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개들은 살찐다
2013. 10. 13. 10:00ㆍLife is live !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 바람결에 나무들이 바닷속 산호처럼 흐트려졌다
10월 초순이어도 산속은 벌써 춥다.
현주 등에 있던 쇼울을 얻어 두르도 있다가 ' 가자 ! ' 고 주섬주섬 가방을 쌌다.
순대속처럼 깝깝한 주말 고속도로를 참아내고 병천까지 가서 땡볕에 줄 서서 먹은 병천순대
비싼 댓가를 치뤘으니 그만큼 맛있어야 할 순대가 끝까지 남아, 비닐봉투에 담아왔다
왠만하면 먹는 건 무르는 법이 없는 짱이도 식어버린 순대는 어쩔수 없나 보다.
한두개 먹어보더니 젓가락을 내려 놓았다.
병천순대를 두 그릇으로 나눠 개들 앞에 자랑스럽게 내놨다.
첨 보는 혐오스런 모양에 멈짓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도 안 들고 개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바람결에 실려온 냄새에 고양이가 자기도 병천순대 달라고 징징댄다.
개들은 " 언제 떨어지려나 ~ " 감만 올려다 보고 있고
나는 " 언제 따야되나 ~ " 기다리며 ... 가을의 오후가 흘러간다.
가을이 진해질수록, 개들만 점점 살이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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