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3. 23:30ㆍCambodia 2014
쫄쯔남이 월요일이라 앞뒤 포함하면 쉬는 날이 총 5일이나 된다.
명절 기분에 뜰뜬 캄보디아 사람들과, 밤바람 쐬러 나온 관광객들로 시내가 꽉 막혔다.
그들을 감당하기에 씨엠립의 번화가는 너무 짧다.
중심지를 몇 백미터만 나와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한결 넓어진 도로 양편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호텔이 듬성듬성 세워져 있고 인도에는 걸어디니는 사람 한명 없이 한산했다,
고급스러운 커피숍에 도착했다.
이 늦은 밤에 관광버스가 한대 오더니 쿨럭쿨럭 관광객들을 토해 낸다.
가이드가 그들을 왼편의 과일가게로 안내하여 시식을 권하고 있다. 과일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순간 가격표에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는다.
그들을 처다보며 과일가게 맞은편 blue moon 커피숍으로 향했다
한국과 동일한 커피값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다 훌륭한데 손님이 별로 없다.
한 때는 여기서 차 한잔 하는 것도 패키지여행의 한 코스였다고 한다.
나는 카페라떼.
승주는 따뜻한 차만 연거푸 마셔댔다.
여행 첫날 승주에게 아예 돈봉투를 다 맡겨버렸으니 눈치 볼 일도 없고,
후배들이 다채롭고 맛있는 식단을 짜주고,
고급호텔 미리 예약해 재워주고,
매일 맛사지에 술에,
여행사 대표와 현지 가이드를 양쪽으로 끼고 다녔으니 살아 생전 이런 럭셔리 여행은 첨이다.
고마운 친구와 후배들 !
분 단위까지 세며 씨엠립 바닥을 뭉기적거렸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출국을 두시간 코앞에 두고 어쩔수 없이 일어났다.
공항가는 길은 인가도 없는데 가로등을 꼼꼼하게 정성껏 켜 놓았다.
한쪽에선 전기가 모잘라 장사도 못하고 컴퓨터도 못하는데...
골프장에 활주로 깔았나 ?
씨엠립 국제공항 청사는 딱 컨츄리클럽 하우스다.
약간 싸구려틱한 청사안에 안내방송이 울려나왔다.
알아들을 순 없지만 캄보디아 말이 베트남 말보다 좀 더 부드럽다는 걸 뒤늦게 느낀다
이 늦은 시간에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거의 다 far east 인종이라는게 좀 신기했다. 국제공항에서 흔히 보이는 서양인이나 아랍사람들이 아예 안 보인다.
승주는 계속 컨디션이 안 좋아 거의 반 눕다시피하고 있고...
난 혼자 신나서 화장실에서 쎌카질이다.
한국사람들이 게이트로 막 몰려 가길래 따라가보니 인천가는 비행기가 아니라 부산가는 임시 전세비행기였다.
몇 십분 간격으로 한국행 비행기가 뜰 정도로 한국사람 진짜 많다.
예정시간에 맞춰 우리도 개찰을 시작했다,
청사를 나오자 광활한 쎄멘 바닥에 비행기들이 몇대 세워져 있는데 너무 가까이 있어 퇴역 비행기 전시한 Air Show장 같았다.
버스처럼 앞 유리창에 행선지를 붙여 놨으면 좋으련만, 뭘 타야 되는건지 어리둥절하자 공항 직원이
' 저리가쇼 냉큼가쇼 ! ' 손짓을 한다.
아래 위성사진에 노란색은 씨엠립시내, 파란색 박스부분은 앙코르지역, 그 옆 희미한 사선이 공항 활주로다.
유적지보호 차원에서 앙코르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해 놓는 바람에 비행기 진출입이 보라색 화살표 방향으로만 이뤄지고 있었다.
활주로마저 짧아 양 복도식 점보기들은 아예 운항을 못 하고 중소형 여객기만 들어올 수 있다.
며칠 후 술자리에서 만난 정호가 이 공항을 회상헸다
" 여러모로 비행이 불편한 시골 공항이지만 활주로에 비행기들이 쪼르르 서 있는 모습이 참 정겨웠었는데 ... "
최근에 제 2공항 신축문제로 좀 시끄러운 잡음이 들린다.
" 프놈펜은 국제결혼 등으로 승객이 항상 많지만 씨엠립은 지금 여행 비수기라 자리가 널널혀, 발뻗고 가자구 ! "
항상 그렇듯 승주의 말을 전혀 의심없이 믿었는데... 쥐뿔 !
다리를 뻗기는 커녕 접어가게 생겼다, 버스같은 비행기가 미어터진다.
한국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다고 언론에선 난린데 해외여행은 딴 나라 이야기다.
나 볼 면목이 없는 건지, 진짜 한기가 드는 건지
이블 덮고 일찌감치 오관(五官)을 다 닫아버린 승주,
대한항공 기내 컴퓨터가 맛탱이가 가서 영화대신 모니터엔 BASIC, COBOL, C-언어 만 가득했다.
덕분에 대학교때의 추억을 떠 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기내에 실내등이 꺼지자 승객들은 자동으로 눈 감고 잘 자는데
난 의자도 불편하고 정신도 말똥말똥해서 자는 걸 포기하고 ... 위스키 온더락으로 한잔 부탁했다.
매일 밤마다 꺾었더니 일주일만에 이젠 술 없음 잠을 못 자는 알콜중독자가 되버렸다.
도착 2시간전인 새벽 4시가 되자 가벼운 식사가 써빙되었다
죽, 시리얼, 오믈렛중에 고르라 해서 씨리얼을 달랬더니 그것만 없다는 것이다.
장난해 ?
그럼 안 먹겠다고 팔짱 꼈더니 떼쓰는 어린애 같았나보다, 당황한 스튜어디스가 ' 다른거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 ' 묻길래 우유있냐니까 아래처럼 챙겨 주었다
밥상을 내려 놓고 사진을 찍었더니 또 다른 스튜어디스가 직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내가 뭐 컴플레인이라도 걸까봐 걱정됐다보다.
한국이 가까워오고. 여름에서 봄으로 돌아오니 슬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이번엔 내가 몸살 나는거 아녀 ?
◆ ◆ ◆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승주는 짐도 찾아야 되서 먼저 가고 나는 천천히 입국수속을 밟았다.
모니터에 방역소독 대상자라고 베트남 입국자 명단이 쭈르르 뜨는데 몸살난 승주도 걸린거 아닌가 불안해졌다.
참 우린 베트남이 아니라 캄보디아지 ?
수원행 리무진버스표를 살 때
내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 뒤에 사람이 새치기하듯 앞으로 나서자 표 파는 여직원이 짜증을 낸다.
확 현실감이 들었다.
먼저 버스에 올라 타 카톡을 보내는데 승주가 가까스로 도착했다.
왜 늦었냐고 물어보니
상훈이가 승주에게 안경테가 잔뜩 든 박스를 한국에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나보다. 짐을 찾는데 그 박스에 노란 쇠덩어리가 매달려 있더라는 것이다. 짐 들고 나오는 승주를 세관이 X 팔리게 ' 이리오쇼 냉큼오쇼 ! ' 부르더란다. 똑똑한 승주가
" 캄보디아에 뭔 좋은 안경이 있다고 밀수 하겠냐. 자원봉사하고 남은 거다 "
해명해 간신히 통과 되었다. 그런데 하필 그 짐은 내 이름으로 부쳤더라능 ...
" 하나아빠가 짐 없다더니 막판에 준비없이 이런다, 연꽃차는 그리 당부해도 사놓지도 않고... " 승주가 투덜댄다.
승주와 후배들 관계가 일부 필요에 의한 것도 있는거 같아 심히 안타까웠다.
그런점에선 난 주고 받을 것도 없는 무능력자라서 편하구나 자위해본다.
집으로 가는 영동고속도로.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차량들로 꽉 막혔다,
◆ ◆ ◆
5월 어느 날 아침. 짱이에게 설겆이를 시켰더니 빼롱빼롱 빠져 나간다.
" 니가 삼천년전에 이집트에 태어나서 피라밋을 쌓아봐야
천년전 캄보디아에서 태어나 앙코르왓을 지어봐야
중국에서 태어나 만리장성 쌓다가 떨어져 봐야... 아~ 집안일이 편했구나 ! 할끄야 "
밥상머리에서 아빠 잔소리가 한줄 더 늘었다.
'Cambodia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 부록 - 그리고 색칠하고 (0) | 2014.04.14 |
---|---|
21> 도찐개찐 형제의 나라 (0) | 2014.04.13 |
20> 톤레삽 호의 부초 (0) | 2014.04.13 |
19> 시력상실 어이상실 (0) | 2014.04.13 |
18> 여행업계의 pandora (0) | 2014.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