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이탈리아 국경넘기

2002. 4. 22. 17:38France 2002

 

 

 

3:00

몽블랑 터널 (12 km) 통행료가 거금 30 € 다

우리나라 같으면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통과했을 텐데 20km 정도로 통과시간만 20분이 걸렸다.

1965년 개통되었는데 97년에 큰 화재가 발생하여 그이후엔 엄격하게 속도를 통제하고 있었다

 

 

3:20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이탈리아 검문소다.

국경을 첨 통과하니 좀 어리둥절하게 지나가려는데 덩치 큰 털보 경찰이 우리차를 세운다. 차안을 험상굳게 둘러보더니

" 유럽인이냐 아니냐 ? "

" 아니다 "  했더니 여권을 달래서 사무실로 가져가 한참만에 나온다

 

차 트렁크까지 대충 뒤지더니 여권을 돌려준다. 유럽인 이외는 다 검사해야 한다고 나름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기분이 풀어졌다. 


이런 저런 예기 해보니 인상과 다르게 농담도 잘 한다.

경재랑 기념사진 찍고 인사하며 국경을 넘었다.  38선도 이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를 고속도로로 빠르게 지나가며 주마간산격으로 경치를 보니 프랑스와 대조적으로 색이 바랜 건물과 방치된 고성들이 많이 보인다

 

  

이탈리아 쪽 몬테비앙코도 지나가다보면 스키 곤돌라가 있긴한데 프랑스쪽에 비해 경사가 심해서 관광객들이 별로 없었다

  

터널에 진입해서 경재한테

" 아빠가 터널 불을 껐다 켰다 해볼까 ? " 하며 헤드라이트 불을 켰다껐다 하니 반사판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게 꼭 조명을 내가 작동하는거 같았나보다. 엄청 신기해하는데 그 원리를 최근에 알려주었다.

 

 

 

 

 

 

  

한참 내려가니 도로표지판에 Turin (토리노)가 나온다. Milan 은 밀라노

 

 

5:30

토리노 외곽을 고속도로로 돌아서 E74 국도로 빠지는데 무인 톨게이트다

어떻게 정산하고 나가는지 몰라 버벅대고 뒤에 차들은 밀리고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으니 길건너 흰 머리의 키가 약간 작은 전형적인 이태리 시골 할아버지 같은 분이 뛰어와 도와주며 생끗 웃어준다.

" 감사합니다 "  연신 머리 조아린후에 무사히 한적한 변두리로 빠져나올수 있었다.
 

 

6:00 

Cuneo 시내의 달팽이 화장실

 

먹을거리 좀 사러 시내슈퍼에 잠간 들렸는데 계산대 아줌마가 브리짓 바르도 같은 스타일로 엄청 미인이였다  와이프도 인정할 정도로 ...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이탈리아말을 모르니 실례될거 같아 못 찍은게 아쉽다
 
멋쟁이 할아버지도 있고

 

 

  

사람의 인생보다 더 오래된 건물속에 묻혀 살면 무슨 느낌일까 ?  스스로가 힘없이 느껴지진 않을까 ? 

내 주변엔 다 나보다 젊은 건물들이라서 ...잘 모르겠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대체로 키가 작은데 이쪽은 북부지역이라 그런지 좀 길다.

 

이 시골에 우리나라 국기가 왠일인가 보니 2002년 월드컵 기사. 

축구엔 관심이 없지만 생각지못한 곳에서 태국기를 보니 반갑다

 

 

6:30

쉬어 갈겸 바나나도 먹고 마을 옆에 흐르는 시냇물가 산책도 하고...

  

건물 아래 보이는 담배가게 간판(Tabacchi)을 아쉽게 바라보며...

  

다시 차에 올라 시내를 벗어났다. 멀리 아펜니노 산맥이 보인다. 저 산들을 넘어야 지중해다.

 

특별히 어디까지 간다는 목적지는 없었지만 최소한 오늘 밤까지는 지중해에 닿고 싶었다.

어둑어둑해지고 길은 점점 무서워진다. 좁고 어두운 산속 터널을 들어가도 마주오는 차 한대 없다. 

길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을 수시로 넘나든다. 

집 몇채있는 동네 한가운데 길도 속도를 안 줄이고 달렸다.

 

 

폐광마을 Limone 

어짜피 이런 동네는 우리가 하룻밤 잘 숙소도 없을테니...

 

 

A

  

B

  

A + B

산을 굽이돌다 보니 왠 마을이 산위에 저렇게 세워져 있다.

현실세계같지 않은 약간 무섭고 괴이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올라가보면 안될거 같은 산적들만 모여 사는 폐쇄된 공간같은...

 

9시가 넘어서야 산속을 뚫고 나와 지중해 망망대해를 볼수 있었다.

큰 고무대야에 가득찬 물처럼 바다가 출렁거린다

제법 큰 바닷가 도시인데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길을 물으니 이태리어로 받아친다.  여기는 Ventimiglia.
난 지금 프랑스여행중이다.

이탈리아에서 놀면 안된다는 법도 없는데 불법체류자처럼 프랑스가는 길을 물어 차를 돌렸다. 길은 왕복 4차선으로 넓어지고 왼쪽에 지중해를 끼고 국경을 넘었다. 밤이 늦어서인지 검문소는 있지만 사람이 없다

멀리 노란색 조명을 받은 도시가 모습을 보이고 우리는 비로소 불안한 맘을 가라앉힐수 있었다.

 

Menton (망통) 이다. 프랑스 땅

 

 

9:00 

오늘은 더 이상 갈 체력도 시간도 안된다. 해안가 근사한 호텔들이 몇개 있어 한군데를 들어갔더니 숙박비가 너무 비쌌다.

할인 프로그램을 물어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크지않은 규모라 주인 맘이었다

시내로 들어가면 좀 싼곳이 있다고 전화로 여기저기 통화해보더니 주소랑 호텔이름을 적어주었다. 모르는 길을 몇번 유턴해가며 찾아갔다.
호텔 데스크에 서있는 북아프리카 계통 혼혈의 남자가 "그런 전화 받은 적 없다" 고 제값을 부른다
갑자기 '이것들이 동양인 받기 싫으니가 비싸게 부르고 깎아주지도 않는거 아냐 ?' 란 생각이 들어 은근 화가 난다.   자유롭게 하는 여행의 이면엔 이런 피곤함이 항상 따라다닌다. 
' 이젠 쉬나보다'  싶어 차트렁크에 짐빼들고 로비에서 장난치는 애들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며 차에 다 태웠다.
 

소개받은 호텔의 열쇠고리가 배모양이여서 찍어봤다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도 화가 안 풀려 " 오늘 다 차안에서 자자 ! " 소리를 지르고 시동을 껐다.

가장이 짜증내니 온 가족이 기가 팍 죽었다.

 

차창밖으로 고요한 지중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화도 서서히 풀려서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잠깐 눈붙일 것도 아니고 좁은 차안에서 밤새 잔다면 내일 컨디션이 엉망될거 같아 처음 찾아간 호텔로 기어 들어갔다.  

 

  

10:30

너무 피곤해서 객실 사진하나 못 찍고 그냥 쓰러져 버렸다.

여행의 맛은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긴 하지만 오늘같으면 집생각이 간절하다

 

 

오늘 이동 경로

 

 


'France 20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 Monaco  (0) 2002.04.23
40> Menton  (0) 2002.04.23
38> 몽블랑과 몬테비앙코  (0) 2002.04.22
37> 알프스의 basecamp, 샤모니  (0) 2002.04.21
36> 알프스 설산으로 빨려들다.  (0) 200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