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5. 08:30ㆍSpain 2013
베게만 끌어안고 자다가 추워서 시트밑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 방에 에어컨이 없는건, 후져서 그런건가, 고지대라 필요 없는건가 ? ...다시 잠이 들었다
창밖으로 신경질부리는 새소리와 불쾌한 도시소음이 아침 단잠을 깨운다,
비록 사과궤짝만한 좁은 침대지만 잠자리는 편하다 6:45
경재 폰이 울려 ' 왠 전화 ?' 하며 들여다보니 알람이었다.
평소에 시계가 필요 없는 놈인줄 알았는데, 알람을 맞춰 놓았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대견하다.
상관없이 자는 경재를 두고
파자마 바람으로 복도를 지나 여자들 방을 가보았다.
한명은 머리 말리고 한명은 씻고 한명은 자고...현주는 무서워 밤새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한다.
짱이가 아침밥이 어떨지 걱정스레 물어보길래
" 매일매일 똑같으면 재미없지. 이런 날이 고생스러워도 추억이 될거야 " 동문서답, 어른같은 말을 해줬지만 사실 나도 기대는 안 됐다 8:00
위층 발코니 바닥에 아줄레쥬 (Azulejo) 문양
한끼 아침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어젯밤부터 위장은 그렇게 울었나보다
홍채가 어두컴컴한 실내에 적응되자 다트, 핀볼, 말, 담배자판기, 테이블축구대, 슬롯머신 ...식탁 두어개 밀쳐놓은 자리에 포켓볼 다이까지 있었다
당구치다 큐대로 밥 먹는 아가씨 옆구리 쿡쿡 찌를 수도 있고
애가 징얼대면 말에 태우고 동전 몇개 넣어주면 되고
돈 떨어지면 슬롯머신 땡기고
운동이 부족하면 테이불 축구하면 되고
술이면 술, 담배면 담배, 밥이면 밥 ...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키는 복합레져타운이었다,
한쪽 벽에는 갈색털이 유난히 곱슬거리는 투우소의 흉상이 걸려 있었다.
저 소를 죽인 투우사의 흉상을 걸지 ... 하고 있는데
남미 인디오스러운 여자가 주방에서 나오다 우리를 보자 두 눈이 암소처럼 커졌다
다섯 손가락을 펴보며 " 씽꼬 (Cinco) ! " 라고 해도 전혀 소통이 안되었다. 그 사이 한 남자가 내려와 자연스럽게 커피와 도넛을 즐기는게 부러울 정도였다. 마침 경재가 열쇠를 갖고 내려오길래, 열쇠를 흔들어 보이자 감을 잡았다는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한쪽 진열장에 어젯밤 먹다 버린 순대, 뻣뻣한 털이 터프한 돼지껍데기를 보자 갑자기 울컥 ! 했다
호스텔 남자랑 통화가 됐는지 " 씨,씨 (Si, si) " 하며 우리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고, 그제서야 테이블에 앉을수 있었다
식당 옆엔 뒷골목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어젯밤 젊은 애들이 맥주먹으며 떠들던 곳이 여기였구나,
속알머리위 LG TV에서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산티아고 열차사고를 긴급으로 전하고 있다
사망자만 수십명이라는 뉴스에 그 남자는 빵을 든채 한동안 얼어버렸다 8:30
드링크를 시켜야 되는데, 말이 안 통하니 애들까지 편의상 카페콘레체 5잔으로 통일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대하던 메인 식사가 나왔는데...구운 바게뜨빵 두 쪽과 잼 버터. 끝
우걱우걱 부셔 삼켰다,
지금 안 먹어두면 저녁때까지 빈 밥통이라는 것보다
이미 낸 아침 밥값이 조낸 아깝다는 것보다
스페니쉬들이 아침을 이렇게 먹으니까, 이게 리얼 스페인 맛이야, 먹다보면 맛도 있을거야...
거친 빵에 입술이 찔리고, 입안이 너덜너덜 찢어져도 불평없이 씹었다,
큰 애들이 먼저 방으로 올라가자마자, 현주와 짱이가, 딸이자 언니를 성토한다. 개인 프라이버시니까 누군지는 안 밝히겠다
들어보니 ' 너무 앞서 나가고 생색을 내서 치사하다 ' 는 것이다.
충분히 씹고 기분이 행복해져 올라왔는데 호스텔 정문이 자동으로 잠겨 있었다,
어쩔수 없이 골목으로 나와 2층을 향해 세레나데를 불렀다.
" 언니, 문좀 열어줘 ~ "
경재는 욕실로 들어갔고 나는 따복따복 짐 정리하는데
여자들은 벌써 준비 끝내고 먼저 내려가 골목 구경을 다녔다
나도 썬크림 다 바르고 후다닥 나왔다.
어제 차를 좁게 대놔서 오늘 아침에 뺄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공간이 좀 있었다
내가 나오자 골목끝에서 여자들이 고개를 내민다 9:30
'Spain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4차원 Teruel (0) | 2013.07.25 |
---|---|
15> 능글맞은 테루엘의 상인 (0) | 2013.07.25 |
13> 강원도의 힘, Aragon (0) | 2013.07.24 |
12> 천공의 성 Cantavieja (0) | 2013.07.24 |
11> 용두사미 Morella 2 (0) | 2013.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