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 11:26ㆍLife is live !
휴대폰이 울린다. 아침 7:40
Unusual 한 시간에 오는 전화는 항상 불안한데...
“ 엄마가 쓰러졌는데 혈압이 안 잡힌다 ! ” 는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내 귓속으로 날카롭게 꽂혔다. 8시에 집을 나와 8:40분까지 둘째를 등교시켜주는게
내 Usual이었고 멍한 상태로 난 오산 엄마집과 반대인 학교방향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아내가 전화를 했다
“ 학교엔 전화해 놓을테니 둘째를 데리고 엄마네 먼저 가는게 좋을거 같다 ” 고.
그게 좋겠군...차를 돌렸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보니 엄마가 뉘어져 계신다
左半身不隨 意識不明... 뇌경색이다.
응급실 의사는 “ 여기서 더 처치할것이 없고 2시간이내에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된다.
아주대 응급실은 가득 찼고 빈센트밖에 받아줄 곳이 없다 ”고 한다
다시 119 응급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병원 앞마당에 응급차가 3대나 그냥 세워져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이 차를 타고 가면 안되겠냐고 하니
“ 그럼 여기 의료진이 동승해야 돼서 안된다 ” 는 수수방관 대답에 누나와 아버지가
강력히 항의했다. 그제서야 마지못해 차의 시동을 걸고 준비를 한다
그 와중에 엄마는 오른손을 허공에 휘저으셔서 종이를 대드리니 “ 영양제 맞으면 돼 ”
라고 지렁이 글씨를 쓰셨다.
마비된 육신에 갇혔지만 정신은 온전하신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컥해졌다. 살려드려야 된다.
출근 Rush-Hour 를 뚫고 수원 빈센트 응급실에 도착했다.
특별한 처치 前인데도 마비된 팔다리를 움직이실 정도로 회복되셨다. 좋아지시리라 믿었고
당연히 그러했다.
곧이어 CT. X-ray. MR-A 등의 검사가 루틴으로 이어졌고, 70여만원의 비싼 검사결과를
듣기전에 -늦게 온 가족때문에-인턴에게 “ 두번 설명하게 하냐 ” 는 짜증부터 먼저 들어야 했다.
후유증이나 사망시 책임 묻지 않겠다는 서류에 Sign 후 곧바로 혈전용해제가 투여되었다.
반병 정도 투여될 때쯤 입술사이로 피가 베어나왔다. 엄한 부위에 출혈을 일으킬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중단후 담당 레지던트가 우리 형제를 불러 수술을 권유했다.
전례가 어떻냐는 걱정스런 질문에
" 다행스럽게 1시간전에 비슷한 남자분 수술이 있어서 과장님이 지금 계시니 곧바로 수술할수 있다 "
그 환자분은 지금 어떻시냐고 재차 물음에
" 실패해서 두개골 덮었다 " 는 무신경한 대답을 듣고는 수술할 맘이 싹 가셨다.
가족들끼리 상의를 해본다고 하니 " 10분 드리겠습니다 " 한다.
누가 봐도 환자가 응급한 상황은 벗어난거 같은데 10분씩이나 긴 시간을 던져주시다니...
가족들은 " 수술을 하더라도 원래 다니시던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서 하는게 좋겠다 "는
결론을 가지고 레지던트에게 갔다, 마침 키가 큰 남자가 다가왔고, 우리가 병원을 옮긴다고
하자 레지던트에게 화를 냈다 “ 빨리 빨리 일 처리해 ! ”
인사 한마디 없이 휭 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은 의사가 아니라 공장 작업반장이었다
그들 눈엔 환자의 뇌속은 철사로 쑤셔서 뚫어야 하는 고무호스고
여기 누워있는 환자들이 오늘의 작업분량, 딱 그 정도였다.
그들에게 환자를 인격으로 바라보라는 것보다 개에게 똥을 끊으라는게 더 예후가 좋을거 같다.
늦은 오후에 서울 아산병원에 도착했다,
그 사이 엄마는 말씀을 나눌 정도로 호전되셨다,
이 병원 담당의는
"‘ 막힌 부위가 수술하기 힘든 아래 깊은 곳이라서 수술을 해달라고 해도 못한다’ " 고 했다,
1박 2일만에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잠자리를 바꿨다
15층엔 다 중풍환자로 꽉 찼고 엄마가 계신 곳에도 여섯분이 누워계셨다.
중풍수술후 상태가 악화된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구석에 누워계신 분은 한눈에 봐도 상태가
꽤 안좋아 보였다, 수술후유증으로 병원과의 소송에서 승소하여 죽을때까지 무료로 입원해
계신다는데 식물인간 상태라 살아도 산게 아니였다.
성공확율이 적고 후유증확율이 높은 이 수술의 심각성에 내 몸이 다 떨렸다.
엄마는 발병후 1주일만에 원래 상태의 95 % 이상 회복되어 퇴원하셨다.
평소에 보약을 많이 드셔서 뇌경색이 발생해도 금방 회복할 氣力이 있으신거 같았고
시시때때 感으로 결정한 선택들이 치명적인 함정을 피해갔으며
조그만 병원에선 큰 병원으로 이송해주는 배려(?)를 해줬고 무엇보다도 운이 좋았다.
난 이번 일에 의료인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되었고 ‘人命在天’ 앞에 한없이 겸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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