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Granada 의 도끼만행

2013. 7. 28. 21:00Spain 2013

 

 

 

 

호텔을 찾아 시내 중심가인 그랑비아거리까지 내려왔다.

 

 

큼지막하게 HOTEL 이라고 써 붙인 곳을 발견.  별 세개가 붙어 있는 Macia gran via 호텔이다.

인도에 차를 세우고 짱이랑 가봤더니 문이 잠겼다. 하얀 종이에 왼편으로 돌아가라는 표시를 따라 골목길로 내려가자 입구가 또 있었다.

 

 

 

프런트 중년남자는 깍쟁이처럼 생겨 첫인상이 별론데 영어를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침식사 제공 안하고 방은 45 €,  55  € 주차비는 별도 16 €  D.C 도 안 되고...무미건조한 영어 대화가 오고간다.

주차는 골목길 옆에 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막힌 길이라 가능하다고 한다.

두밤 자면 얼마로 할인해 줄거냐고 물었다.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선심쓰듯 180 € 를 보여준다

와이프랑 상의해 보겠다고 하고 상희랑 다시 차로 오며 1박만 해야 되겠다 결론을 냈다.

 

차를 안쪽 골목으로 넣기 위해, 후진해 핸들을 꺽으며 다시 전진하는데 차가 뭐에 심하게 긁히는 소리가 났다

아뿔싸 ! 들어올때 본 쇠말뚝을 깜빡 잊은 것이다.

모두 놀라고 나도 일순간 맨탈이 붕괴됐다

좀 더 후진했어야 하는데...일단 골목 안으로 들어와 차를 돌려대고 얼른 내려 보았다

걱정한것보다 사태가 더 심각하다

우측 범퍼가 긁히다못해 쭈구러지고 범퍼아래 바람구멍은 뻥 뚫렸다

 

  

은재가 골목입구 사고지점까지 가더니 검은색 플라스틱 조각을 주워오는데.. 떨어져 나간 캡이었다

구멍에 대고 끼워봤는데 잘 안된다

캡 자체도 가운데가 부러져 휘어져 있고 홈에 끼우는 플라스틱도 몇개 떨어져 버렸다, 일단 차 안에 넣어놨다

 

정신이 나가서 차키를 어디 뒀는지도, 짐을 어찌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뻘개진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6:05

 

나는 정신집중을 위해 빨래를 하러 들어갔고,

현주는 뻗어버린 경재 주물러 주고, 감기약 먹이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물 뚝뚝 떨어지는 빨래를 널어놓고 이제야 방을 한번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브라운관 구닥다리 TV에, 포근한 느낌은 전혀 없는 인테리어... 얼른 잠만 자고 나가고 싶은 맘만 들었다

그나마 욕실은 깨끗했다,

 

 

경재가

" 아빠, 차 어떡해 ? "

" 허리가 너무 아파 "

" 뒷목좀 주물러 줘 "

" 아빠 그 목 꺽는거 해주면 안돼 ? "

힘들어 하는 경재가 안쓰러워 정성껏 맛사지를 해줬더니 잠이 들었다

 

나도 욕조에 물 받아 몸을 푹 담그고 눈을 감았다,

 

 

 

여자들은 호텔을 나와 큰 길만 따라 걷다보니 낮에 만났던 이사벨 광장에 도착했다,

 

 

 

 

 

 

 

 

 

 

 

 

 

 

 

 

 

 

 

 

 

 

 

 

 

 

 

 

 

 

 

 

 

 

 

 

 

 

 

베드에 누워 여행기 정리하고 브로슈어 들쳐보는데

여자들이 경재 주려고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케익과 생과일 쥬스등을 사 왔다  8:00

 

 

경재를 깨워 먹이려고 하자

" 이제 잠들었는데... " 하며 못 일어나는 바람에 결국 아무것도 못 먹이고 다시 재워야했다,

 

 

경재도 자고, 나도 탈진해 있자 여자들이 심심하다고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몸은 쉬고 싶은데 창밖은 뭣도 모르고 여전히 눈부시게 환하다.

 

차에 네비 놓고 온게 뒤늦게 기억나서, 옷 챙겨입고 로비로 내려왔다

 

문제의 그 쇠말뚝,

18 !  무슨 도끼 박아놓은 줄 알았다.

이렇게 낮게 해 놓으면 운전자는 차 긁혀먹기 쉽상이고, 보행자나 자전거는 밤에 걸려 넘어졌다간 최소한 중상이다.

살~벌하다 살벌해 ! (임창정 버전)

 

혼자 차 옆에 쪼그리고 손상 부위를 더 자세히 살펴봤다.

그저 한숨만 푹푹 나온다,

근데... 그 순간 은재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거기 가서 캡을 주워올 생각을 했을까 ? 그것까지 없었음 참 흉물스러웠을텐데.

 

 

짱이가 방을 노크하더니, 먹을거 남았냐고 물어본다.

여자들은 아직 씻지도 않고 스맛폰으로 한국드라마를 보며 그라나다의 저녁을 나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고스란히 남은 케익을 들려 보냈다  9:30

 

이제 슬슬 밖이 어두워진다. 

참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그라나다 ! 드넓은 환상의 땅이여

그대 위해 부르는 나의 노래는 집시의 노래

그라나다 ! 투우의 피로 붉게 물드는 땅이여

반항적인 매력을 간직한 집시 여인이여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건 한다발의 장미꽃 뿐이네

내게 사랑을 속삭이는

사과처럼 달콤한 그대의 입술에 입맞추네

그라나다 ! 그곳은 뜨거운 태양과

투우의 붉은 피와 아름다운 여인들로 가득하다네      - A Lara  <Gran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