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7. 18:00ㆍSpain 2013
홍길동의 자취를 따라
전세계인들이 충남 공주에 모여들고,
장승 몇개 세워놓은 뒷동산에 기를 쓰고 올라가 사진찍고,
한끼 5만원씩 하는 뼈다귀감자탕을 두 손으로 잡고 쪽쪽 빨고 있는 모습 ...뭐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똘끼호테와 풍차 몇개가
주민들은 비싸서 안 들어오는 촌구석 레스토랑까지 먹여살리는거 보면 참 배가 아프단 말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풍차를 찾아 언덕을 오른다
그런데 워낙 길들이 미로같고 일방통행이 많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라도 보여야 길을 물을텐데...
드디어 골목끝에 풍차가 보였다.
가파른 언덕길을 무거운 차를 끌고 한번 더 힘을 내본다
결국 언덕위로 올라왔다
풍차는 원래 터키지방 옛 페르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가 유럽으로 넘어가 네덜란드에서 양수용으로 발전했다
스페인까지 흘러들어와 방앗간으로 쓰였지만 산업혁명후 급격히 용도폐기 되었는데 요즘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었다,
스페인 전역에 깔려있는 풍력발전기가 그것이다. 미래에는 어떤 용도로 또 살아남을까 ?
UV 스프레이까지 들고 다녀도 이 태양을 피할 방법이 없다.
돈키호테 눈에 저 풍차가 괴물로 보였다는데 분명 더위 먹었을거야.
우리도 여기 조금 더 있다간 일사병에 걸려 풍차를 풍차라 못 부르고 아이스콘이나 포카리땀으로 보고 덤벼들 거 같거덩
나에게 어릴쩍 형성된 풍차의 이미지는 전적으로 ' 플란더스의 개 ' 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애들에게 풍차는 어떤 이미지로 각인될까 ?
돼지족발로 연결되어 트라우마로나 안 남으면 감사할 따름이다.
여자 혼자 와서
이 땡볕에 풍차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이름표를 확인하고 스맛폰으로 셀카를 찍는 걸 보니 한국인 맞네 ㅋㅋ
식구들을 불러모아 얼른 차에 태우고 언덕 뒤 숲속 길로 삥 돌아 나갔다
풍차들이 모여있는 마을 언덕과 우리가 돌아 나간 길.
마을로 다시 들어왔다. 자외선과 적외선이 가장 강한 때라 모두 숨어있는데 그 와중에 한 남자가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내가 놀라자 은재가 한마디 한다
" 페인트는 이런 날 칠하는거야, 바람불면 먼지가 달라붙거든 "
학비를 거져 먹지는 않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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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부터 캄뽀 마을까지 함께 한 이 곳이 카스티야 라만차 (Castilla la mancha) 지방이다
앞장에서 풍차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풍차를 돌릴 정도의 바람이 있으려면 나무, 숲 같은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 이 지방은 해발 500~700m 되는 고지대인데다 비가 별로 안 오고 나무를 다 잘라버려 토지가 황폐해져 버렸다, 그러니 그 흔한 올리브 나무도 잘 안되고 밀농사 정도만 가능하다. 먹을게 없으니 다 떠나버려 인구가 별로 없고 큰 도시도 없다.
그렇지만 예전엔 카스티야 왕국의 중심지였고 여기 말이 스페인 표준어며 돈키호테같은 문화의 토양이 되었기에 나의 느낌은 안동과 경주를 품고 있는 경상북도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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