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Toledo 돌리도~

2013. 7. 27. 10:00Spain 2013

 

 

 

 

자다 추워서 에어컨을 끄고 다시 잤는데 그래도 몇번을 더 깨서 얇은 시트를 잡아당겼다

아침이 밝아오고 방이 서서히 뎁혀질때쯤 잠이 폭 들었다. 누가 문을 심하게 두드려서 깨보니 9시다.

' 알았어 ' 고 소리치고 까치집 머리에 물만 묻히고 나왔다,

2층 침대에서 자던 경재가 1층 침대로 내려와 벌러덩 누워 허리가 아프다고 ...

 

오늘은 식당에 제법 사람들이 많다.

옆 테이블에 쌍쌍바같은 꼬마 기지배 둘은 대놓고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크루엘라처럼 생긴 엄마는 표독스럽게 그러는 애들을 째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 시리얼은 건강을 생각해 grain으로 부워 먹는데 콘프레이크보다 더 맛있고 달았다. 경재가, 먹던 grain 그릇을 기울여 나한테 보여주는데...바닥에 녹다 남은 설탕이 꿀처럼 흘려내렸다. 이런 죠~쓰바 !

 

내가 오늘의 첫 목적지 톨레도에 대해 브리핑을 하자, 짱이가

" 아빠는 교과서 같아 "

- 엄마는 그럼 참고서야 ? 문제집 ?

" 아니, 답지 ! "

 

방에 올라가자고 징징대는 짱이와 현주는 먼저 올라가고 은재랑 경재랑 스페인 여자들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 이탈리아, 프랑스 여자들이랑 다르게 스페인 여자들은 못 생겼다

   -> 남미 인디오들과 섞여서 그렇다.

   -> 엉덩이가 유난히 큰 체형이다

   -> 옷중에 빤스가 젤 클것이다

   -> 그래서 T 펜티가 유행한 것이다... '

크로와상과 우유가 떨어져 다시 채워질때까지 근거없는 논리들이 마구 이어졌다

 

은재가 스페인의 한겨레신문인 El Mundo (the world) 지를 읽으며 논리를 보강하고 있다. 당근 설정샷.

 

 

TV에서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고있자니 한류가 경쟁력이 있을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경재랑 가방을 챙기는데 Housekeeper가 살짝 열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가 되려 놀라 소리를 지르고 나갔다

 

짐들고 차있는 곳으로 가니 은재랑 짱이가 나와서 짐을 받아간다.

그런데 현주 표정이 영 이상해 왜 그러냐고 자꾸 묻자

" 두 년들이 소리지르고 싸워서 그러지 "  뒷자리를 한번 째려봐줬다   10:00

 

IBIS 호텔앞에는 조그만 호스텔이 있다, 그 앞에서 흑인 몇이 우리를 처다보는데, 가방이라도 들고 튈까봐 신경이 쓰였다.

아프리카랑 가까운 스페인에 의외로 흑인이 별로 없다. 오히려 남프랑스에 흑인이 많다. 그건 언어의 영향인거 같다

북아프리카 나라들은 프랑스식민지여서 불어를 많이 쓰고 남미는 스페인식민지라.

이 흑인들은 변두리 공단지역에 노동자로 취업한거 같았다.

 

언론만 보면, 마드리드를 시위대와 노숙자와 금붙이매집인들이 점령한거 같은데 막상 가보면 행복한 관광객 천지다.

귀한 노숙자를 여기서 발견하다니...반가워 악수라도 할 지경이다.

 

 

날씨가 아침내내 저기압이다. 현주처럼

 

 

처음으로 차안에서 FM을 틀었다. 그만큼 운전이 익숙해졌다는 거

신나는 라틴음악에 맞춰 핸들을 두드리자 현주도 기분이 풀리는지 웃었다.

20여분 달리는데 뒤에서 짱이가 소리를 줄여달래서 작게 했다가 흥이 깨져 그냥 꺼버렸다. 누가 상전인지.

 

드뎌 톨레도 (Toledo)

 

 

네비를 대충 찍었더니,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위에서 목적지에 다 왔다는 안내방송 하고 퇴근해버렸다

톨레도는 아직도 저긴데...

 

무작정 시내로 들어가 큰 길만 따라 갔다,

 

언덕위에 고색창연한 톨레도가 드디어 시야에 들어왔다

큰 성문과 성벽과 계곡위로 놓인 멋진 다리와 반가운 동양인 관광객도 보였다,

번잡한 언덕을 넘어 한적한 곳에 차를 대고 파라도르를 검색했다. 잠에서 깬 애들이, 벌써 도착했냐고 부시시 일어났다.

경재가 " 찌린내가 나 " 그게 톨레도의 첫 인상이다

 

 

차는 강을 따라 톨레도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았다. 드디어 언덕 높은 곳에 파라도르에 도착했다

 

 

 

볼수록 매력적인 나의 왼발

딸들보다 더 늘씬한 나의 각선미. 은재랑 짱이의 유일한 부러움 ㅋㅋ

 

 

 

로비로 당당히 들어가자 프런트 직원이 동양인 3명과 얘기를 하길래 우리는 바로 앞 커피숍으로 들어가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파라도르가 워낙 비싸서 숙박도 안하고 들어가기가 좀 눈치가 보였다. 최고의 전망대에서 톨레도를 바라보는 척하며 통밥을 굴려보니 뭐 주문 안해도 충분히 경치구경만 하고 갈수 있을거 같았다. 물론 파라솔에 앉기는 좀 낯간지럽겠지만 ...

 

 

우리쪽은 커피숍. 오른편은 레스토랑 전망대다. 전망은 커피숍쪽이 더 낫다.

 

 

 

 

 

 

 

 

정작 봐야 될 경치는 안보이고 눈치만 보이자니 그 상황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  여기까지 와서 돈 아낄려고 어디 앉지도 못하고 가는건 아닌거 같다.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 ...한국가서 차를 팔자 '

 

  

 

당당히 테이블을 하나 점령했다.

아빠가 수저들기전에 먼저 집어먹었다가 구사리 먹은게 한두번이 아닌 애들도 아빠가 앉자 우르르 모여들었다

 

 

 

 

 

 

 

 

 

 

 

우리가 앉자 기다렸다는 듯 할머니가 다가오며 스페인어로 뭐라 하는데

" 왜~ 좀 더 버티지 ? " 라는거 같아, 얼른 메뉴판 갖다 달라고 돌려보냈다

 

 

머, 차는 안 팔아도 되겠다

커피 2.2 € (3,300원)  스프라이트 3.25 € (4,875원)  레모네이드 3.05 € (4,575원)  오렌지 쌩쥬스 4.5 € (6,750원)

 

 

드링크를 주문하며 할머니에게 얼음을 달라고 했다가, 냉커피로 오해할거 같아 다시 불러 사이다에 달라고 했다

* 스페인에서 냉커피를 시키는건 한국에서 아이스쌍화차  주문하는거랑 같음

 

어느날 책을 읽다가 내가 쓴 글이 잘못된 정보임을 발견했다. 그래서 책을 그대로 인용한다

『 만약 여름에 스페인에 가 있다면 이 커피를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카페 콘 기아초 (caffe con ghiaccio)다. 우리말로 하면 '얼음과 함께 하는 커피' 란 뜻으로 스페인이 워낙 더운 지역이라 얼음섞인 커피를 많이 마셔서 더위와 졸음을 쫓는다, ...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에스프레소 투샷을 받고 다른 빈 잔에 서너 조각의 얼음을 받는다. 정제가 덜 된 거친 설탕을 녹인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얼음이 담긴 잔에 빨리 쏟아 붓는다 꼭 한입에 털어 넣어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나아 있는 채로 맛을 봐야 한다. 얼음이 녹으면 그냥 평범한 일반 냉커피가 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마셔야 한다. 뜨거움과 차가움, 이 두가지를 동시에 맛보는 것이 카페 콘 기아초의 생명이다. 참으로 스페인스러운 맛이다 ...』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  p 279>

 

 

 

카페콘레체는 커피와 우유를 따로 가져와 부워주었다. 역시 빠라도르는 달라.

 

식구들이 모여 앉아 보라는 톨레도는 안 보고

   저 팀이 불륜이냐,

   스맛폰 연속촬영하면 백퍼 한국인이다.

   저 아줌마는 장모냐 시엄니냐

그런 걸로 낄낄거렸다

 

 

충분히 바람쐬고 비맞고 경치 본후에...톨레도 시내를 돌아볼거냐고 물으니 모두 싫다고 했다.

 

계산하러 갔는데 할머니가 바쁜지 콧베기도 안 보여서 그냥 튈까 ? 순간 고민했다.

' 내 걸음보다 할머니가 더 빠르다 ' 는 사실을 잠깐 망각했다,

 

본전 뺄려고 화장실을 갔다가 황당해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용변기를 얼마나 높게 달아놨는지, 옷을 안 버릴려면

한쪽 다리를 들던지. 

좀 느껴서 erection 되든지...

 

 

 

 

 

 

 

 

 

그 유명한 톨레도를 요렇게 주마간산으로 엑기스만 빼먹고 떠났다  1:15

 

 

귀국후 어느날 현주에게 톨레도 얘기를 꺼냈다가

" 내가 가장 황당했던 곳이 톨레도야,

  유명하고 다리도 멋지고 동양인들도 보이고 사진도 막 찍어서 기대했는데...차만 타고 삥 돌아 그냥 가대~! "

 

* Tolede dolido : '마음 아프게 하는 톨리도 ' 란 스페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