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강원도의 힘, Aragon

2013. 7. 24. 22:00Spain 2013

 

 

 

 

갱상도 사투리를 능란하게 씨부리는 하일씨에게 더 애정이 가듯,

외국인이 여수, 부산, 공주를 갔다왔다는 말보다 절라도 음식과 충청두 능청을 얘기한다면 한국을 제대로 알아가는군 할 것이다.

게르니카 폭격과 바스크 분리독립,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등으로 설명되는 스페인의 지역감정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스페인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묶어서 이해하는게 그래서 필수다, 바르셀로나, 세고비아, 그라나다, 빌바오등을 여행하며 카딸루냐, 안달루시아, 라만차, 바스크 지방을 자주 언급하게 될거 같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바르셀로나 주변은 까딸루냐 (Cataluna) 지역이다. 아래 지도에 보라색부분.

부유한 반면 지독하리만큼 검소하고, 다른 지역을 개무시하고 잘난 체를 하며 독자 언어를 사용한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 축구경기때 그 감정을 살짝 엿볼수 있다. 나는 이 지역을 경기도로 이해하기로 했다,

그 옆 군청색 지역이 지금 싸돌아 다니고 있는 아라곤 (Aragon) 지역이다.

 

 

이베리아 반도를 한바퀴 도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지역을 뽑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아라곤이다.

거친 산악지형과 낙후된 도로, 낮은 인구밀도 때문에 난 이 지역을 강원도라 생각하기로 했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바로 험준한 산악지형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수 밖에...

 

 

 

 

높은 돌산을 넘자마자 오른편 아래로 푸르다못해 검은 숲이 죽음의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이렇게 울창한 숲을 이 이후 보지 못했다

 

저 산비탈 도로까지 내려가야 한다

 

 

 

 

 

적막한 마을이, 귀찮다는듯이 테루엘은 저리 가라고 손가락질한다.

 

 

 

 

 

유일한 동네주민

 

 

 

현주에게 사진좀 찍어달라고 했더니 동영상을 눌러놓고 안 찍힌다고... 나도 차 세워놓고 버벅대는게 고스란히 녹화됐다,

 

 

 

 

 

 

 

산길을 몇 시간째 운전하느라 지칠만하면 마을이 나타났다,

 

 

 

 

우리가 마을 한가운데를 ㄱ 자로 꺽어 지나가는 동안 동네 사람들의 노골적인 시선이 따가웠다

차 지나가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극동아시아인이 운전하는 차 지나가는건 드물고도 드문 일이라는 듯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동네는 무섭지가 않았다. 저렇게 꼬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 

 

 

오늘의 토론주제를 슬그머니 꺼냈다. (나랑 직접 관계없는) 뉴스의 효용성에 대하여...

난 뉴스는 필요이상으로 신경과 홀몬을 자극해 건강까지 해진다고 무용론을 주장했는데

가족들은, 여기서 밀리면 여행내내 스맛폰 인터넷은 다 썼다는 걸 눈치채고 합동공격을 해댔다

내가 만신창이가 되기 직전 짱이가 결론을 내려줬다

"  그냥 와이파이 되는데선 뉴스 봐 "

 

 

 

그 이후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렸을때 추억들을 끄집어내 맞장구를 치며 신나했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 이야기에 당황하고 미안하고 웃는 사이에 지루한 길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테루엘 (Teruel) 에 도착.

온통 붉은 흙이 인상적이었다, 카파도키아 같은 느낌도 약간 들었다

이 지역은 무데하르 양식이 우명하다

14세기에 여기 살던 아랍인들이 적벽돌과 타일로 쌓아올리고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장식한 건축물들을 설명하는 말이다.

독특한 문화의 바탕에 저 황토가 있었다

 

시내는 제법 복잡하고 길가에 호텔들이 몇개 보였지만 주차가 거의 불가능했다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뒷골목을 뒤지다 HOSTEL 표지를 발견했다

 

은재 경재가 먼저 들어가 알아봤다. 방은 있는데 4명 방은 55 €, 3명 방은 45 €.

 

애들에게 설명 듣고 프런트로 갔다

5명이니 3명 방 두개 90 € 내일 아침식사 2.5 € X 5 하여 총 102.5 € 

애들이 방을 보고 오더니 괜찮다고 해서 남자 주인에게 100 € 로 깎아달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고 안된다고 한다

그깟 2.5 € (3,750원) 갖고 치사스러운거 같아 포기하려는 찰라 저쪽에서 먼저 포기했다,  100 € (150.000원) 

여권복사본을 보더니 자기는 브리제일(Brazil)에서 왔다고 그제야 묻지도 않은 친한 척을 한다. 주차 할 곳을 물어보자 밖으로 나와 다른 차를 빼주고 오도바이를 벽으로 바짝 붙이며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돈을 줬더니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차안에서 기다리던 현주가 두 검지로 X 자를 그었다. 

영화 hostel 후유증이 크군...나에게 지금 핸들을 돌리라는건 오늘밤 인간 사냥감이 되라는것보다 더 잔인한거다, 너 !

  

 

Caja rural teruel hostel

처음엔 이 방이 남자방이었는데 창에 예쁜 발코니와 꽃 화분을 보고 여자들이 뺏어버렸다,

 

삭막한 남자 방

건물은 H 자형 특이한 구조로 복도 불은 자연소등식이라 무서웠다

방에 LG TV, 욕실은 깨끗한데 욕조마개는 발꿈치로 대신해야 한다능...

카스텔데펠스 호텔의 반값이지만 따지고보면 별로 싼것도 아니다.

 

촌스런 거울장식도 테루엘에 있으면 타일문양의 무데하르양식이 된다

 

창밖이 시끄러워 내다보니 젊은이들이 맥주 올려놓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분위기는 인간적이네.

 

로비 반지하 식당에 손님이 많던데...밤에는 저녁식사를 못 한다고 해서 여자들이 밖에 나가서 먹고 사온다고 한다

경재는 Wi-Fi 찾아 1층으로 놀러가고 나는 빨래하고 샤워했다  8:00

 

어두워진 후에 여자들이 방문을 노크했다,

 

햄버거랑 (콩과 순대같은걸 섞어 삶은) 스튜와 물과 에너지드링크.

현주는 체해서 전혀 못 먹고, 짱이는 언니에게 Wi-Fi 물어보다 은재가 자기 것 안되서 짜증내는 바람에 삐지고, 나도 엄청 피곤해서 별로 입맛도 없었다. 현주는 우리가 햄버거 먹는걸 보고 더 사온다고 몇번을 일어나서 말리는 것도 슬슬 짜증이 났다, 재미없어 각자 방으로 금방 돌아갔다. 경재가 음식 남은것 정리하고 여자방에 소화제 갖다 주니 거기도 있다 해서 그냥 왔다, 짱이는 오늘도 화장품 뚜껑 얼어 달라고 오고... 

모두 피곤한 상황인데 식구들이 폭발안하고 각자 참는 모습이 고마웠다,

 

창밖엔 늦도록 사람들 떠드는 소리, 눈물나게 하품만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10:00

 

 

스맛폰 음악소리에 깼다. 

경재가 폰을 틀어 놓은째 등돌리고 잠이 들었길래 삐걱거리는 침대를 짚고 폰을 집으려는데, 깨서 음악을 끄며 " 안녕히 주무세요 " 하고 다시 잔다. 소란스러웠던 골목도 12시가 넘자 조용해졌다. 숙소가 주택가라 차 다니는 소리와 집으로 돌아오는 오도바이 소리만 간간히 들린다

 

살짝 눈 붙이고 났더니 피곤이 조금 풀렸다

이제 여행 초반인데 벌써 지치는 느낌이다. 이렇게 매일 이동하는 것보다 마드리드로 방향을 바꿔 한곳에서 며칠 푹 쉬고 싶은 간사한 맘이 들었다. 시차도 운전도 숙소도 다 스트레스지만 특히 힘든게 음식.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고 적응이 힘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머리털 다 빠지고 나서 절감한다. 내일은 마트들려 치즈랑 비상식량을 사가지고 다녀야겠다. 터키도 다녔는데 이 정도면 양반이지 !

복도에서 어떤 미친 놈이 이 시간에 방문을 꽝꽝 닫고 복도를 뛰는 소리가 났다. 여자들이 무서울까 걱정이 됐다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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