔 실망했던 현주도 점점 피터 래빗의 세계에 매혹되더니 급기야 46개의 빗장이 다 풀려 버렸다
그동안 숨겨왔던 동심이 얼굴에 가득했다.
갱년기를 앞둔 오여사가 아닌 오현주 어린이가 여기 있었다,
니어소리 마을에 있는 힐탑농장,
베아트릭스 포터 여사가 호수지방에 와서 처음 정착한 집이다.
피터 래빗의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 여사의 생애를 소개하는 방.
드디어 박물관의 끝에 다다랐는데 그냥 나가려니 아까 늦어서 못 본 야외정원이 못내 아쉬웠다
관람 코스를 거슬러 현주랑 막 뛰었다
야외정원은 피터 래빗 이야기에 등장하는 채소밭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예쁜 정원으로 뽑혀 메달도 탔다능
여기선 오르가즘 오르가닉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다시 안으로 들어와 두번째 구경하고 있다.
드디어 피터 래빗의 이야기가 끝났다
들어올 때의 현주랑 나갈 때의 현주는 별개의 인물처럼 달라져 있었다,
여기는 만원만 내면 씰데없는 걱정을 달고 사는 어른을 천진만만한 어린이로 만들어 주는 인간 세탁소다.
기념품점
현주가 예쁜 수첩을 하나 골랐다
짱이나 애들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가 쓰려고 ... 어린이를 만들어 놓은건 좋은데 철 없는 때쟁이가 되는 부작용이 있었군 !
수첩이 £1.80 (3,280원) 짜린데 수북한 동전을 셀 수가 없어 동전지갑을 활짝 열어 골라 가라고 보여줬다
잘생긴 점원이 동전을 몇개 집더니 £1 짜리로 바꿔주었다, 센스있네.
그런데 동전을 다 세어도 수첩 사기엔 모자랐다.
카드를 내밀자 £5 이하는 안된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50 짜리 지폐를 내야했다. 동전이 더 늘었다.
우리가 거의 마지막 손님이라서 귀찮을 법도 한데 직원들이 끝까지 친절했다.
현주 수첩
오리와 토끼 사이에서 밋밋하게 서 있는 현주.
키높이 맞춰 구부려 보라고 했더니 ... 현주가 젤 맘에 들어하는 사진이 탄생했다
다시 거리로 나왔다
캐시미어 매장.
어떤게 어울리는자 봐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No Dogs on wet day !
6시가 넘어서자 상점들이 모두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럽 상인들이 대단한게 점심시간도 철저히 지키고 짧게 집중적으로 장사한 후에 일찍 문을 닫는데 그걸 모두 담합한다는 거다.
나만 잘 살겠다고 혼자 늦게까지 장사하는 사람이 없다.
블럭을 한바퀴 돌자 아까 입구쪽으로 나왔다
주차장을 찾아가는 길.
자전거에 올라탄 꼬마애가 울고 있다, 아마 킥보드 타다가 넘어진듯
주인 잘 만나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가 된 피터 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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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 크리스티나 로제티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개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A Birthday- Christina Rossetti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e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se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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