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대교위에 애국자

2013. 7. 21. 23:30Spain 2013

 

 

 

 

설레여서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부산을 떤다.

현주는 아침식사 준비와 욕실청소, 은재는 고양이 목욕에 네일아트, 짱이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기 짐 챙기기, 경재는 늦게 일어나 분리수거 한 것 갖다 버리고 샤워하러 들어갔고, 나는 설겆이  12:17

 

식전 댓바람부터 주인이 목욕을 시킨다는 건, 날 남에게 맡긴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 챈 넵킨이 불안한 눈으로 이 방, 저 방 기웃거렸다

 

 

"  손가락에 힘 뻬라고 했지, 지금도 ! "

언니가 힘들게 해주는데 짱이는 TV 만 보고 있자 은재가 소리를 꽥 지른다

 

누구는 집 덥다고 부채질하며 빨리 나가자 하고

누구는 밤 12시 비행기인데 왜 일찍 깨우냐 하고

누구는 음식 남기면 안되니까 억지로라도 다 먹으라고 하고

세 사람 월경주기에 맞춰 일정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놨는데 어제 저녁때는 갑자기 아버지 차가 도로위에서 퍼지고...

비온대서 좀 덜 더울까 기대했는데 소나기 살짝 오고 밖은 매미소리만 요란하다

불쾌지수가 점점 높아져 여행도 가기 전에 터져버릴거 같아, 3시에 출발한다고 얘기했다

 

막판에 가방 챙긴 경재가 밖에 나가 밥버거 하나 먹고 들어왔다

그러길래 일찍 좀 일어나 함께 먹고 치우면 얼마나 좋아, 으이그 저 꼴통 !   2:40

 

우리가 짐을 싣는 광경을 보고 경비아저씨가 먼저 다가오셨다. 잘 부탁 드린다고 머리 조아렸다

트렁크에 짐 가득 싣고 성인 다섯명을 태우고 에어컨을 최대로 틀자 차가 부르르~ 경기를 했다

니가 고생이 많다   3:00

 

 

너무 일찍 출발하는거 아니냐고 투덜대던 경재도 체념했는지, 조용하다

일요일 오후 공항가는 도로는 한적하다

 

웅장한 인천대교에 올라서자, 현주가 한국의 능력에 감탄하며 애국자가 되었다. 

여기만 오면 매번 그런다는걸 잊는다는게 문제지만...

 

공항에 도착했다.

주차대행해주는 아저씨가 항공편을 확인하더니 좀 더 가까운 부스쪽으로 안내해 주셨다  4:20

 

 

오는 차 안에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 두통이 약간 있다

인제부터는 애들도 혼자 여행을 다녀야하니 출국 과정을 가볍게 설명하고 아예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은재는

 

혼자 놀다

 

이내 심심해졌고

 

 

짱이는

 

꽁짜 Wi-Fi 에

 

폭 빠졌다

 

 

 

경재는

 

점점 눕더니

 

 

잠들어 버렸다,

 

 

 

 

 

 

 

 

 

출발 6시간 전에는 부스를 열거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Jeju Air 에서 홀딩하고 있어서,

여기가 맞는지 확인하느라 애들만 고생했다  7:50

 

 

 

 

 

 

 

일찍와도 면세구역 구경못해 불만인 현주와,

스맛폰하느라 안 움직여 추운 짱이와

맛있는게 너무 많은데 쩐이 없는 은재가 드디어 의기투합해 가더니

 

저녁거리를 사왔다

 

터키항공이 열렸다는 소식에 급 화색이 도는 ...

 

한국인 직원들 작전희의중  8:30

비즈니스석 라인에 줄 서 있다가 내 차례에서 직원이

' 장애인 한분만 여기서 하고 나머지 네분은 일반 이코노미 창구로 가라 '는 역차별을 했다.

그러면 좌석도 떨어지고 짐도 더 복잡해져서 다른 부스로 가려하니 그냥 처리해 주었다.

 

사람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수준을 따라 간다.

그 사람의 수준이 낮았어도 국회나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나중에 보면 수준이 그만큼 올라가 있었다. 수준이 있는 사람도 밤에 다니면 검어지는건 어쩔수 없다. 같은 한국인인데도 여기 항공사 직원들은 터키스러웠다

 

 

짐 부치고 5분 대기중

경재는 좀 잤더니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너스레를 떤다

 

 

짐 검사에서 이번에는 짱이가 로션을 뺐겼다. 쓰다가 조금 남은 거라 괜찮다고는 하는데 스킨도 아니고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려면 기내식에서 생수도 빼든지...

 

허브라운지에 혼자 올라갔다

직원이 계산을 하며 ' 10시에 문닫는데 음식은 9시 반까지 제공한다' 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9:00

자리에 앉자마자 스탠드 불을 꺼버리고 음식도 군데군데 비어 있다

얼른 한 접시 비우고 두번째 먹으러 갔는데

 

커피머신도 컵라면도 하얀 천으로 덮어 놓았다

직원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뜨거운 물이 떨어져 서비스가 끝났다는 것이다. 그냥 남은 음식이나 먹어없애라는 뜻

"  무슨 일을 그렇게 합니까 ?  받을건 다 받으면서 ! "  항의했지만 내 입만 무색해졌다

 

옆에서 음식을 담던 젊은 남자가 나한테

"  여기 뜨거운 물 나오는데... "  하며 온수기 레버를 누르자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왔다

훔쳐가지 못하게 뚜껑을 뜯어놓은 컵라면을 들고 서로 쓴 웃음을 나눴다

 

보던 TV 도 직원이 정리하며 꺼버렸다. 라운지에 이제 그 커플과 나 세 사람뿐  9:40

복도에서는 인천공항 홍보 영상이 허공속에 공허하게 울리고 있다

 

여행 노트 첫장을 채우고, 충전 맡겨놓은 짱이 폰을 찾아 나왔다  10:00

 

밤 10시가 넘자 공항이 무서울 정도로 갑자기 적막해졌다.

웹툰 공포물을 너무 많이 봤어, 자책하며 얼른 사람 많은 곳으로 내려왔다

탑승시간까지는 넉넉해서 천천히 걸으니까 힘이 덜 들었다. 첨으로 이런 여유도 부려보네

 

나 없는 사이 가족들은 각자 취향대로 늦은 저녁식사를 즐겼다

현주는 비빔밥, 짱이는 KFC

 

 

 

물 먹으려고 식수대에 몸을 숙일때, 허리가 부실해 자연스럽게 검지로 몸을 지탱했다

한 남자가 옆에 와 물을 먹으려는데 안 나오자 날 보더니 자기도 검지를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었다

자동센서인데 ㅋㅋ

그 상황이 재밌어서 가족들에게 얼른 얘기해 주려고 부리나케 오는데 멀리서 경재가 보였다

동시에 서로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잠깐도 이별이라고 반갑다.

 

늦은 밤이라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아, 여자들은 일찍 109gate 앞에 와 앉아 있었다

 

짱이가 날 보자마자 스맛폰부터 찾는다.

"  허걱, 라운지에 놓고 왔어 ! " 뻥을 쳤는데 역시 씨알도 안 맥혔다  10:10

 

 

 

애들이 모두 스마폰에 빠져있다

' 그래, 될때 실컷 해라 "

 

 

 

 

 

출발시간은 1시간이나 남았는데 벌써 탑승시키고 있다.  터키항공이 시간하나는 맘에 드는군  10:40

맘은 좌측으로, 몸은 우측으로

 

여행내내 현주와 나 사이에 애들이 낄거같아 일부러 좌석배치를 이렇게 했다

 

비행기가 둥실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Spain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브레이크없는 럭셔리 밴  (0) 2013.07.22
2> 기압성 치통에 울다  (0) 2013.07.22
SITGES는 시체들 !  (0) 2013.03.19
알람브라 궁전에 앉아라  (0) 2013.03.14
바르셀로나 길 찾기   (0) 201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