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5. 18:30ㆍPortugal 2013
여기는 공업지역이라 기름값이 좀 쌀거 같아서, 마데이라를 나오며 주유소에 들렸다.
현주에게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물었더니 물이나 한병 사달라고 한다
리터당 1,379 €, 90.08 리터 넣고 생수 한병 1.6 € 에 사가지고 나왔다 5: 04
오늘의 마지막 여정 Porto 로 가고 있다.
피곤해서 멍한 상태로 핸들에 손을 올려놓은채 말 없이 전방만 주시하다 문뜩 차 안이 조용해 주변을 둘러봤다.
현주가 깊은 잠에 빠졌다. 부럽다. 나도 자고 싶은데...
촌놈 서울 첨 온것처럼 빨리 달리는 차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Porto 시내 진입하며 몇번이나 네비길을 놓쳤다.
처음 찍고 간 호텔은 용도변경된 낡은 건물, 허탈하다
네비에서 ibis 를 찾아 구시가지 좁은 길 옆에 간신히 차 대고 은재랑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상가처럼 낮고 어두운 통로에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닌다. 호텔 Reception 은 3층이라는 표지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3층에 내리자 바로 앞이 호텔 프런트였고 로비엔 베낭여행객등 바글바글 했다. 내 앞에 먼저 온 사람이 끝나고 직원이 다음으로 우리를 부르는데 옆 부스에 기다리던 남자가 자기가 먼저라고 무례하게 끼어들었다. 호텔 직원도 우리도 뻘쭘해졌다, 또 기다렸다,
우리 순서다. 예약했냐고 묻길래 안했다고 했더니 방이 없다 했다. 난감하네
근처에 다른 호텔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더니 지도에 표시해줬다. 럭셔리하다길래 비싸면 안된다고 하자 변두리에 자기네 체인 호텔이 있다며 직접 전화를 걸어 방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나에게 묻지도 않고 아예 예약까지 해줬다,
여기는 55 € 인데 거긴 45 € 이고 Lee 이름으로 예약됐다고 했다. 생각치 않게 큰 호의를 받으니 너무 고마웠다,
그러면서 GPS 좌표를 적어주었다. (예를 들면 N 72.63,98 W 34.62.00.92 ...)
가족이 기다리는 차로 내려와, 암호코드 같은 숫자를 네비에 입력하자 신기하게도 단박에 위치가 나타났다.
퇴근무렵이라 1시간이나 걸려서
호텔은 대학교와 큰 병원이 있는 한적한 시외에 있었다.
호텔 입구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건물뒤에 주차하고 짐 다 끌고 앞으로 돌아 들어갔다.
직원들이 연락 받았다고 일사천리로 처리해줬다.
아침 포함 2인실 55 €, 3인실 80 € 총 135 € (202,500 원) 주차도 무료로 호텔앞에다 하라고 하고 Wi-Fi 도 꽁짜
" 결재를 지금 해드릴까요 ? "
- 네
" 135 € 입니다 "
- 네
계산기를 꺼내 다시 2인실 3인실 계산하며 135 를 숫자로 찍어 보여준다
- 네
" 카드로 하실건가요 ? "
- 네
" 카드 주실래요 ? "
그제서야 내가 카드도 안주고 대답만 정성껏 하고 있다는걸 알았다. 한바탕 같이 웃었다 6: 41
내가 꺼벙한걸 알아버린 여직원이 친절하게 식당과 엘리베이터 있는곳까지 안내해 주었다
방에 올라와 좀 쉬다가 경재에게 여자방에 드링크를 들려보내며 저녁을 어떻게 할건지 물어보라고 했다
현주가 피곤해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나 혼자 호텔뒤로 가서 차를 끌어왔다. 뒷쪽 주차장은 병원용도라 일반차는 견인한다는 경고가 붙어 있어서...
복도에서 가족들을 다 만났다. 호텔 로비에 간이 스낵바에서 저녁을 먹을까 했더니 현주랑 짱이가 아랫층에 맥도널드가 있다고 거기 가자고 했다.
다함께 내려갔는데 oh jesus !
수 많은 종류의 맛있는 음식이 다 모인 푸드코트였다.
햄버거 케밥 빵등... 그림까지 붙어 있어 주문하기도 쉬웠다,
식구들은 각자 취향대로 흩어지고
나는 케밥집에서 크레페와 -현주 주려고- 따뜻한 스프를 골랐다.
다 됐다고 계산하려는데 아가씨가 엄지손가락을 입에 대고 빠는 동작을 하며 뭐라고 하는데 도저히 그 행위는 뭔지 ...
아가씨가 정숙해 보이긴 하던데 ...
아무리 한국남자가 멋있어도 여기선 ,,,
그녀도 답답한지 손으로 뒤를 가르키는데... 음료자판기였다. Drink 고르라능
인터네셔널한 음식이 식탁에 다 모이다보니 실패한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남게됐다.
경재가 그걸 먹어치우느라 고생하는거 같아 " 너 먹고 싶은거 다른거 사와 " 하며 돈을 줘 보냈다
경재가 간 사이 짱이가 남은걸 가져다 다 먹어버렸다. 워낙 먹성이 좋은 애라서
" 맛있었냐 ? " 물으니 의외의 대답을 했다.
" 안그럼 오빠가 억지로 먹을까봐 ... "
오빠를 생각하는 맘에 순간적으로 감동먹었다. 몇 주 사이에 가족애와 형제애가 부쩍 돈독해졌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좋은 호텔을 가자는 말에 ' 그러게 적당한 호텔을 골라보자 ' 했더니
경재가 " 아빠가 적당한 호텔은 싼거, 엄마가 적당한 호텔은 비싼거, 짱이는 맛있는 것 " 이라고 하자
은재가 " 경재가 적당한 호텔은 Wi-Fi 잘 터지는 곳 " 이라고 응수했다.
큰 애들이 주문한 메뉴는 에스프레소 무료 쿠폰이 포함되어있었다.
배불리 먹고 웃고 떠들고 커피 두잔까지 얻어먹었다.
쓴 에스프레소가 달 정도면
오늘 참 멋진 하루였어 !
보란듯이 그대로 놓고 나왔다,
하도 한국에서 안 치워도 되는걸 남 눈치보며 살았더니 그게 억울했나보다.
그런데 왜 자꾸 어지러놓은 저 식탁에 눈치가 보이지 ?
짱이는 화장실, 경재는 쉬러 호텔로 올라가고
현주랑 은재랑 나는 아랫층 쇼핑센터를 구경했다
여기 호텔이 너무 좋다고
호텔 주변을 춤추며 뛰어다니는 은재를 복도에 앉아서 바라보며
현주랑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현주도 아까 시내 호텔은 너무 싫었다고 이렇게 변두리의 한적한 곳이 좋다고 한다.
' All's well that End's well ' 라고 쌕스피어가 한 말이 400 년이 지난 지금 내 귀에 들려왔다
그래 저녁이 이렇게 행복하니 오늘 모든게 다 즐거웠구나.
푸르딩딩하고 불그죽죽한 석양속에 더 앉아 있을수도 있었는데
백인 남자들이 우리 앞을 지나가며 일본어로 인사를 하길래 방으로 올라왔다,
짱이는 오빠에게 무료음악 다운받는 엡 물어보러 우리방에 왔다 갔다.
그런 모습까지도 흐믓한게 부모 맘인가보다
춥고 졸립다. 침구가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졌다 12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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