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7. 16:44ㆍSpain 2013
차안에서 현주 손을 잡고 가는데... 갑자기 뒤에 경재를 부르더니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왜 그러냐고 당황해서 물었더니
" 아까 기지배들 때문에 속이 뒤집혀 갑갑해서 그래 ! "
현주는 맨 뒷자리로 가서 눕고, 경재는 얼떨떨하게 조수석으로 나왔고, 기지배들은 쫄았다
카스티야 라만차 (Castilla la mancha) 땅을 깊이 들어가고 있다. 역시 라만차는 풍차다
' 사진 ' 한마디만 하면 경재가 자동으로 카메라를 들고 지가 봐서 이쁜곳을 찍는다,
아들이 엄마의 대를 이어 졸지에 찍사가 되었다.
멀리 왕관 쓴 민둥산이 콘수에그라다
허허벌판을 거침없이 내달리던 바람이 갑자기 솟은 산에 막혀 등성이를 거칠게 타고 넘을때
풍차만이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 라만차의 돈키호테 - Don Quixote de La Mancha) ' 로 유명한 마을이 두개다
콘수에그라 (Consuegra) 와 깜뽀 데 크립타나 (Campo de Criptana)
오리지널리티를 따지면 깜뽀가 더 가까운데 fiction의 오리진을 논한다는것도 웃기는 거구 풍광까지도 아주 흡사하다.
내가 콘수에그라를 그냥 곁눈질로 봐주고 왼편 깜뽀 데 크립타나로 핸들을 꺽는 이유는 오직 하나
이름이 폼 나잖아 !
이탈리아 씨에나의 깜뽀광장도 생각나고 수퍼맨의 크립토나이트도 연상되고...
톨레도와 깜뽀 사이에 ☆표시가 콘수에그라다,
<클릭하면 확대됨>
드디어 수~퍼맨이 유일하게 힘을 못 쓰는 마을, 깜뽀 데 크립타나에 도착했다
이 동네에서 딱 두개밖에 없다는 호텔중 하나를 찾았다.
다 왔다고, 아파 잠든 현주와 짱이까지 깨웠는데...문이 잠겼다,
대책없이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누비다 갑자기 넓은 광장으로 나와 어리둥절했다
세르반테스 동상과 성당이 낯이 익더라니...TV 여행프로에서 본 기억이 나서 반가웠다
광장아래 먼지 펄펄 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발걸음도 가볍게 광장으로 들어갔다
이번 여행에도 동행한 4천원짜리 빨간 가방
큰 애들은 밥 먹을데가 없나 한번 보고 오고...
광장옆 야외 테라스에는 단체 관광객이 왁자지껄하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 소리에 이끌려 우리도 자리를 잡고 가까이서 보니 단체손님이 아니라 여기저기 다른 팀인데 분위기는 딱 하나로 통일됐다
' 낮술'
큰애들이 열심히 이곳저곳을 들락거리고,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왔지만 눈치코치로 이해한건
여기는 지금 술과 안주가 주력인 Bar 고 요기할건 샌드위치 같은 것만 있었다. 우리가 지금 원하는건 시골 식당 요리다.
영어가 거의 안 통하는 직원에게 근처 레스토랑을 물어보니 말로 설명하다 내 표정을 보고, 대충 위치를 그려주었다
차로 돌아와 그려준대로 찾아갔는데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일단 거리에 사람들이 없다.
레스토랑을 하나 발견하긴 했는데 주차가 마땅치 않아 조금 더 둘러 보았다
벽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그려진 큰 레스토랑 광고판을 보고 네비로 찍고 가는데
이 덩치가 비켜줄 생각을 안해
그냥 아까 본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은재가 먼저 들어가보고 나와, "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네 " 너스레를 떨어 한껏 기대치를 올렸다
과연 안에는 두세 테이블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어느 부부동반 모임 옆자리로 안내되었다,
중년 웨이터가, 몇명이냐고 해서 손가락을 펴고 한껏 환한 얼굴로 " Cinco ! "
메뉴판을 받았는데 한 글자도 눈에 안 들어왔다.
식구들도 다 나에게 미루고, 영어로 된 메뉴판도 없다하고, 가격대가 비싸서 ' 오늘의 메뉴 ' 를 물어보니 다른 종이 한장을 내미는데 거기는 더 가관이다. 인당 30~40 € 이 대부분이고 그 중 가장 싼게 24 € (36,000원)
마지못해 그걸 선택하고 프리메르, 세꾼도등을 골라야 되는데 이건 뭐 장승과 얘기하는게 더 나을 지경이다.
아래 사진의 오른편 여인이 일어나 그 웨이터와 내 사이에 섰다,
" 제가 영어를 할줄 아는데 도와드릴까요 ~? "
한줄 한줄 뭔 뜻인지 물어보고 식구들 한사람씩 메뉴를 내가 정했다,
식탁에 올려놓은 빵도 비용이 추가되는지까지 다 물을 정도로 충분히 이해하고 ' 이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구나 ' 꿈에 부풀었다.
짱이가 빵에 칼을 꽂아서 혼난 것만 빼고 완벽한 분위기였다.
잠시후
전채요리로 크로켓...짜다
명란젓 덩어리에 하몽같은걸 둘러싼 이 요리도 짜고 우리 취향이 아니다.
생선살과, 새끼 장어처럼 징그럽게 생긴 거를 소스로 뒤섞은 이 요리는 맛도 맛이지만 혐오스러웠다.
다 짜서 빵을 뜯어 같이 먹었다,
식구들이 콜라를 시켜 달래서 벌컥벌컥 마시는걸 보니 말 안해도 속이 다 뒤집혔구나,
나도 한잔 마셔야했다
식구들이 지금 먹은게 메인요리라고 놀렸지만,
나는 아까 steak 와 pork 를 주문했기에 ' 그건 기대해라 ' 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웨이터가 와서 전채요리를 치우고 드디어 메인요리가 써빙되었다
크고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 두접시를 내려놨는데 굵은 소금이 잔뜩 뿌려져 있다, 빵으로 대충 털어내고 먹어도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연어구이는 현주가 먹겠다고 가져갔는데 이미 비위가 상한 현주가 레몬을 잔뜩 짜서 뿌리는 바람에 시고 짜고...이것도 포기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건 순식간이었다. 도야지 다리
보기에도 정내미가 뚝 떨어지는데, 속까지 짜고 살은 퍽퍽하고... 왠만하면 담아내는 내 위장이 거부할 정도였다
세고비아 수도교아래 코치닐로 (Cochinillo asado -새끼통돼지 요리)로 유명한 식당을 못 들어간게 못내 아쉬워는데, 그게 신의 가호였구나
* 혹시 스페인가서 유명한 전통요리라고 꼬치닐로는 왠만하면 주문하지 마시길
경재도 이 돼지다리를 식용으로 안보고, 외과수술 연습용으로 보고 있는거 같았다
매스를 잡은 손에 분노가 느껴진다.
하도 기가 차고, 허탈하고, 돈이 아깝고...오만가지 감정에 빠져 있는데
은재가 내 표정을 보고 웃겨 죽을려고 한다.
아까 분명히 웨이터한테 " 뽀끼또 쌀 (Poquito sal :소금 적게) " 이라고 했건만,
이런 십장생 ~
음식이 고스란히 남아서, 열심히 통역해준 아름다운 세뇨리따에게 엄청 미안했다,
웨이터 불러, 치우고 디저트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 웨이터는 들어올때부터 , 음식 고스란히 가져갈때까지 얼굴에 표정이 하나도 없다,
그런 음식을 짱이는 거의 다 비우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우리들은 계속 콜라만 외쳤다.
총 음식값 123.60 € (185,400원)
식당을 나오며 경재는 한국돈으로 얼만지 열심히 계산하고, 현주는 그 음식값에 완전히 upset 되었고
온 가족이 그 통역하는 여자가 잘못 알려준거라고 애꿎은 볼똥을 튕겨댔다 4:44
最高(가장 비싼)의 식사, 最惡의 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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