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선원 소조여래좌상은 어디에 ?

2011. 8. 21. 12:00국내여행

 

 

 

장맛비에 지대로 물먹은 2011년 여름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마지막 힘을 썼는지 날씨가 화창하다

 

 

오른편엔 금왕-충주간 고속화도로가 직선으로 뻗어있다.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 나온 길,

굳이 빨리 갈 이유가 없어 한적한 지방도로로 차를 뺀다, 

 

갓 포장한 따끈따끈한 아스팔트가 고무바퀴에 착착 감긴다

직선로에선 훨씬 줄어든 소음과

커브엔 안정된 그립감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호수가 바라보이는 나무그늘에 차를 세우고

담배 한대를 피우려는데...사설 낚시터 주차장이라 이내 다시 나왔다,

 

 

시골길을 다니며 무심히 스쳐갔던 문화재 안내판이 오늘따라 눈길을 끈다,.

같은 길이라도 빨리 달릴때와 느리게 달릴땐 보이는 것이 다르다.

 

 

안내판을 따라 샛길로 들어간다.

 

컴컴할 정도로 울창한 숲

조그만 늪지에 물이 깨끗해 바닥까지 환히 보인다.

 

 

아스팔트인줄 알았던 길은 이내 시멘트길로 바뀌었다,

아뿔싸 ! 

차를 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길이 좁아 옆으로 빠지지나 말기를 바라며 전진할수밖에,,,,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터널

동네 할머니가 터널안에 찬 물을 피해 나오길 기다렸다가

 

물길을 헤치고 나왔다.

차 더럽게 썼다고 현주한테 핀잔좀 듣겠는걸,..

 

 

좋은 길 놔두고

흙묻고 나뭇가지에 긁히는 험로를 들어왔다고 차가 삐걱삐걱 짜증을 낸다.

 

 

 

주먹만한 호랑나비가 꿀물 빼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조그만 마을을 관통하여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뒷산 고개를 넘으니 시야가 탁 트인다.

 

 

미터 단위까지 적혀있는 안내판을 5개째 보며 오고있다,

 

 

길은 다시 산속으로 이어지고 불안한 마음에 네비를 보니

더 이상 길로 안 쳐주겠다는듯 화면이 하얗다.

 

 

그 길 끝에, 마지막 집에 고불선원이 있었다,

 

 

삐쩍마른 삽살개 3마리가 시끄럽게 짖어댄다.

울림통이 큰거보니 꽤 맹견일거 같아 차에서 안내리고 힐끗보니 줄에 다 묶여있다.

 

 

마당에 주차하고 차문도 안 닫은채 내렸다

개가 짓는 소리에 뒤곁에서 중년의 보살님이 한분 나오셔서

   ' 주인이 지금 안 계시고 한 30분쯤 후에 오신다' 고 한다.

그렇게 예기하니 뭐 사진도 못 찍고 그냥 가기도 뭐하고 난감한 상황인데 ...

 

 

마을에서 이리로 올라오는 차소리가 들리더니

코란도 한대가 마당으로 불쑥 들어왔다.

 

 

네뎃살 딸을 둔 젊은 애기엄마가 운전석에서 내리며 어찌 오셨냐고 묻는다.

여래여래 해서 여래좌상을 보러왔다고 하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동네 이야기며 이런 저런 예기가 오가고 '문화재 도둑놈'은 아닌거 같았는지

들어오셔서 차 한잔 하시라고 별채를 가르친다.

 

네~ 예의상 대답하고

본당쪽을 바라보며 그 보물을 볼수 있냐고 하니  

 

 

 

  " 여기 없어요. 사진만 있어요 "   황당했다

  " 그거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럼 어딨어요 ? "

  " 도난의 위험이 있다고 충주박물관에서 가져갔어요 "

본당안을 들여다보니 정 중앙엔 정면에서 찍은 사진이 영정처럼 세워져있고

양 사이드엔 친절하게 좌우측을 찍은 사진을 걸어놓았다

동승정도의 크기로 짐작되고 얼굴이 검은건 흑인이 아니라 철가루를 입힌 부작용으로 보인다.

 

불상도 없고 단청도 없는 법당안은 신성한 느낌보다는 무속인이 점봐주는 방 같았다

 

  " 여래상이 언제 만들어졌나요 ? "

  " 삼국시댄가 ?   조선시대는 아니라던데..."

더 캐물어봤자 큰 소득은 없을거 같아 사진좀 몇장 찍어도 되냐고 묻고 선원을 둘러보았다,

 

 

 

 

 

 

  ' 봉황이 뛰어오르고 학이 춤춘다 '

어디 경치좋은 정자에 붙어있던 현판을 떼다 붙인 느낌이 확 든다.

 

 

애가가

  " 엄마 여기 깨구리 있어 ~ "

 

 

오랜만에 개구리를 보니 반가워 쓰다듬었더니 풀숲으로 폴짝 뛰어 사라졌다

 

 

 

애기엄마가 애기 목욕하자고 큰 가마솥 뚜껑을 스르르 여는데 김이 확 올라온다.

차 한잔 하고 가시라고 재차 잡는데도, 인사하고 나왔다,

 

 

 

큰 길로 나와 10여분을 달리니 조그만 면소재지가 나왔다

쉬어갈겸 용원초등학교로 들어갔다.

 

 

 

   밑동굵은 플라타너스

   풍성한 그늘밑에 벤치

어렸을때 놀던 학교 운동장 생각이 나서 한동안 멍하니 추억속을 헤매다.

... 

 

 

세워진 버스에 sightseeung 는 sightseeing 의 과거형인가 ?

 

 

 

네비에 충주박물관을 찍고 한참 동쪽으로 달린다.

 

 

박물관은 1관 2관으로 나눠져 있었다,

2관 계단위에 石羊상 뒤를 보니 젖통인지 불알(동물표현이라 이해 바랍니다)인지...석공의 장난기가 느껴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고불선원 소조여래좌상은 안 보이고 비슷한 것 하나만 눈에 띄었다.

 

 

소조여래좌상의

   소조는 뼈대위에 진흑같은걸 붙여서 형태를 만든걸 의미한다. 반대는 통돌을 깎아서 만드는 방법

   여래는 석가모니의 존칭

   좌상은 말 그대로 앉아있는 형상

그래서 소조여래좌상은 전국에 흔하게 많다. 고불선원을 앞에 붙어 고유명사를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디오라마.

여기건 스케일이 작고 좀 조악했다.

 

 

 

다 찾아봐도 없어 안내창구에 학예사님에게 여쭤봤다

  " 고불선원 소조여래좌상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안 보이네요 ? "

  " 신니면에 있는 규~ ?   "

  " 네,  거기 들렸다가 이리로 가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

  " 우찌 그~까지 갔다 왔데유. 지도 못 가봤는디...  여~ 보관하고 있는건 맞는디 전시는 못 했쓔 ~ "

 

 

밖에 나오니 땡볕에 땀이 쪼옥 난다.

보도블럭 턱에 한동안 앉아있었다.  힘 팽겨서.

 

 

산재한 많은 문화재는 도난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박물관이나 창고에서 잠자고 있고

진짜가 있어야 할 자리엔 모조품이나 사진들이 대체되는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였다.

길가에서 보았던 수많은 문화재 안내판들은 예산을 낭비해가며 만든 낚시대다.

 

 

◆   ◆   ◆

 

 

박물관 앞에 중앙탑공원 전경

 

 

 

 

 

 

수양버들 아래 앉아

중원을 적시는 남한강을 바라본다

 

강물이 뿌연걸 보니 

오늘 충주댐은 장마기간동안 참다참다 빵빵해진 방광을 시원하게 비우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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