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 Tower

2013. 1. 24. 15:03Life is live !

 

 

 

 

지금까지 문제없이 살아왔는데 몇달전부터 몹쓸 습관이 생겼다

악몽도 아닌 것이 3시만 되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다시 잠을 청해도 정신은 점점 말똥말똥해져 포기, 스텐드 불을 켜고 책을 끌어당긴다.

덩달아 잠을 깬 현주가 처음엔 걱정하더니 그 다음엔 지청구로, 지금은 버럭 짜증내며 이불을 뒤짚어 쓴다

그 수모를 당하고도 밤낮이 바뀐 이유가 뭘까 ?

 

 

유럽의 지방을 다니다보면, 마을 한가운데 우뚝 솟아 이정표 역활을 하는 탑이 꼭 하나씩 있다

건축양식과는 별개로 종탑(Bell tower) 과 시계탑 (Clock tower) 그리고 두개가 같이 있는 탑도 있었다.

당연히 종탑이 먼저 만들어졌고 적의 침입을 알리는 파수대와 예배시간을 알리는 종교적인 역활을 담당했다,

그이후 최초의 시계탑이 1398년 프랑스 루앙에 세워진다. 한동안 혼재하다가 지금은 시계탑이 대세가 되었다.

잠 안자고 왠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

그때부터 사람들은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가끔 울리는 종소리가 자연의 시간이었다면 분단위로 쪼개진 시간은 인공의 시간이다.

그 시계에 맞춰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덜 쉬었고 시계탑을 세운 위정자는 부를 더 축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시간을 약속해놓고 5분이 늦으면 인간성을 의심하고 10분이 늦으면 관계를 끊어버렸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것도 아니고 차 한잔 하는데 1초를 나노단위까지 쪼갤 기세다

임상에서 여자환자에게 종종 듣는 말이 있다

  " 원장님, 생리가 자꾸 빨라져서 한달에 두번도 해요 "

  " 점점 늦어져서 생리를 안 하는 달도 있어요 "

날짜를 물어봐서 계산을 해보면 생리주기는 25일이나 40일처럼 일정한 경우가 많았다.

그럼 내가 되묻는다,

  " 생리와 달력중 어느게 먼저 시작되었을까요 ? "

30일 짜리 달력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여성들은 각자의 시계대로, 생체리듬대로 생리를 했다.

약 200만년된 생리를 기껏 3천년된 달력에 맞추는 우를 범하게 만든게 지금의 시계고 시간이다.

 

 

우리집에 매달린 시계는 제각각이다.

안방거는 지금 4분 느린데 점점 더 느려지고 욕실건 7분 빠른데 점점 빨라지고 식탁위 시계는 현주가 5분 빨리 해놨다.

맞춰봤자 그때뿐일테니 그냥 냅둔다.

눈떠지면 일어나고, 더부룩하면 아침 굶고, 식탁에 앉아 있다가 정신이 좀 들면 출근하고 어두워지면 퇴근준비하고...

그러고 산다.

서쪽 벽에 노을이 환할 때 만나자고 약속하고, 위장이 꿈틀꿈틀 몸을 풀면 밥을 먹고

추운 겨울엔 집에서 하루 종일 이불 뒤집어쓰고 살찌우고...두리뭉실하게

그렇게 살고 싶다.

 

 

 

지금 이 불면이

잘게 쪼개진 토막시간에 익숙했던 나를

연속적인 우주의 흐름에 맡겨버리는 과정중에 생기는 시차적응이었다는걸 이제 알거 같다

 

새벽녂에 머리가 똑 떨어지더니 아침 9시까지 늦잠을 자 버렸다,

허걱, 오늘도 지각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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