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벤탄마켓 로드무비

2014. 2. 19. 11:00Vietnam 2014

 

 

 

호치민의 2월 밤은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늘했다. 어젯밤 널어놓은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로비에 가서 아침식사 장소를 물어보았다. 한층 더 내려가라고 한다.

식당은 건물 안쪽 깊숙한 곳, 창문하나 없는 삭막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과일, 빵, 쥬스, 커피, 연유, 면볶음, 계란, 쌀국수등 있을 건 다 있고 맛도 좋았다. 내가 쌀국수를 떠 왔더니 직원이 다시 가져가 뜨거운 국물을 몇 번 넣고빼고 해서 다시 만들어왔다. 팍치등 향신료가 좀 강했지만 닭고기와 면이 훌륭했다. 

 

 

 

 

 

벽에 나짱까지 450km, 호이안까지 550km 라고 적혀있다.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호이안까지 가는 건 어찌 가겠지만 오는 것까지 꼬박 이틀을 버스에서 보낼 체력이 있었던가 ? 갑자기 호이안이 그렇게까지 갈 가치가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만족스럽게 먹고 바나나 하나 들고 방으로 올라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씨클로 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

   베트남 전통모자 논(Non)을 쓰고 신문을 팔러 다니는 행상

   어젯밤 술판이 끝난 자리,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쓸어 담는 아줌마 ...

호치민 뒷골목을 내려다보며 담뱃불을 붙였다. 반도 못 폈는데 입안이 얼얼하다. 꼭 독한 말보로 피우는 것 같다.

이 시끼들이 오리지날이라더니 포장만 다르고 속은 다 똑같은 거 아녀 ? 그래서 어젯밤 코가 그렇게 망가졌구나.

이 방도 3박에 78 $ 정도면 괜찮은 거 같다. 바퀴벌레랑 며칠 침대좀 나눠쓰지 뭐 ...그 침대에 누워 10시부터 1시간 잠이 포옥 들었다

 

프런트로 내려와 오늘밤 Saigon by night 투어를 신청했다. 인당 35 $, 4인이면 30이래서 32 $로 깎았다.  

벤탄마켓(Ben Thanh market)이나 구경하자고 거리로 나왔다..

 

 

사거리에서 건널 엄두를 못 내고 엄청난 오토바이 숫자를 세고 있는데 씨클로 기사가 다가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라니까 공책을 가져와 한국인이 쓴 글을 보여주며 타라고 한다.

목숨을 버리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어라 Seventeen saloon이 여기 있네 !  있다 가야지 ㅋㅋ

 

 

 

 

 

 

 

 

공원끝 광장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동냥하는 애들 대여섯이 떼로 몰려와 내 옆 자리에 앉더니 배를 만지고 손을 벌린다.

“야, 나도 배고파. 니가 날 줘 ” 했더니 내 행색을 보고 더 이상 조르지 않았다.

애들은 가벼웁게 제압했는데 강적을 만났다.

쓔쌴보이(shoes-shine boy)가 다가와 내 신발을 보며 닦으라고 한다.

운동화를 닦으라는 것도 웃기고 예전 터키에서 당한 경험도 있어서 개무시했는데 이 놈이 칫솔로 내 운동화를 닦기 시작했다. 됐다고 해도 계속 하길래 일어나려는데 내 왼발을 잡고 신발을 벗기려고 했다. 나도 갑자기 성질이 나서 인상 확 쓰고 단호하게 “ Don't touch ! ” 하며 자리를 피했다.

 

 

 

 

벤탄마켓 앞 로터리까지 왔다. 역시 씨클로 기사들이 몰려와 귀찮게 굴었다.

한 페이지를 예쁜 한글로 채우고 500원 동전까지 붙여놓은 노트를 보니 웃음이 났다.

무시해도 계속 말을 걸길래 ‘ 마켓에 친구가 기다린다 ’ 니까 그 말이 썩 효과가 있었다.

 

 

 

 

내가 들어간 입구쪽은 동대문 두타처럼 옷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 옷가게에서 커피 마실 곳을 묻자 알려주며 뭐라고 한다.

" 엥 ? "

" 마시고 다시 오시라구요 "

" 엥~ " 

그 방향으로 가자 역시 밥쟁반을 들고 배달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보였다.

 

 

 

 

칸칸마다 있는 코너가 그게그거 같아 가까운데에 앉았다.

맛있어 보이는 쌀국수 가격이 40~50 이라 써있다, 먹어보니 족발도 들어있고 꽤 맛있었다. 남자점원이 손님들을 자기 코너에만 앉히는게 아니라 옆 코너가 비었음 그리로도 앉혔다. 상부상조가 보기 좋았다.

다 먹고 5만동(2,600원)짜리 한 장을 내고 잔돈을 기다렸는데 줄 생각을 안 한다. 불러서 물어보니 큰 사이즈는 50인데 나한테 큰 그릇을 줬다는 것이다. 잘 먹고 약간 기분은 상한다.

 

 

 

이 쌀국수 이름이 hu tieu mi gio heo,

 

커피는 어디서 마실까 ? 메뉴판을 보니 옆 카페는 카페쓰어다(caphe sua da))가 20인데 저쪽은 15다.

그래서 거기 앉아 시원달콤한 카페쓰어다를 한잔 마셨다.

내가 얼음을 빨대로 휘젖고 있으니까 옆에서 말없이 점심을 먹던 청년이 스푼을 챙겨주었다. 사람들이 사탕수수 쥬스를 사 먹길래 옆 청년에게 쥬스 이름을 물어보았다.

" 7천동이라며, 왜 메뉴판에는 만동(520원)으로 써 있어 ? " 했더니

얼음 넣으면 만동, 얼음 빼면 7천동이라고 한다. 얼음 빼고 한잔 달라고 해 마셔봤다.

수수대만 짠건데도 의외로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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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말았다.

   쓴 컵을 들통에 담가 행주로 한번 쓰윽 문대니 새 컵이 되고 행주를 꺼내 그 물위에서 짜는 것을 ...

   큰 얼음덩어리를 부수어 이 사람 저 사람이 막 퍼 담아 가는 모습을...

베트남 오면 비위생적인 얼음 조심하라고 했는데 깜빡 잊고 너무 더워서 열심히 다 빨아 먹었는데...

 

일어나며 돈을 주니 사탕수수 쥬스 값을 만동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옆 청년에게 얼음 안 넣은건 7천이라며 ? 물으니 얼음 안 넣으면 내용물이 더 많이 들어가니 만동이라는 것이다.

그럼 저 메뉴판에 만동이라고 쓴 건 얼음이 없는 거야 ?  카페쓰어다는 얼음 들어있다고 더 비싸잖아...

아 복잡해. 이 시장 계산법

※ 아마도 7천동은 시장 상인끼리의 정가인가보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행기간중 큰 도움이 되었던 스틱.

 

시장 뒤쪽으로 나왔다. 상인들이 내가 도촬 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장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동양인 남녀학생이 다가와 길을 물었다. 알려준 후에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중국인이었다. 나는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이다.

나를 베트남 사람으로 봤다는 건데 하루 만에 완벽하게 현지화 된 건가 ?

 

 

 

 

번잡함을 피해 한적한 거리로 들어섰다.

50대로 보이는 장애우가 보도 한복판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서로의 가느다란 다리를 보여주며 동병상련을 나누는데 ‘ 넌 그나마 걸을 수 있으니 더 낫지 않냐 ’ 고 한다.

행상여자가 나에게 물건을 팔러 다가왔는데 그 장애인이 뭐라 하자 곧바로 물건을 내려 놓고 나를 손님에서 그들의 친구로 받아주었다.

핸들 없이 손으로 움직이는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자 타보라고 한다.

장애우가 윗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데 2천동 짜리가 몇장 보였다. 그걸로 점심 먹는다고... 그래서 기꺼이 돈을 꺼내 3천동을 주었다.

 

 

 

 

 

그들과 헤어져 가다 뒤돌아 손 흔들며 그 거리를 떠났는데 가만히 환산해보니 내가 그에게 준 돈은 고작 156원이었다.

숫자에 현혹되어 많은 돈인줄 알았다.

아,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두번 자본 솜씨가 아니다.

잠버릇이 고약한 나는 저렇게 자다 떨어져 비명횡사할듯

 

 

길거리에서 DAEWOO 글자가 찍힌 엔진커버와 변속기를 분해해 씻고 있다.

우리가 버린 부품이 베트남에서 장기이식되어 몇 명을 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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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 길에 그늘이 시원한 공원 벤치에 앉아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행인이 내가 풀러놓은 시계를 가르치며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한다.  공원에 한 남자도 다가와 ‘알리바맛’ 이라며 소지품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

화장실 앞에 앉아 있는 부량자, 쓰레기통 뒤져 재활용품 수거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땀을 많이 흘려 숙소에 도착하면 물부터 사먹어야겠다 했는데 마침 길거리에서 마실 것을 팔고 있다.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생수 한병을 꺼내 얼마냐고 물으니 만동짜리 지폐 한 장을 보여 준다. 아줌마가 쥐고 있는 까치담배에 눈길이 갔다.

"  한 개에 얼마야 ? "  손가락을 두 개 펼친다. 2천동(104원)

그냥 물만 사 먹었다.

 

 

 

공원은 학교 운동장도 겸하고 있었다. 옆 학교에서 4개 반이나 나와 체육시간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챙피해 할까봐 자리를 피해줬다.

 

 

 

 

 

 

 

 

 

 

드디어 숙소가 있는 골목에 다시 무사히 돌아왔다.

장 한번 보러갔다가 Road movie 를 찍고 왔다

 

 

호텔에 들어와 로비에서 6천동(312원)주고 생수 큰병을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의 딱 반값. 바꾸지 못하게 상표가 다른 물이다.

나같이 멍청한 사람들은 돈 번줄 아는데 호텔 입장에선 물 한병 판 거다. 미끼 걸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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