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9. 22:30ㆍSpain 2013
그릇 설거지해 식기세척기에 넣고 현주랑 둘이만 바닷가 산책을 나왔다,
블란서영화의 한장면 같은 바다가 나타났다.
노을 지는 하늘. 안개가 뿌옇게 낀 바다...그리고 한적한 해안.
" 다.다.다...다다다다닷.... 다.다.다...다다다다닷...." OST가 유명한
블란서 영화 ' 남과 여 ' (1966년작)
무스탕 오픈카를 타고 붉은 석양의 해안가를 달리는 장면이 나오고,
먹구름이 덕지덕지한 하늘아래 모래사장을 뛰어와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도 나온다
요즘의 프랑스 영화는 액션과 코메디의 짬뽕이다.
바닷가 씬이 나와도 마이애민지 플로리단지 화창한 해수욕장과 몸뚱이만 찍어댄다.
블란서 영화의 그 멋진 분위기를 영영 잃어버렸다.
내 시야를 다 덮어버리는 IMAX 영화처럼, 그 스크린속에
한 아이가 지나가고
중년의 여인 둘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한척 돛대 끝에 불이 들어오자, 연인의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이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영화를 찍었다
이 바닷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가 되고 시인이 되고 연인이 된다.
여행 끝나고 여수댁에게 스페인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었던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 Nerja 밤바다 ~ " 여수밤바다 ~
파라솔을 현주 머리에 씌워 어우동을 만들고, 나는 힘자랑하는 변강쇠나 되볼까 ?
태양이 용궁으로 가라앉자 언덕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바위와 나무가 만들어낸 흑백의 강한 대비.
몇분후 사라질 그 찰라의 아름다움
해안가 상점들이 전등을 켜기 시작하자
어둠은 금방 하늘을 덮어버렸다,
먼 이국의 바닷가에서 우연히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는 영화속의 연인들처럼
현주와 나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그 밤의 분위기에 취해 버렸다,
언덕으로 이어지는 붉은 가로등만 따라가면 hotel Turquesa 다,
그 언덕위에서 Thomas Mcknight 의 그림을 봤다
이건 내가 찍은 사진이고
이건 현주가 찍은 사진인데 핀트가 약간 안 맞은 것이 오히려 더 분위기있게 나왔다,
역시 현주가 찍은 검은 고양이.
핀트는 맞추라고 있는게 아니라는 진리를 현주에게 배웠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아이들도 들떠서 이방, 저방 마실 다니느라 분주하다.
짱이는 콘샐러드가 너무 맛있다고 계속 먹으며 행복해하고
현주는 내일 나 혼자 다닌다니 불안해서 못 보낸다고 하다 빨래에 스트레스를 풀고
짱이도 자기 빨래 다 해서 널어놓았다
거실소파가 혹시 침대가 아닐까 하고 이리저리 땡겨보다, 경재가 도와줘 더블침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거실 장식장 안에 여분의 담요와 베개까지 다 비치되어 있었다,
짱이가 뺏낄까봐 얼른 침대위로 올라갔다,
" 짱이가 오늘 착한 일 많이 해서 복받은 거야 " 라고 했더니 싱글벙글이다.
오빠의 물 심부름도 군말없이 하길래 내일도 복받을 것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내일도 너가 그 침대 써라)
천국과도 같고 영화와도 같은 하루가 아쉽게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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