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Sitges, 내 속의 허상

2013. 7. 23. 16:00Spain 2013

 

 

 

 

샤워도 안하고 수영장 물 그대로 침대에 벌렁 누워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말리다, TV를 보다, 졸다...여자방 놀러가 커피푸딩을 먹고와도...

심심하다.

역시 휴식같은 여행은 내 취향이 아니다  2:45

 

스페인지도 웹을 다운받고 있는데 여자들이 나갈 준비를 다 하고 우리방으로 왔다. 폰을 켠채 침대머리맡에 올려놓고 나왔다

쉬었더니 컨디션이 좋아져서 운전도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옆 동네 시체스(sitges)를 가기위해 네비를 켰는데 진행되다가 먹통이 되었다. 강제로 끄고 메모리도 뺏다꼈는데 이번엔 아예 켜지지를 않는다. 차가 익숙해질만하니 이번엔 네비가 말썽이구나  3:00

 

시체스를 가는 내내 맨붕상태가 되어 버렸다.

네비만 믿고 지도 하나 안 구해놓은 걸 후회하기엔 내 차가 너무 빠르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네비없이 수많은 나라를 휘젖고 다녔는데 스페인이라고 못할쏘냐 호언장담하기엔 식구들의 원성이 더 클 것이다.

중간에 통행료 6.42€ (9,700원) 를 낼때도 내가 넋이 빠져 있으니까 현주가 얼른 카드를 꺼내주었다

 

SITGES 이정표가 나왔다.  그냥 지나쳤다.

아무 갈림길없이 그냥 이대로 쭈욱 가면 얼마나 좋을까 ?  지금 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몇분 후 바램도 무색하게 SITGES nord 이정표가 또 나타났다,

이번엔 못 본척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한번 더 기회를 줬다는 생각에 어쩔수 없이 깜빡이를 켜고 고속도로에서 내려왔다  4:00

 

헤맸다는 표현은 정확한게 아니다. 찾아갈 목적지가 있어야 헤맨다고 하는거고 이건 그저 이길, 저길 순간적인 선택의 운만 바랄뿐이다. 일방통행과 몇개의 로터리를 돌다보니 언덕위에 차 하나 댈 공간을 발견했다.

 

왼편으로는 아름다운 해변이, 오른편은 수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내려서 좀 쉬고 있으라고, 가족들을 그늘도 없는 팽볕으로 내몰았다.

 

네비를 이리저리 만지고 비상메모리를 껴봐도 작동불능

   귀국해서 어떻게 환불 받나 ? 

   해변의 멋진 Tecla 성당은 바르셀로나쪽으로 되돌아가야겠지 ?

   당장 숙소는 어떻게 찾아가야 되는건가 ? ...

그러다가 reset 구멍을 발견했다. 눈썹만한 구멍에 운명을 맡기고 뽀족한 걸 찾아보는데 흔한 나무젓가락조차 안 보였다. 차문도 열어놓은채 내려 가족들을 찾아보니 아빠의 火를 피해 모두 멀찌기 떨어져 바다만 내려보고 있다.

"  뾰족한 핀같은거 있어 ? " 소리쳤다

은재가 달려와 얼른 귀고리를 빼주었다. 그 끝으로 몇번 리셋구멍을 찌르자 2~3초후에 신기하게 다시 전원이 들어오고 하나하나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가장의 표정이 지옥에서 천당으로 바뀌자 그제야 가족들도 환하게 웃었다,

이제, 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Topless 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족들을 모두 태우고 원래 가려고 했던 시체스의 절경을 네비에 찍었다,

네비가 가라는대로 고분고분 따라가다보니 우리 바로 뒤 1km 도 안되는 지점이었다,

(빨간색 얼굴이 처음 차 댄 곳이고 파란색 얼굴이 전망좋은 곳. 녹색 십자가가 성당)

네비 복구가 안됐다면 선입견대로 반대쪽 길만 허댈뻔 했다,

<클릭하면 확대됨>

 

그 지점에 도착은 했는데 일방통행 골목길이라 동네를 한바퀴 더 돈 후에 남의 집앞에 주차하고 내릴 수 있었다

바로 이 풍경이 우리를 시체스로 불러들인 것이구나.

 

어렵게 찾은 만큼 감격에 겨워 식구들도 모두 좋아할 줄 알았는데...

피부에 바늘이 꽂히듯 강한 햇볕에 모두 나무그늘 아래로 피신했다, 수영장에서 얼굴이 빨갛게 익은 짱이는 완전 더위를 먹어 차 안에 들어가 물만 마셔댔다. 사진만 얼른 몇 장 찍고 차로 들어와 에어컨을 최대한으로 틀었다  4:20

 

차를 돌려 원래 묵으려던 호텔을 찾아봤는데 요트선착장 입구에서 주차비를 받고 있어서 못 들어갔다,

이 호텔 예약 안하길 다행

 

Tecla 성당을 찍고 시체스시내로 들어갔다,

좁은 골목길들을 몇개 지나자 해변도로로 나올수 있었다,

 

성당에 도착은 했는데 주차가 불편해, 가족들만 둘러보라고 하고 나는 차 주변을 지키며 해변을 산책했다  4:45

 

 

 

 

 

 

 

 

 

 

 

 

 

 

 

 

 

 

 

 

 

 

 

 

 

 

 

 

 

 

 

 

 

 

 

 

 

 

 

 

 

짱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가족들에게 ' 저녁을 먹을러 갈까, 다른 곳을 한두군데 더 보러 갈까 ? ' 물어보았다.

시간도 애매해 나머지 식구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 이후 몇시간 동안 짱이는 배를 곯아야 했다,

 

 

여기 오기전까지 상상했던 시체스와 지금 눈에 보이는 시체스가 전혀 별개로 느껴진다,

   멋있게만 포장시킨 그들이 문제인가 ?

   덥고 차댈곳 없는 이 한여름이 문제인가 ?

내 맘속의 시체스를 조용히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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