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4. 15:00ㆍSpain 2013
홀린듯이 성만 처다보며 올라갔다
문없는 성문을 통과해
성벽을 타고 쭈욱 올라갔다,
동네 맨 위까지 올라가자 오른편의 성벽이 끝나며 왼편으로 또 하나의 견고한 성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CCTV 도 있는거 같고 차로 들어가기가 좀 주저되었다,
주차장 표시를 따라 유턴하여 사진상 오른쪽 언덕을 꽤 올라갔다,
젊은 청년이 주차비를 받으러 나왔는데 돈도 돈이지만 다시 걸어올 거리가 만만치 않아 그냥 차 돌려 나왔다.,
잠시 공터에 차 세우고 내가 간을 보는 사이 여자들은 화장실 갔다오고
간간이 영업용 차들이 그 성안으로 들락거리는게 보였다,
그래서 가족들을 다시 태우고 겁없이 들어갔는데...
미로같은 길에 차를 돌리기도 좁고, 인적이 없으니, 들어간 목적도 잊은채 다시 출구 찾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다행히 아까 들어온 성문까지 왔다.
안심되니 이제 배를 채워야 할 시간인가 ? 파라솔을 보고 그쪽으로 차 대가리를 밀어 넣었다,
앉아 있던 남자들이 우리를 보더니 안된다고, 아래로 내려가라는 몸짓을 했다.
아마 이 동네주민인듯하다
다시 나왔다
아까 본 레스토랑을 찾아 처음 성문으로 내려온다
1층에 곱게 차를 모셔 놓은게 특이해 현주에게 내려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배도 고픈데 그건 눈에 들어오냐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내리는 현주의 표정을 봐 버렸다
성벽 틈을 보니 전형적인 전쟁용도.
안에서는 밖을 보며 활 같은걸 쏘기 쉽게 넓고 외부에서는 좁은 틈만 보인다
레스토랑 앞에 주차공간이 딱 하나 남아 경재가 내려서 뒤를 봐주며 간신히 주차하고 식당안에 들어갔다.
식당 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남자들과 약간의 여자들로 꽉 차 있었다. 서서 기다리는 우리를 보고 주인인듯한 남자가 오더니 식당이 끝나서 식사를 할수 없다는 거다.
맥빠져서 밖으로 나왔는데 관광버스가 내려오다 좁은 커브길에서 버벅댔다. 내 차를 좀 빼주려고 가니 버스기사가 나와 내 차 뒤를 다시 봐주었다. 그래도 좀 쨀거 같아 아예 차를 멀리 빼서 버스 나가는거 보고 다시 돌아왔는데, 현주가 맛 간 표정이다, 내가 차를 뺀 사이 바로 옆 차 주인인 젋은 여자가 나와서 자기 차 긁은거 아니냐는 듯이 현주에게 물으며 살펴보고 갔다는 거다,
나한테 걸렸음 한국말로 욕을 바가지로 해줬을텐데
가족들을 굶기면 안된다는 십계명에 세뇌되어 다시 성으로 올라가 빵집에 여자들 내려주고 남자들은 아래 공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갑자기 장대비가 후두둑 떨어지는데 창밖으로 은재가 열심히 뛰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빵과 음료수 몇개 사서 12€ (18,000원) 인데 카드 안 받는다고 해서 20€ 한장을 꺼내 주었다
잠시 후 여자들이 먹을 걸 든 비닐봉투를 들고 왔다.
모두 기대하며 개봉하고 나눠 먹는데, 빵집이 아니라 과자점이었다, 딱딱 뻑뻑 달기만하고 맛은 별로...어제 남은 케밥이 오히려 요긴했다.
현주가 차안이 갑갑하다고 나가서 먹자해서 다 싸들고 나왔다
그때부터 현주가 滯氣가 있었던 모양이다
소나기는 지나고 자외선이 쏟아지는 담위에 앉아 주변 풍광을 바라보며 점심을 떼우고 있다
맏딸과 막내딸이 뒤바꼈구만
경재가 아빠를 불러 가보니, 지팡이도 있다고 사라고.,,
씨에스타가 끝나고 이제 막 오후 장사준비하는 여주인의 눈치를 보며 사진 몇장 찍고 아무것도 안 샀다
현주에게 모레야의 느낌은 용두사미다. 처음 성밖의 감동이, 성안에 좁은 길과 음식과 사람들에게 희석되어 버렸다.
안타까웠지만 감정이 전염되듯 지금은 나도 모레야를 그렇게 말하고 있다
' 사람이나 사물이나 간격을 유지하고 볼 때가 좋은거야 '
피곤하지만, 여기서 묵고 먹을 수는 없는거 같다.
성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짱이가 뒤에서 물어본다
" 아빠 왜 지붕위에 돌을 얹어놨어 ? "
난 운전하느라 앞만 보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아랫동네를 내려다보니 과연 옛집 지붕위에 방석만한 돌들이 얹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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