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하- - - - -나고 : 980엔

2017. 12. 31. 07:12Japan 2017



 

언제까지 여행할 것인가. 발톱을 깎는다                       -다네다 산토카-



다리가 나무토막처럼 차갑다

제 몸 하나에도 따뜻한 피를 보내기 힘든 나이가 되었나보다. 겨울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남쪽 나라를 훑어보다 오키나와에서 동공이 벌어졌다. 

일본식 이름을 갖고 있지만 본토나 한국에선 비행기로 두세시간이 걸리고 대만에선 30분만에 다다를 수 있는 곳. 방사능 걱정이 덜 되는 곳,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를 벗어날 수 있는 오키나와로 떠나본다.



꽃 지는데

절 문 닫아걸고

떠나다                          -노자와 본초-


지난주에 스모그로 인천공항이 마비 됐대서 이번주 내내 일기예보 모니터와 하늘을 수시로 올려다 본다.

토요일 저녁 6시부터 경기도에 대설주의보가 내려 잔뜩 겁먹고 있는데 날이 어두워지자 검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한밤중에 깨서 창문을 열어보니 다행히도 눈이 안 왔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씻고 5시반에 밖으로 나왔다가 기겁을 했다. 눈은 안 왔지만 내린 비가 얼어버려서 바닥이 반질반질하고 차창에 물방울은 알알이 얼음이 되어 붙어 있었다. 네명 태우고 트렁크 싣고 엑셀을 밟자 차 엉덩이가 무거워 씰룩, 헛바퀴를 돈다. 왕래가 드문 시내를 통과해 호매실 IC까지 살살 기어오는 동안 얇은 옷에 춥기도 했지만 긴장해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


길까지 잘못 들어 빙 돌아 6시 4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에 드문드문 빈 자리가 있어 냉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는데...



1층으로 나와 보니 실내가 아니라 찬바람이 쌩쌩부는 노상주차장이었다. 주변은 아직 깜깜하고 보도블럭은 얼어 미끄럽고 주변 차들이 시동을 걸고 있어 매연이 자욱하게 깔려 있다. 멀리 보잊는 주차빌딩까지 힘들게 걸어 들어가 또 한참을 이리 돌고 저리 올라가고 해서 제1터미널을 찾아갔다. 

아침 댓바람부터 출국하는 인파를 피해 창구 찾아가는 게 더 힘들다. 급기야 마주오던 중년 아줌마 카트에 삐쭉나온 막대에 걸려 넘어지자 짜증이 나서, 나 먼저 들어가고 가족들은 짐부치고 나중에 게이트에서 만나자고 했다.

출국심사장도 통제가 안돼서 무질서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통제를 하긴 하는데 미주노선 심사가 더 까다로워져서 그런거 같다고 한다.


예약에 맞춰 7시반에 허브라운지 도착.

자리를 잡고 은재에게 연락해보니 거기도 사람들이 많아 짐도 아직 못 부쳤다고 한다. 머리 쓴다고 각 부스로 흩어진 상태



차가운 음료수를 가져다 마시며 한숨 돌리고, 얇은 옷 하나를 벗어 배낭에 쑤셔 넣었다,




8시 15분에 은재에게 다시 연락을 하니 출국수속 끝내고 면세구역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그제서야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이 밀려들었다,



라운지를 니와 3층 화장실앞에서 가족들과 조우하고 난생 처음으로 뭔가를 사려고 면세점으로 향했다. 바로 담배.

한보루 25 $ (26,700 원) 면 1년은 필 양인데 가끔 살때마다 아까웠다. 돈 번 기분이다 


담배를 고르고 결재를 하는 모습이 하도 진지해서 현주가 나 모르게 도촬을 했다나.

너무 재밌어 근처에 가족이 와 있는지도 몰랐다


Gate에서 식구들을 다 만났는데 현주는 못 산게 있다고 짱이만 맡겨두고 은재랑 다시 면세구역으로 달려갔다.



바닥에 벌러덩 누워 컴하는 아이


비행기가 작아 탑승이 빨리 끝났다.










날개 쪼개며

무당벌레

날아오른다                            -다카노 스주-




길고 긴

한 줄기 강

 덮인 들판                           -노자와 본초-



첫 눈 위에

오줌을 눈 자는

대체 누구지                            -다카라이 기카쿠-




한반도 하늘은 청명한데 대지는 뿌연 공기로 덮혀 있다.



새벽부터 준비하느라 잠을 설친 가족들


스튜어디스가 카트를 달그락거리며 나타났다.

'와인 달라'니 없단다. '그럼 사이다 달라' 니 없다며 '물과 콜라, 쥬스중에 고르라' 고 한다.

' 서비스 시간이 짧아 못한다 ' 는 핑계를 댔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서 상대방을 질려 버리게 하는 전술이었다.


기내식은 핫도그 하나. 이럴려고 저가항공사를 뿌리치고 아시아나를 선택했나.

옆자리 식구들은 언제 깼는지 핫도그를 맛있게 먹고 있다,


웅쿠리고 30 여분울 잠이 들었다가 팔꿈치가 저려 깼다

창밖으로 오키나와 군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명불허전 바닷색.


깊이 깊이

폐 파랗게 될 때까지

바다 여행                               -시노하라 호사쿠-






몬가 좀 다른 느낌의 일본 공항



청사는 작은데 무빙워크가 없어 한참을 쉬다 걷다 했다. 짱이가 동행해 주었다 



지문찍고 입국


수화물 무사히 다 찾았을때 느끼는 짧은 행복


일본 입국문을 통과하며 ' 이제 TIMES 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남자를 찾아라 ' 고 가족들에게 임무를 주었다.

조촐한 환영인파를 한명 한명 스캔해도 우리 렌터카직원은 안 보였다. 뒷편 벽쪽에 렌터카 직원들이 몇 보였다. TOYOTA 렌터카 여직원이 있길래 TIMES 를 물어보니 옆을 가리키며 기다리라고 한다. 벤치에 앉아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훑어보고 있는데...


' 여기 계시네 ' 란 말에 뒤를 돌아 보았다.

벤치와 벽사이 구석에 삐쩍마른 놈이 마스크를 끼고 쪼그려 앉아 있는데 딱 범죄형 스타일이었다, 앞가슴에 TIMES 라는 글자만이 유일하게 우리를 안심시키는 증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 한 시간을 기다렸다 " 고 먼저 농을 던졌다, 마스크와 직모사이에 빠꼼한 두 눈이 살짝 길어졌다 풀렸다,


A4 용지 세장쯤에 빼곡히 쓰여진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몇분을 한줄한줄 확인해보다 작게 영여 소문자로 씌어진 내 이름을 반갑게 만났다,

직원이 번호표와 화일을 내주며 밖에 나가 버스를 타라고 손짓했다


현주가 ' 형 여행하기 좋은 날씨네 ' 하는데 흐린 하늘에 바람까지 불어 약간 쌀쌀하다.

렌터카 승합차들이 대기하는 곳은 길 끝에 있었다,






다른 렌터카 회사 차들은 속속 들어와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을 싣고 공항을 빠져 나가는데...TIMES는 직원이나 차나 근무태만이다




수십분만에 고물버스가 도착했다




시내 들어가며 짱이가 " 오늘 모 할려고 했어 ? " 묻는데 대답을 해주려다 말았다,

버스에 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한국인이라서 갑자기 대화가 조심스러워졌다,



공항 근교에 대부분의 렌터카 사무실들이 보이는데 TIMES는 그곳을 무심히 지나 한참을 달린다


그러더니 써꺼스 천막만 삐쭉 솟아 있는 허허벌판에 우리를 부려 놓았다


사무실은 컨테이너 두칸에 문을 내고 창문을 뚫어 놓은게 전부였다.

안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먼저 하려고 아우성이었고 나머지 일행들은 흙바닥 여기저기에 방치되어 있었다


번호가 번쩍거리는 전광판은 있는데 번호표 뽑는 곳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직원에게 뽑는 곳을 물으니 그런거 없고 나눠준 번호 부른다고 했다. 전광판 번호는 세자리고 내가 쥐고 있는건 한자리 번호라서 미심쩍어하며 구석 생수통에 가서 물을 빼 먹으려는 순간 직원이 내 번호 7번을 불렀다 


한손에 물컵을 들고 한손엔 번호표를 들고 우물쭈물 먹지도 못하고 대답도 못하고 있는데 은재가 달려 들어와 득달을 한다.

얼른 물컵을 버리고 프런트로 갔다


전혀 일본스럽지 않은, 까무잡잡한 폴리네시안으로 보이는 직원이 응대를 하는데 영어가 서툴렸다,


내가 unlimited kilometer ? 여부를 묻자 한국인 여직원을 불러와 대화를 이어갔다, 렌터카 직원이 Full 보험을 권하는데 비용이 하루에 만원을 넘기기에 그냥 안 들었다. 

핸들 손맛 좀 보라고 은재도 운전자등록을 했다


서류 수속 끝나고 직원과 함께 밖에 나와 차를 인계 받았다.

가족들이 합심해 차 외관을 살펴보고 짐들을 트렁크에 쌓았다,


여직원이 사이드미러 살짝 긁힌거 체크하고 네비를 한글로 세팅해 주고갔다


가족들은 다 착석하고 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데 정작 오늘 묵을 호텔 검색이 안된다. 전화번호, 명칭, 주소등 모두 찾을 수가 없어 당황하다가 기억을 더듬어 지도에 대충 위치를 찍자 네비가 안내를 시작했다.


좌측통행에 익숙해지기 위해 앞차를 엄마 삼아 조심조심 교차로를 진입하고 시내를 통과해 고속도로까지 무사히 진입했다


먼 산의

해와 맞닿은

시든 들판                     -다카하마 교시-



일본 음악이나 들으려고 FM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이시간엔 여기저기 알아들을 수 없는 토크쇼라서 아예 꺼 버렸다.


한두방을 맺히던 비가 제법 차창을 때리고


가을비에 검게 물드는

베트남전 참전비

죽은 동생의 이름                       -닉 버질리오-


조금전까지 재잘대던 아이들은 어느새 입을 벌린채 잠 들어 버렸다.



조용히 오키나와 북쪽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린다. 



한 줄로 뻗은 산과 산들

한 해가 가고 또 가도

나는 여전히 사랑하네                         -게리 스나이더-


벌써 시건방져저서 답답한 앞차들을 오른편으로 추월해 가며 달리다보니 고속도로 종점에 도착했다








천엔 냈더니 동전 두닢 거슬러 준다.

57 km 에 톨비는 만원. 기름값보다 비싸다


오키나와에 유일한 고속도로

<클릭하면 확대됨>


고속도로를 나온 차는 이제 왼편에 바다를 끼고 나고시를 향해 달린다




그가 한마디

내가 한마디

가을은 깊어 가고                               -다카하마 교시-




갑자기 앞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사고가 났나 ?   옆으로 빠질가 ?   쉬었다 갈까 ?   샛길이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