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짐승은 대가리, 사람은 머리입네다

2014. 4. 8. 22:00Cambodia 2014

 

 

 

조금 지루해질 즈음

' 맛사지 받으러 가실래요 ?  ' 란 말에 엉덩이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근육 뭉친 데도 별로 없고, 다른 사람이 내 몸 만지는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건 국내 문제고...

 

러시아 친선병원을 지나자마자 대지가 온통 젖어 있었다. 여긴 비도 행정구역 경계선을 확실히 지키나보다.

 

상훈이가 나무가지로 가려진 ' MASSAGE 1h 3 $ '  이란 글자를 용케 읽고 앞 마당에 차를 댔다.

 

허름한 점포, 뜻 모를 글자, 한 덩치하는 여자들... 혼자였음 절대 들어갈 엄두가 안 났을 분위기.

검게 선팅한 현관문엔 여래신장을 날리는 주성치의 손바닥이 찍혀 있어 쿵후도장 같은데, 두 보디가드만 믿고 따라 들어갔다 

 

실내 수준도 실외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복도 양편으로 방이 다닥다닥 붙은 여관구조. 차디찬 타일바닥에 매트리스만 3개 깔려 있다.

누렇게 때 낀 바닥을 일부러 외면하며 화장실에 가보니 변기 깔판도 없고 방보다 딱 다섯배 더 불결해 보였다. 깨끗하려고 들어갔다가 더 더러워져 나온 듯 찝찝하다.  

 

 

땀이 난 옷을 다 벗어 한켠에 밀쳐두고, 반바지로 갈아 입고 누우니 잠시 후 맛사지사 두병이 들어와 TV부터 켠다

다리부터 주무르기 시작하는데 그 나른함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

아직도 왼발에서 더 이상 진도가 못 빼고 있고,  이건 맛사지인지 스킨쉽인지 간지럽고, 가끔 수십초씩 손길이 멈추기도 하고... 살짝 눈을 떠보니 두 맛사지사가 넋을 뺀채 벽에 걸린 TV 를 보고 있었다.

황당해서

" 이봐~  이쪽 다리도 있어 " 나즈막히 부르자 그제서야 누런 이를 드러내며 계면쩍게 웃는다

 

20분 같은 두시간이 벌써 지났나보다.

하품을 하고 나오며 계산 하는걸 보니 16 $ 가 나왔다. 한시간에 3 $ 인데 에어컨 있는 방은 4 $ 두 시간이니 8 $ 두명이니 16 $.

산수는 맞는데 ... 싼줄 알고 신선놀음했더니 도끼자루가 다 썩었다

 

비닐봉지에 담긴 수박 한 조각 얻어먹으며 오후의 거리로 나왔다

 

왠 새집 ?

나름 공 들여 만든 통나무 저택에 사탕과 달고나를 수북히 바친 ...사당이었다

 

 

이번 여행길에 승주가 침좀 가져오라고 특별히 부탁했었다.

안경점에 도착해 침과 소독솜을 챙겨 이층으로 올라갔다. 상훈이네 식구와 장모님이 기거하는 살림집이 꾸며져 있었다.

 

장모님은 당뇨, 하나는 치질. 상훈이는 구안와사. 하나엄마는 요통

가족중 성한 사람이 없다.

 

객지에 나와서 아플때 젤 서럽다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까이꺼~ 기꺼이 !

 

 

 

●    ●    ●

 

 

승주가 이번 여행에서 전통 결혼식도 볼 수 있을 거라 해서 기대가 많이 됐고, 그 걸혼식이 삼만엥의 동생이야기란 걸 공항에서 알았고 어제 삼만엥의 행실을 보고 급 실망했고, 오늘 아침 약속을 하고 가서 다시 믿어 봤고, 약속한 5시는 다 되어 가는데 전화 한통 없고... 다음에 또 진찰해달라고 하면 수의사를 소개시켜 주는게 맞는거 같다.

 

저녁 먹기 전 잠시 쉬러 호텔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무도 삼만엥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퇴근시간이라 길이 많이 막혔다.

 

 

 

 

 

 

캄보디아에서 수세식 공중화장실을 지으면 하루도 못가 동네 사람들의 빨래터와 목욕탕과 식수대가 될 것이다.

이 나라에선 내가 정치를 해도 답이 안 나온다, 

 

 

 

 

 

방에 와 샤워하고 냄새 안 나게 옷 갈아입고 저녁먹으러 나오자 마자

곧바로 땀이 삐질거린다.

 

 

★   ★   ★

 

 

원래 맨 마지막 날 코스인데 오늘 저녁때 모시고 간다고 상훈이가 잔뜩 바람을 넣는다.

어두워진 시내, 무질서한 거리를 뚫고 도착한 곳은 ' 평양대동강 식당 '

 

비즈니스에 필수인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프랭카드 하나 없이 외관부터 인민사회주의 이념이 살벌하게 풍기는 곳.

들어가면 저녁밥을 주는게 아니라 취조실로 끌고가 물고문을 줄 듯한 분위기.

 

입구에 들어서자 한복을 입은 아가씨가 양쪽에서 문을 열어주며 특유의 북한말씨로 인사를 한다.

쫄아서 제대로 얼굴도 못 처다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후배들이 와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승주도 몇번 와봐서

2층 홀에 유니폼 입은 아가씨들이 기억하고 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상훈이가 지정좌석처럼 맨 뒤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왜 무대 바로 앞으로 안 가나 ... 했는데 나중에 알았다

이 자리가 아주 명당인걸. 

 

 

조금 긴장이 풀리자 비로소 식당 안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이 많지는 않았는데 손님 테이블마다 여직원이 한명씩 서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건배를 하고 빈잔을 내려놓으며 멍때리는데 갑자기 여직원이 술을 따라준다.

어젯밤 식당에서도 그게 신기했었지. 아 이게 캄보디아의 술문화구만 !

밥 먹으러 온 식당에서 야들야들한 아가씨들의 술잔을 받을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이런 서비스 받으려면 ...  

 

북한식당이지만

한국산 참이슬도, 김치냉장고도 있고 독일산 맥주도 있고... 여긴 이미 통일을 이뤘다.

 

반찬들 비쥬얼은 투박하나 고유의 맛이 있다

 

깻잎전이나 묵무침도 집밥 먹는것 같았다

 

 

김숙영 동무

스무살 때 여기 와서 3년 근무가 거의 끝나 얼마 있다가 귀국한고 한다. 왜 가냐니까 더 나이들면 시집 못 간다고 너스레를 떤다. 귀국할때 무슨 항공을 타고 가냐고 물었더니 11차 타고 간다고 한다. 뭔 말인가 했더니

"  11차 모르십네까 ? 거짓말하지 마시라요. 아시면서 ~ "

"  진짜 몰라요 "

"  두 다리로 걸어간다~ 말입네다 "  라고 깔깔댄다.

평양가서 한의원 할까 ? 했더니

"  일단 와~보시라요 " 하며 살짝 빠져 나간다.

3년 임기가 끝나도 본인이 원하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귀국한다. 여기 생활이 오히려 더 자유가 없고 가족들이 보고 싶어 그렇다고 한다.

 

 

 

이은경 동무.

유난히 수줍어 하고 말수가 적어 신입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말문이 트이자 의외로 농담도 잘 받아치고 내 말에 웃음을 참느라 커튼 뒤로 숨기로 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웃기도 했다.

상훈이 말로는 왠만한 남자들이 은경동무를 웃겨 보려고 애를 쓰다 실패했는데, 저런 모습은 첨 본다고 놀려댔다.

은경동무가 내 직업을 듣더니 자기 아버지도 평양에서 심장외과의사라고 하며 경계를 풀었다.

 

계속 옆에 서 있길래 힘들까봐 앉으라고 해도 절대 합석은 안 했다.

 

 

유영미 동무

항상 웃는 상에 보조개가 인상적인 아가씨.

해외에 나가려면 북한에서 정규학교 졸업 후 공장이라는 곳에서 3년간 악기와 무용 무술등을 배워야 된다. 

거기서 태권도도 배우는데 새끼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을 제압 할 수 있다고 했다. 잘 하냐고 물으니 자기 몸 보호 할 정도는 된다고...

보통 그 공장에 들어가려면 집안 출신성분도 좋아야 한다. 그 이유중 하나가 본인이 외국에 나가면 그 가족들이 몰모로 잡히는 것이다.

 

 

새료리 ? 

언뜻 봐서는 모르겠더니 새요리 즉 ' 신메뉴' 란 뜻이었다  그 입간판에 ' 참치대가리 ' 란 메뉴가 시선을 끌었다.

"  대가리는 돌대가리 새대가리처럼 나쁜 의미로 쓰는데 먹는 음식에 대가리라고 쓰니까 어감이 안 좋네. 참치머리로 쓰면 좋겠다 "

라고 했더니, 딱 뿌러지게 한마디를 한다

"  짐승은 대가리고 사람은 머리입네다 ! "

그녀들 기준으로는 돌대가리나 소머리같은 말은 어법에 안 맞는 것이다. 그 확실함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8시쯤 공연이 있다해서 기대하고 있는데 시간이 됐는데도 여직원들이 준비를 안한다. 

물어보니 오늘은 공연이 없다고 내일 와서 보시라고 한다.

 

 

 

아까는 사진을 못 찍게 하고 지우라고 하고 장난으로 카메라를 뺏고 하더니

나중엔 친해져서 다른 테이블에 가지도 않고 우리 주위에 다 모여서 자발적으루다가 단체사진도 찍었다.

이 자리가 명당이라고 한 이유는

여직원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고 웃고 떠들어도 앞쪽 손님들에게 방해가 덜 되기 때문이었다

 

 

10시가 거의 다 되자 우리 테이블만 남았다.

자연스럽게 통일노래를 주고 받으며 합창했다. 술 먹으며 이런 건전가요을 부를 줄은 몰랐다. 술이 확 깬다.

 

   즐거우면서도 짠하기도 하고

   순진한거 같으면서도 평양기생 같기도 하고

   느슨한거 같으면서도 규칙이 엄격하고

   식당인데 요정같기도 하고

   직접 보면 이쁜데 사진으론 덜 이쁘고

   술이 취한거 같은데 정신은 말짱하고...  양면의 아수라백작이 된 것처럼 혼란스러워 졌다.

그런 나를 보고 상훈이가 " 그래서 마지막에 모시고 오려고 그랬던 거예요 " 한다. 

 

여러 이유로 북한식당을 이용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 개인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나는 한번은 꼭 가봐야 할 곳이란 생각이다.

북한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통일도 뭘 알아야 잘 할거 아닌가 ?

 

 

이런 미묘한 기분을 달래려면 독한 양주가 필요하다는데 간만에 의견 통일을 이루어 

2차 출발 !

 

 

프놈펜의 밤이 여기저기서 빨갛게 익어간다...

 

 

 

'Cambodia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살려고 태어났다 Born to be alive !  (0) 2014.04.09
5> 죽어야 졸업하는 여고  (0) 2014.04.09
3> 힘이 정의인 세상  (0) 2014.04.08
2> 안경 쓴 놈은 다 죽여 !  (0) 2014.04.08
1> 백수에서 황태자로   (0) 201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