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4. 21:00ㆍ국내여행
국도로 가고 싶었는데...
네비가 떼꼰해서 만사 귀찮은지 고속도로로 날 올려놓았다,
담양 IC로 들어가 빙돌아 창평 IC로 나왔다,
슬로시티로 유명해진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川) 마을
메타세콰이어길이 담양시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곳도 꽤 장관이다.
창평 초입에 있는 옛 창고.
크기로 짐작컨데 예전 이 마을이 상당히 풍족했을듯 하다.
시내는 복잡하고 차 댈곳이 없을까봐...
외곽으로 빙 돌아 들녁에 차를 대고 마을로 들어간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동네가 한산하니 산책하기 좋은 저녁이다.
마을 약도를 보고
골목길과 시골집을 둘러보는데...
한 처자가 우리 옆을 무심히 지나갔다
골목 사거리를 지날 무렵
갑자기 하얀 소형차가 10m 쯤에서 우리쪽으로 돌진했다. 것도 후진으로 !
첨엔 무슨 급발진차량인줄 알았다.
안 피했음 그대로 깔려서 다리하나 아작났을 듯,
우리가 놀라 소리치자 그제야 차가 섰다.
하도 열받아서
차를 톡톡치니 창문을 내리며 머리를 조아리는데 아까 그 처자다.
" 죄송해요. 저길로 가려다가..."
저길이건 황천길이건 핑계거리도 안되고.
언제 다른 차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 사거리에서 속도를 내는게 미친 X 이지.
' 운전 똑바로 하라 ' 고 경고하고 보냈다.
슬로왔다가 골로 갈뻔했다,
백제시대에 이미 형성된 삼지내 마을은
너른 곡창지대를 끼고 있어 천석꾼, 만석지기들이 많이 생겼다
동네에 500평씩 자리한 큰 대감집들이 많은 연유다.
소나무 아래에 손가락만한 거미가 열심히 집을 짓고 있길래
똑딱이로 몇번을 찍는데 촛점도 안 맞고 거미줄도 잘 안 찍혀 영 느낌이 안 산다.
마당을 둘러보니 한 켠에 자가수도가 있어 물을 한 모금 입에 물고 와서
망나니-옜날 죄인 참수하던- 칼에 물 뿌리듯 팍~ 품었다,
더운날 샤워해서 기분 좋은지 거미는 더 열심히 집을 지어대고
물방울 맺힌 거미줄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길래 한장 건질수 있었다.
뒷집에서 꽥꽥 오리소리가 나 엿부러 가봤더니
가까이 오지말라고 더 시끄럽게 꽥꽥거린다.
(왜 오리들은 사람을 옆으로 볼까 ?)
큰 호박이 손에 닿을듯 말듯해서
안 땄다.
마당이 예쁜 집을 힐끗거리며 지나가는데, 현주가
" 형 여기 카펜가봐 " 하며 안을 두리번 거린다. 엠마오카페라고 써있긴 했다,
우리 말하는걸 들었는지 마당 안 담장밑에서
" 들어오세요 " 하며 아줌마가 부르신다.
교회사모님이시다.
이 집은 교회에 딸린 사택이고 신도들 식사후 차 한잔씩 마시라고 달아 놓았다고 한다.
성경구절을 적어놓은 현판도 보이고
바로 옆은 교회다.
사모님이 친절하고 학식이 깊으시다.
가사문학과 송강 정철이야기부터
이 동네의 유래와 전통문화에 대하여 친절하게 말씀을 해주신다
11조라도 기거이 내고 싶은데 무신론자라 고개숙여 인사만 드리고 동네를 더 둘러보러 나왔다
걷고 싶은 골목길이 동네에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는데
군데군데 무너져내린 돌담들을 보니
사람이나 골목이나 나이들면 동맥경화 오는건 어쩔수 없네~싶다 ㅋㅋ
40여년된 목욕탕을 지나면 동네 광장으로 나오게 된다.
거기에 또 큰 교회가 있고 면사무소와 보건진료소도 있고
물레방아도 있고
무료자전거대여소도 있고
...
땀난 다리에 옷이 슬려서 살갗이 벗겨졌다
현주야 저쪽으로 가서 왼쪽으로 돌면 큰 길이 나오는데 직진해서...
차좀 이리로 끌고 올래 ?
난 좀 여기 앉아 쉴탱께 !
동네의 좁은 골목길엔
민박집을 찾는 외지인이 차를 세워놓고 길을 묻고
뒤에 밀리는 차나
다시 돌아와 길을 재차 알려주는 주민이나
모두 슬로슬로긴 하다.
♤ ♤ ♤
쌀이 풍족한 부자동네다보니
한과와 엿이 특산품인데
가을 추수때나 만든다고 해서 아쉬운 마움을 갖고 삼지내 마을을 나왔다
창평읍내를 차타고 마을 끝까지 가보니 엿을 파는 집이 보인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엿이지만 못산다니 더 사고 싶은 건지
선뜻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려는데 저만치서 차가 내려온다
잠깐 멈추니 차도 길가에 선다.
가게 안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잠시후 아까 차에서 내린 사람이 우릴 따라 들어왔는데 , 여기 주인이었다.
문 열어놓은채 차 끌고 나갔다 와도 괜찮은 동네다 창평이라는 곳이.
갱엿하고 호박엿, 조청조금 사니 20,500원
현주가 옆에서 또 깎아보라고 눈치다.
500원 정도 깎는건 뭐 일도 아니지.,.,현찰줬다,
현주는 담양에서 공기밥값 깎았다고 여행내내 별걸 다 깎으라고 압력을 넣었다.
이젠 지름값 비싸서 여행도 접어야 하나...
주유소 들려 다시 기름 채우고 내친김에 여수까지 달렸다.
♤ ♤ ♤
여수 단골모텔앞에서 현주가 또 숙박비를 깎으라고 하는데
가만히 듣자하니 애교가 아니라 이젠 협박조다.
다행히 빈방이 없어 다른 곳을 갔더니 단골보다 만원이 싸다.
결과적으로 만원 깎은거라고 큰소리치긴 했지만
넬부턴 정찰가를 지켜줘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에 안해본 것들에 대한 미련이 생기고 더 늦기전에(?)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지곤 한다
포장마차는 CC때 현주와 한번 간적이 있는데
여수에 조금 일찍 도착해보니 딱히 할일도 없는지라 포장마차를 가기로 했다,
숙소뒤에 몇개 본 기억이 있어 찾아갔는데 오늘따라 다 불끄고 고무줄로 단~디 단도리 해놓았다,
우리같은 범생이들이 무슨 술집이냐고
사가지고 들어가 먹자고 위로하며 편의점에 들렸다.
서로 술 약한줄 뻔히 아니까 순하다고 산 술이 백세주다.
근데 한잔씩 따라 건배하니 방안이 핑돌며 두 눈동자가 따로 논다.
알콜도수 13 도
첨 의도가 여행지의 분위기 있는 밤을 보내자는 것이었다면
결과는 코골며 大자로 뻗은 두 사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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