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Nerja에서는 전지현이 계란배달을 한다.

2013. 7. 29. 10:00Spain 2013

 

 

 

 

경재가 한밤중에 깨서 화장실을 갔다 오더니 어둠속에서 쥬스와 물을 마시고 다시 잔다  3:50

 

도시의 출근소음이 창문을 흔든다. 세상은 월요일이구나 우리만빼고...

목욕수건을 둘둘 말아 베니 너무 편해 다시 아침 잠에 빠져들었다  8:00

 

늦잠자고 놀라서 후다닥 일어났다. 옆방은 조용하고 전화를 해도 안 받아 더 불안해진다. 먼저 가바렸나 ?

경재를 깨웠다. 서로의 구겨진 머리를 처다보고 아무도 머리 감을 생각을 안한다. 저보단 낫겠지 착각하며...

경재 목을 주물러줬다. 현주가 다 준비하고 우리방으로 와서 경재의 동태를 살핀다.

어젯밤부턴 은재가 아파서 약 먹이고 재웠는데 오늘 아침까지도 안 좋다고 한다.

 

'  큰 애 둘이 아프고, 차도 생채기 나고, 막 가고 싶은 곳도 없고...'  나까지 의욕이 안 생긴다

그 순간 효승이가 한국에서 카톡을 보냈다   10:20

"  잘 사냐  ?  "

 

 

 

짐을 다 싣고 조심조심 차를 빼는데 공간이 좁아, 호텔 직원 도움을 받아야 될거 같았다.

그런데 경재가 직접 주차기둥을 옮기다 차체를 툭 때렸다.  11:00

차야 ~ 니가 어제부터 고생이 많다 

 

오전인데도 거리는 벌써 관광객들로 분주했다. 사지 멀쩡한 여자도 일찍 출근해 구걸을 하고 있다

이 도시를 아무 탈없이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다. 네비무시하고 서쪽으로 계속 직진만 했다

 

 

 

 

 

 

 

 

남쪽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은재는 완전 기절해있고, 경재는 고시생 머리로 맨 뒷자리에서 망연자실 앉아 있다. 

현주가 나잇값 못하는 두 애들 약 챙겨 먹였다.

빈속에 양약이 안타까워 케익이라도 먹이려고 했는데 말을 안 들었다.

안 아픈 세사람이 대신 포식했다. 잘 먹어야 우리도 감기 안 걸리지, 근데...스페인 케익이 이렇게 맛있었나 ?

 

 

시에라네바다 고개를 넘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10분 이상 계속 되었다. 브레이크를 잡아야 될 정도로 겁이 났다

 

 

저멀리 지중해가 보인다.  스페인의 남쪽까지 왔다  드디어.

 

첫 지중해 마을인 Salobrena 가 온통 하얀 집들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내륙이 끝나고 지중해로의 여로.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설레인다

 

 

 

 

해안도로는 가파은 산비탈을 타고 넘나든다.

 

 

 

두번째 도시는 프랑스 니스를 꼭 빼닮은 Almunecar 다.

 

고개를 들어보면 눈앞에 위태위태하게 집들이 박혀 있다. 

저기 사는 사람들은 생사가 한발짝 차이겠구나 싶다. 그 너머에는 씨에라네바다의 3천미터 이상 고봉들이 즐비했다.

 

 

 

그렇게 코스타 뜨로삐깔 (Costa tropical -열대해안)을 30 여분 달리자 오늘의 목적지인 네르하 (Nerja) 이정표가 나타났다

 

사실 네르하는 말라가 (Malaga)와는 비교도 안되고 Almunecar 나 Salobrena 보다도 큰거 같진 않다

그러나 외국 관광객들에게 지명도에선 top 이다. 그 이유는 딱 하나 ' 유럽의 발코니 ' 라는 애칭 때문이다

나까지 여기를 찾아오는걸 보면 이름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가.

 

 

애들 밥부터 먹이려고 초입에서부터 식당을 찾았다.

주차장에 차들이 몇대 있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레스토랑 La Raqueta 로 들어갔다.

가격도 괜찮은듯.

 

 

 

테니스코트도 있어서 규모가 큰 식당인 줄 알았는데

 

 

식당안에는 아가씨 두명만이 구석에 앉아 갑자기 들이닥친 낯선 동양인들을 구경하고 있고

 

밖에선 테니스를 끝낸 노인 5명이 담배를 피며 수다를 떨고 있다

 

건달 같은 젊은애가 서빙을 하는데 말을 나눠보니 영어도 조금하고 순박한거 같다.

각자 메뉴 주문하고 " 뽀까 살 (Poca sal) " 을 잊지않고 외쳤다

스페인에 와서 처음 배우고 가장 많이 써 먹는 말이 ' 소금 적게 넣어주세요 ' 라니.

가이드북에는 '뽀끼또 쌀 - Poquito sal ' 로 적혀 있는데 대부분의 스페니시들은 ' 뽀까 쌀 - Poca sal ' 로 발음하길래 우리도 금방따라했다. 역시 언어는 부딪치면서 몸으로 배워야...

 

 

 

 

식탁보가 아파트먼트 숙소 광고지라서 잘 하면 오늘 잠자리까지 한 큐에 해결 될 수도 있을거 같다

 

스페인의 토마토는 노지에서 자란 것처럼 맛이 진하다.

 

 

 

 

 

 

짱이가 유일하게 못 먹는게 계란 반숙. 입이 댓발 나왔다

 

짱이의 입술모양만 봐도 음식의 기호를 알수 있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케익이 나왔다. 맛있어서 현주에게

"  이거 먹어봐. 달고 맛있어 "  가볍게 거부 당했다

"  안달고 맛있어 "  했더니 현주가 웃긴가보다

 

현주는 디저트로 과일을 시켰는데 접시에 바나나 하나가 원형 그대로 나왔다.

이것들이 우리를 원숭이로 아나.

 

 

 

 

여직원에게 식탁보를 보여주며 여기에 숙박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그 직원도 잘 모르겠는지

 

테니스코치인 대머리 톰크루즈에게 물어봤다.

밖에까지 데리고 나가 우렁찬 목소리와 손짓으로 위치를 알려주었다. 여기서 가깝고 무슨 지붕 모양을 찾아가라고...

 

총 42.5 € (63,750원)을 결재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다. 주인여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내가 못 알아듣자

옆 사무실에서 대머리 톰크루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  passport !  passport ! "

 

식당에서도 여권달라는건 첨 당해서 당황했다.

밖에 나가보니 벌써 아래로 내려간 경재에게, 차로 가서 아빠 배낭을 가져오라 시켰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주인여자가 그냥 결재를 해 놓았다, 진작 해주지. 여러 사람 고생시키고 있어.

 

내가 계단을 내려가자 짱이가 올라와 팔뚝을 대준다.

 

네르하에서는 전지현이 계란배달을 한다

 

갑자기 계란 한판이라도 다 부쳐 먹을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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