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3. 16:00ㆍCambodia 2014
톤레삽호수를 나와 시내로 들어오는 길
구릿빛 피부에 빨간 스포츠 브레지어만 걸친 섹시한 여인이 저만치 앞서 가는게 보였다
' 빨리 가봐 ' 란 말이 나오기도 전에 연정이의 발은 이미 엑셀을 깊이 밟고 있었다
드디어 차가 따라마셔 여인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쪽에서도 고개를 돌렸는데 ...
빨간색 앞치마를 요상하게 맨 시큼털털한 사내놈이었다.
언능 추월해 버렸다.
아름다운 씨엠립시내
금호아시아나에서 세워준 가로등
KOICA 에서 닦아준 도로
를 지나 어제 맛사지삽으로 갔더니 대낮부터 손님이 꽉 차서 빈 자리가 없었다,
연정이가 또 다른 곳을 찾아서 우리 둘만 내려 주었다.
여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별채식으로 되어 있어 더 고급스럽고 가격도 비쌌다.
맛사지 받고 샤워까지 하고 나와보니 벌써 깜깜해 졌다
오늘 저녁은 평양랭면집에서 공연을 보며 먹기로 했다.
맛사지샵도, 여기도 관광버스들이 주차장에 꽉 찼다. 주차요원이 자리를 만들어줘 차를 세우고 내리는데 승주가 자기는 옆 식당에 가서 따뜻한 거 먹을테니 우리 둘만 평양랭면집에 들어가라고 한다.
낮부터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더니 제대로 탈이 나부렸다. 그럼 우리도 따뜻한 거 먹자고 옆 식당으로 향했다. 연정이에게 걱정스레
" 여기다 주차하고 옆 식당에 가도 돼 ? "
" 팁 주면 돼요 ! "
꼬레가든.
승주와 연정이가 이 식당 얘기를 몇 번 해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남자가 승주와 안부인사를 하는데 뒤따라온 연정이와 나에겐 흔한 눈인사도 없어 좀 뻘쭘하게 서 있어야 했다.
넓은 홀엔 손님이 한명도 없다. 옆 평양랭면집은 대박이던데 ...
씨엠립에서 한국식당으로 살아 남으려면 맛보다 더 중요한게 어쩌면 비즈니스일지도 모른다. 적은 교민으론 도저히 유지가 안되고 뜨네기 단체손님을 유치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현지여행사를 잘 구워 삶아야 하지 않을까 ? 첫인상이 비즈니스맨은 절대 아니다.
홀을 지나 내실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여기도 역시 텅 비었다
만두전골로 주문
낮에 연정이가 팔찌를 두개 가져와 승주 하나 채워주고, 내 팔목에 채워 보더니 꽉 쪼이자 그냥 가져 갔엇다,
" 팔뚝만 굵어 ~ " 핀잔 한번 하고.
검은 게르마늄 팔지를 하나 꺼내 내 팔에 채워준다. 선물이란다.
사람 맘이 참 간사하다. 이런 거 차고 다니는 사람들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갑자기 되게 근사해 보이고 적혈구가 자석에 막 끌려와 피가 팍팍 도는거 같았다, 시계 잃어버려 허전한 팔목에 지대로 임자 만났다. 역시 비워야 채워진다니까.
더 신나는 건 승주는 누리끼리해서 싼티나는 '팔에감어'
난 검은 티타늄같이 부티가 줄줄나는 ' 파레가머' 라능...
캄보디아 써빙녀가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잠시후 만두전골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고, 한 접시씩 먼저 덜어 주고 나도 한 숟갈 뜨는데...
얼라리요 ?
순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거 같은 환상을 느꼈다.
미원이 들었는지, 요리사가 수십년 전 캄보디아에 넘어 왔는지 그건 중요치 않았다.
잃어버렸던 옛맛을 여기서 찾았다.
추억을 음미하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사방이 깜깜해졌다.
숨이 탁 멎었다. 정전 !
숟가락이 코로 가는지 눈으로 가는지, 식탁 어디다 내려놔야 될지, 완벽한 암흑속에 모든게 묻혀 버렸다.
연정이가 스맛폰을 켜자 그제서야 한숨이 제대로 나왔다.
식당주인이 뒤늦게 양초를 가져다 놨지만 입맛은 이미 도망가 버렸고
우리의 대화도 완벽한 어둠에 제압당해 말문이 막혔다,
지금껏 살면서 몰랐는데 내가 야맹증이 있나보다. 연신 헛발을 디디며 휘청휘청 어두운 식당 내부를 통과해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그 와중에도 주인남자는 식대를 잊지 않고 챙겼다.
길가로 나와서 주변을 살펴보니 이 식당만 불이 나간게 아니라 일대가 다 정전이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만 저기가 길이라는걸 알려줄 뿐, 동네고 나무고 가로등이고 모든 익숙한 것들이 무서울 정도로 낯설어졌다.
전기가 발명되기도 훨씬 전에 여기 앙코르 땅엔 밤마다 이런 어둠이 깔렸을거고 사람들은 익숙하게 살아왔겠구나.
역사속 시간여행을 지대로 하는군 !
연정이에게 물어보니 요즘처럼 더울 땐 하루 한번은 정전이 된다고 한다.
정전되면 20~30분에서 몇 시간까지도 불이 안 들어와서 괜찮은 아파트나 상가등은 곧바로 자가발전기를 돌린다고 한다.
프놈펜, 바탐방에 이어 캄보디아 제 3의 도시인 씨엠립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달리 할게 없으니 차에 올라타고 시내로 향해 무작정 달렸다
번화가가 가까와졌나 ? 여기는 뜨문뜨문 간판불이 켜 있고 가게 안이 환한 곳이 보였다
시내 중심 사거리에 도착하자 여기는 정전이 안 됐었는지 불야성을 이루었다
승주가 연꽃차를 산다고 해서 씨엠립에서 가장 크다는 마트로 갔다
씨엡립에 이런 마켓이 생긴지도 몇년 안되고 그중에 이 Lucky 가 제일 크다고 하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동네수퍼 정도 크기였다.
외국인도 많이 보이고 꽤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마침 아이스크림 코너가 보여, 하나씩 먹고 가자고 자리를 잡았다,
승주에게 ' 아이스크림 무슨 맛으로 먹을 거냐 ? '고 물어보는 실수를 저질렀다.
몸살 난 승주는 아이스크림은 커녕 따뜻한 물도 못 얻어 먹고 우두커니 앉아 우리 먹는 것만 구경해야 했다.
요 아이스크림 한컵이 1 $. 여기 소득수준으론 상당히 비싼건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조그만 아이스크림 코너애 딸린 종업원도 꽤 많아 보이던데 한결같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여기 오래 산 연정이에게 물어봤다.
씨엠립이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런게 없었다. 최근 몇년 사이에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외국 원조가 어마어마하다. 병원 지어주지, 도로 내주지, 돈 갖다주지, 거져 빌려주지...
문제는 윗대가리들이 천억중 오백억을 착복해서 빈부격차가 심하고 하층민들은 그 부조리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
PK (부산 경남)
국가 의전서열 10위 이내에 8명이 (대구인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9명)
국가 3대 권력인 입법 사법 행정수장 모두가 PK 독무대인 한국.
지형학적으로, 우생학적으로, 수의학적으로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
나와서 보니 뭐 캄보디아나 한국이나 도찐개찐이다.
과일모양 비누를 만지작 거리니까 승주가
" 의외로 비싸. 이리 와~ " 하며 잡아 끈다.
승주 뜨거운 차라도 한잔 먹이려고 근처 카페를 찾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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