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3. 22:00ㆍSpain 2013
바르셀로나를 비켜갈 즈음, 현주가 오른편 마을을 가리키며 그쪽에 괜찮은 식당들이 많을거 같다고 한다.
야트막한 산위까지 집들이 뒤덮혀있어 과연 서민적인 맛집들을 기대하게 만든 곳. Sant Boi
고민없이 차를 그곳으로 몰았다.
로터리에 케밥집을 발견하고 주차할 곳을 찾다보니 점점 멀어져 언덕 위까지 올라와 버렸다
그 달동네에서 순전히 tapas 란 글자만 보고, 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어보기로 했다.
길가 테이블에 앉아있던 동네 사람들의 시선이, 성큼성큼 식당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쫓고 있다.
남미 피가 섞인 젊은 여자와 중년 남자, 주방에 있던 아줌마까지 나왔지만 전혀 말이 안 통했다. 간신히 tapas 콤비네이션과 맥주, 물, 콜라를 주문했는데 또 뭐라 하길래 한국말로 " 몰라 몰라 알아서 줘 ! " 하며 손사래 치고 자리에 앉았다
남자에게 차를 저렇게 대도 되냐고 물어보니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 보고 있으면서 누가 빼 달라고 하면 그때 빼줘도 된다" 고 한다.
길거리 탁자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짱이는 옆 술꾼들의 담배연기에 괴로워 했다.
이번 여행은 짱이가 젤 힘들어하는거 같다
높은 곳에 사는 하류층민
드디어 음식이 나왔는데
돼지껍데기 튀김, 꼴뚜기 튀김, 닭날개 다리 튀김, 허연 소스 끼얹은 감자튀김
현주는 돼지껍데기 하나 집어먹다 너무 딱딱하고 비위가 상해, 뱉고 입가심으로 마신 맥주 한 모금에 해롱해롱 ~
짱이는 너무 배고파 닭털이 삐쭉 붙은 날개를 간신히 먹더니 연거푸 물 배를 채웠다.
" 아빠, 이거 먹고 또 다른데 갈거지 ? "
지금 이 상황을 비유하자면
' 한국에 처음 도착한 프랑스가족이 반월공단 뒷골목가서 저녁식사로 모듬순대시킨 격 ' 이라며 서로 낄낄댔다
우리가 생각해도 우리 자신이 너무 웃겼다
그 와중에 주방아줌마는 담배 물고 나와 " 맛이 어땠냐 " 고 물어본다 9:10
어찌어찌 간신히 접시는 다 비웠다. 타파스는 그냥 술안주다.
스페인 북부에서는 핀초라고도 부르는데 거기가 그나마 먹을 만하다
계산하려고 식당안으로 들어가니 짱이가 쭐레쭐레 따라들어왔다
선술집겸 오락실
타파스 콤비 12.1 € (18,150원) 총 16.70 € (25,050원)
곧바로 케밥집에 도착.
차 댈곳이 없어 가족들에게 포장해오라고 시키고 나는 짱이랑 차안에서 기다렸다
앰블런스가 오더니 코너에 주차된 차 빼게 해 자기가 대고 케밥집에 밥 먹으러 간다
그 시간, 케밥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식구들
긴 해가 다 지고 밖은 벌써 어두워졌는데도 30분이 넘어서야 케밥을 싸들고 왔다
걱정되서 늦게 왔다고 짜증내며 차안에서 먹으라고 했더니 안 먹고 고집을 피워 더 짜증이 났다.
숙소에 가서 먹을려고 열심히 달리는데 8분 남겨놓고 세차선중 두개 막고 공사중. 또 차가 막혔다.
숙소 다 와서는 네비까지 길을 잘못 알려줘 반대방향 외진 변두리에서 길을 잃었다.
피곤하고 배고프고 무섭고...드디어 화가 폭발해 급브레이크로 차를 세웠다.
네비 다시 조정하고 온 길을 더듬어 숙소 뒤쪽 시내로 들어왔다
RESTAURANT CAFETERIA 라고 크게 써 있는 간판보고 좁은 빈 공간에 어렵게 차를 댔다
자고 있는 경재도 밥 먹자고 깨웠다 10:00
식당에서 코스 2인 11 € X 2 . 현주 에그소세지 8 €, 콜라와 물을 주문했다
온 가족이 피곤하고 졸립고 짜증나고 해서 식탁위에 냉기만 흘렀다
음식 3인분 나오자, 눈치보며 포장해온 케밥도 꺼내 먹었다
경재는 횟집 물컵에까지 비린내나듯 여기 음식이 다 느끼하다 하고, 현주도 스페인 음식이 안 맞는다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밤 11시넘어 입맛에 안 맞는 음식 먹는 자체가 에러다,
계산서 달라고 했더니 종이에 대충 써서 내민다 33.7 € (50,550원)
뚱뚱한 써빙맨이 '우봐' 라고 하길래 그 말 뜻이 뭔지 물어보니 영어로 sorry 라는 뜻이라고 한다
숙소로 오면서 가족들 기분이 좀 풀어졌다. 애들이 아까 배운 '우봐'를 흉내내며 엄마가 '오바' 한다고 놀려댔다
로터리 두바퀴 돌아 숙소에 간신히 돌아왔다
스페인 지도웹 마저 다운로드 받고 오늘 일 노트에 정리하다 머리 복잡해 욕조에 물받아 몸을 담궜다.
등이 다 타서 쓰라리다 1:25
이 나라는 9시 넘어까지 환하고 밤 12시까지 저녁을 먹는다
낮시간이 길다보니 활동량이 많아 씨에스타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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