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한국의 PC방보다도 못한 ...

2013. 11. 26. 09:00Philippines 2013

 

 

 

 

 

룸메이트는 또 새벽에서야 들어왔다.

어제 요 앞 카지노에서도 안 보이던데 밤새 어디로 잠수했던걸까 ?  마닐라 앞바다는 아닐테고...

 

 

 

"  형 ! 어제 요 앞 카지노 갔는데, 이쁜 애들은 다 거기 다 있더라구요 ? "

"  거기는 3류야. 미스필리핀 같은 쭉빵 애들은 다 solaire 에 있어. 내가 어제 거기를 갔는데... "

음 슬슬 불기 시작하는구나,

<인용사진>

 

 

아침먹으로 이동할때 운희형이랑 둘이 택시를 탔다

45 peso 나왔는데 60 peso 주며 잔돈은 팁이라고 챙기라고 했다.

 

또 그 고기집에 왔다.

이제 슬슬 신물이 넘어오려고 하는데... 이 팀은 열흘간 마닐라 있음 열번이상 여기 올 기세다.

 

 

 

 

운희형이 구름과자 먹으러 밖으로 나갔는데 맞은편 부동산 컨설팅에 Dream girl 이 건너와 투자권유 찌라시를 줬다.

공항에서도 유독 운희형에게만 뭐 하라고 접근하던데 ...  돈 냄새가 나나 ?

 

오늘도 어제 아침처럼 각자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난 비빔밥을 시켜봤고 일행들은 -남의 떡이 커 보였는지- 어제 옆사람이 먹은 걸 기억해서 주문했다

써빙을 받는 남자애가 적지도 않고 잘 기억했다. 한번 더 와서 확인을 해도 정확했다

필리핀 애들이 산수나 기억력이 떨어져도 역시 훈련 받으면 달라진다. 엄청 빠릿빠릿해서 맘에 들었다

 

우리가 다 먹고 거의 일어나려는데 운희형이

" 내꺼 아직도 안나왔어 ~ " 하며 볼멘 소리를 한다.

확인해보니 나중에 시킨걸 빼먹은 거였다. 그래도 취소할 수 없어 기다리다 늦게 밥상을 받았는데

갈치구이가 겉은 노르스름하게 잘 익었는데 속은 회를 쳐도 될 정도로 싱싱했다 ㅋㅋ

 

 

 

호텔로 들어갈때 또 트라이시클을 불렀다. 운희형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50 peso 를 달라고 했다.

"  얌마.  택시비도 45 peso 야 ! "  하자 자기도 멎쩍은지 그냥 웃고 사라졌다.

다음 거 20 peso (510 원)에 쇼부보고 올라탔다

 

 

 

 

 

호텔앞에 먼저 도착해 일행을 기다리며 담배를 피고 있을때다,

원시인같이 생긴 남자가 나와서 담배를 피며 전화를 하는데, 전라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그런가보다고 신경도 안쓰고 있는데, 통화가 다 끝났는지 우리에게 다가와 친한 척을 했다

청하지도 않은 악수를 힘껏 하더니

청하지도 않은 명함을 꺼내 주었다,

힐끗 보니 뭐 장애인 신문이니 쭈욱 써 놓고 대표 아무개 라고 써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봐서 더 반갑다고 같은 장애인 어쩌구 저꺼구 ... 계속 말을 거는데, 아놔 허벌나게 짜증나 뒤져부려 야~. 승질같아선 확 뽀샤 쓰레기통에 팍 쳐박아 뿔고 잡은디...

그 명함 5분안에 내손에서 사라졌다. 원치 않는 명함 받는 것도 참 공해다.

 

얼른 자리를 피해 커피숍에 들어갔다

 

 

지방 출장차 시골로 내려온 기업간부 셋이 조그마한 동네 다방에 들렸다,

그들은 다방아가씨를 보고 각각 이렇게 주문했다

"  모카 "

"  카푸치노 "

"  에스프레소 "

주문을 받은 다방 아가씨는 카운터를 보고 큰소리로 말했다

" 이모. 3번 테이블 커피 석잔 "

 

어제도 여기서 시킨 카페라테와 카푸치노는 잔까지 똑같아서 렌덤으로 잡아 마셨다,

더 이상 필리핀에서 커피에 희망을 찾을수 없기에 Shakes 를 시켰다.

 

그런데, 커피숍 안에서 그 남자를 또 만났다.

아침부터 커피숍에서 쏘주를 까 잡숫고, 그 큰 목소리로 자기들끼리 떠들고, 불우이웃 돕기 물품 전달하러 왔는데 휠체어 탄 남자 신부감도 구하러 왔다고 묻지도 않은 말들을 박격포로 쏘아대는데 ... 창피하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역시 하이애나답게 냄새를 맡고 그 김천거지가 또 들어왔다.

술상 일행들에게 똑같은 說을 푸는데, 단체는 그 공명심과 알량한 체면에 공략이 쉬운가보다.

한 남자가 김천거지에게 오더니 1,000 peso (25,580 원) 준다고 하자 일순 음흉한 표정이 얼굴에 나타났다

그 남자 술에 취해 꼬부라진 혀로 한마디 더 했다

"  돈은 주는디...이 돈 카지노 가~쓰면 안돼야 ~ ... "

 

 

 

가자. 한국이나. 

방에 와 짐 챙겨 나왔다.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 줄 운전수는 중국계 늙은이였는데 얼굴은 불독같고 피부는 메주에 곰팡이 핀거 같았다.

어제 수산시장 갈때 차도 운전했다

 

승합차를 하나만 불러서 짐을 싣다보니 김실장은 앉을 자리가 없어 내 앞에 쪼그려 탔다.

 

 

 

 

 

 

일벨이 사는 동네도 지나간다.

 

 

 

 

 

 

 

 

 

 

 

 

공항가는 길에 경찰이 3,4차선 차들을 모두 갓길로 잡아 놓고 뭔가 조사를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쯤 되면 경찰들이 돈 뜯어내려고 혈안이라는데 

"  타이어에 흙 묻었네 ~! " 하며 잡는다고 운희형이 얘기해서 한바탕 웃었다,

열대지방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10년전 공항가면서 본 마닐라 풍경이 생생히 기억난다.

차가 고가도로에 올라갈때 오른편에 보이던 수상가옥들.

통나무와 합판들을 대충 붙여 만든 집과 그 집들이 덕지덕지 붙어 형성된 빈민촌.

집들 아래에는 시커먼 바닷물이 쓰레기들을 띄우고 출렁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새마을 운동이라도 한건지 아니면 우회길을 만든건지...우짰든 10년만에 강산이 변했다.

 

 

도로공사 인부가 아스팔트를 드럼통에 넣고 녹이고 있었다

수시로 열어보더니 한컵 담아 도로틈새에 부었다.

나 어렸을때 저거 동글동글하게 굳혀서 갖고 놀고 애들 꼴밤도 주고 했는데 그때 그거 하나 갖고 있으면 동네 애들이 다 부러워했다

우리 동네에선 '까마중' 이라고 불렀다고 했더니 운형이도 맞다고 기억난다고 했다.

까마중을 알면, 그럼 40 대인거야 !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하얀 티로 배를 둘러친 대머리 아저씨가 운전수

 

예전 니노이 공항은 차가 밀리건 말건 경찰들이 모든 진입차들에 폭발물 검사를 했고

청사 밖에는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급행료를 주면 줄 무시하고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었다, 

그 생각만 하고 도착한 공항은 한적하다 못해 썰렁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 크로노스 Chronos ' 와 ' 카이로스 Kairos ' 로 구분했다고 한다.

크로노스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을 의미하고, 카이로스는 체험이나 의미가 있는 특별하고 주관적인 시간이다.

크로노스가 시간의 양이라고 한다면 카이로스는 시간의 질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이번 우리의 여행은 크로노스였을까 카이로스였을까 ?

 

 

 

 

필리핀은 정이 많아서 출국자를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

다른 공항에는 없는 또 하나의 면접이 있으니 ...개인당 550 peso (14,000원) 의 공항이용료를 내야 나갈수 있다.

인천공항도 물론이고 모든 공항은 공항이용료를 받는다. 대부분은 전산으로 처리되어 비행기표에 포함되니까 우리가 인식을 못 하는 것일뿐.

그런데 마닐라도 세부도 전산처리가 안되고 사람이 직접 받는다. 필리핀 입장에선 일자리도 창출되고 비자금도 만들수 있고 여러 모로 좋은데 출국자들 좀 번거로운게 대순가.

 

그리고 산수좀 못하면 어떤가.

한명은 550 두명은 1100 ...이렇게 붙여놓고 컨닝하면 되는걸 !

 

여권이 없어서 공항내로 못 들어온 사람들이 유리창에 붙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필리핀 남자들이고 떠나는 사람은 필리핀 여자들이었다.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이 필리핀 가정부다. 그들이 해외에서 송금하는 돈의 액수도 이 나라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0년 147만명이 해외로 나가서 188억불을 필리핀으로 송금했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한때는 일본으로, 10여년전에는 한국으로, 그리고 지금은 중동으로 많이 나간다. 경기를 따라 다닌다. 이때도 우리랑 출발시간이 겹친 곳이 아부다비행 비행기였다.

가족이나 연인을 그렇게 보내야 하는 필리핀 남자들이 오래오래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  작은 누나 (이지희)

 

지희누님은 운전, MTV, 접대, 분위기 메이커, 반찬, 유치원생의 여왕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훌라의 여왕이다.

여행 초반 어깨 넘어로 보고 배운게 첨인데 며칠 지나자 자리를 비집고 훌라판에 앉아 있었다

토끼가 제 발로 호랑이굴에 왔다고 쾌재를 부르던 꾼들 사이에서 밑천 털리지 않고 당당히 버티는 모습을 보고...나는 조용히 뇌까렸다.

"  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를 키웠구먼 ! "

프럼프는 4종류의 그림이 사계절을 의미하고, 한 계절은 13주라서 그림당 카드가 13장이다. 모든 카드의 숫자를 합하면 364인데 거기에 조커 한장을 더하면 365, 1년을 뜻한다. 매일 매일 충실하고 모든 일에 여왕인 분이 카드의 의미를 지대로 파악하면 그만큼 무서븐거다

 

입담 쎈 운희형을 대적할 유일한 인물이고 한턱 제대로 쏠줄 아는 멋쟁이 누님.

 

나는 여자를 여성으로 보기 이전에 사람으로 보는 홍익인간이지만, 누님이 이번 여행에 남자들 사이에 끼어서 참석하는 뱃보에는 좀 놀랐다.

여행끝난 후 뒷풀이 모임에서 지희누나가 그런 얘기를 했다.

사실 간다고는 했지만 여권도 미루다 미루다 젤 나중에 주고, 복자언니가 간다는 걸 확인한 후에 출발 며칠전 남편에게, 하루전에 아들에게 알렸다고... 그제서야 ' 역시 여자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