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PICK UP "

2017. 11. 25. 09:27독서








이 책을 읽어보니, 오십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단편소설의 맛을 !

진한 사골국 같은 장편소설이 어찌 샐러드 같이 신선한 단편소설의 맛을 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비록 통속소설가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자꾸 골라 집게 된다. 이 책엔 열두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픽업>

나 찰리 짐머맨은 오늘 횡령과 금융사기로 재판을 받는 날이다. 변호사와 남들은 내가 5년형 이상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리라 생각했지만 난 배심원 대표인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남자가 처제랑 불륜의 관계라는 약점을 잡고 돈으로 매수해 무죄판결 취지문을 받아내서 풀려났다. 난 금수저로 태어나 세 군데 대학교를 다녔고 한때 월스트르트의 금융회사에 다니다 몇 가지 윤리 규정을 어겨 해고 됐다. 나는 새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방법으로 횡령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을 뿐이다. 적자생존의 세상, 아무리 친절을 베풀어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이다. 정부의 행정 명령이나 법령은 사람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을 뿐 나를 위해 만든건 아니지 않는가 ? 그럼에도 왜 반드시 정부의 행정 명령과 법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

법원 지정 변호사와 술자리를 하고 나와 혼자 술집을 돌아다니다 셰리란 여자랑 눈이 맞아 원나잇을 즐기러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간다. 그러나 셰리는 플렛이 고용한 전문배우였고 찰리는 덪에 걸려 납치된다. 플렛은 찰리에게 15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은퇴 치과의사인데 사실은 찰리가 케이멘 제도에 숨겨놓은 전 재산을 노려 찰리의 손가락을 자르고 다리미로 지져서 위임장 도장을 받아낸다. 담날 아침 빈털터리가 되어 풀려난 찰리가 맥도널드에서 중국계 청년직원에게 ' 정직한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 란 말을 들으며 씁쓸해 한다


<크리스마스 반지>

전남편 토드와 나 에리카는 기업인수합병 전문변호사로 트드의 연봉은 270만달러, 난 100만 달러를 벌고 있다, 토드는 자기 자신이 필요한 상황에 따라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다, 법정에서는 수려한 말솜씨로 피도 눈물도 없이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난도질해대던 그는 오페라 아리아 전곡을 부를 줄 아는 예술가적 심미안과 아름다운 영을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토드와 달리 나는 심장이 콘크리트처럼 딱딱한 변호사일 뿐이다. 결혼당시 낭비벽이 심한 토드는 나에게 고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줬는데 6개월전 우리는 이혼하고 3주후 토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소프라노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성대한 별혼식을 올렸다,

난 조금도 냉정을 잃지 않고 애써 품위를 유지했지만 마음속은 갈가리 찢어졌다, 나는 직업적으로 성공하는데 혈안이 돼 늘 긴장을 풀지 못하고 토드가 나에게 말했듯 인생은 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고, 결국 토드를 떠나가게 만들었다, 난 왜 지금껏 인수합병 전문변호사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지 알고 살아왔을까 ?  충격을 잊기 위해 크리스마스때까지 일에 몰두했다.

전남편 토드는 나에게 결혼반지를 자기에게 팔것을 요구했다. 순전히 새로운 부인이 그걸 뺐어오길 원했기에 비싼값에 넘겨주기로 한다, 그를 만나러 가는 저녁시간, 늦은 시간까지 빌딩을 지키던 경비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가 돈이 없어 소말리아에 가족을 두고 온 사정을 듣게 된다. 나는 경비를 도와주기 위헤 반지와 돈을 바꿔오게 시켰다. 황당해 하는 토드에게 나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긴다 ' 난생처음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 메리 크리스마스"


<여름소나타>

나는 작곡공부를 위해 영국에 유학와 여자를 사궜고 10개월후 미국으로 귀국하며 헤어졌다, 영국생활은 좋은 의미에서 나를 변화 시켰는데 '성공' 에 대한 생각도 어릴 때에는, 안정적인 직업에 종사하며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것에서 그 후, 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미국에 와서 이상형인 앤을 만났다, 그녀는 나와 관심사와 지적 수준이 비슷해 언제나 열띤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앤의 부모는 화목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고 내 가족은 언제나 골치아픈 문제를 양산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내 인생의 남자는 너라는 앤의 고백에, 너무 이른 나이에 사랑의 덫에 갇히건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으로 앤을 밀쳐냈다. 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하고 다녔다. 그때 나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졌고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고 그저 경험에 목말랐다, 나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밀어닥쳤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철이 없었다, 앤과 헤어지고 수십년이 흘러 앤은 유명 첼리스트가 되었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나는 콘서트홀 뒷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뜩 깨달았다, 앤이 연주한 브람스의 곡에는 내 마음을 괴롭히는 깊은 슬품이 녹아들어 있었다, 행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 ?

집에 돌아와 악다구를 쓰는 와이프에게  ' 앤을 사랑해 ' 라며 바로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뒷통수에 대고 와이프 매브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 나 역시 네놈 때문에 오래전에 모든 걸 잃었어 ! "


<전화>

이번 편은 초반부터 작가 혼자 설레발을 치고 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주인공은 어젯밤 끊었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 사형수는 사형집행전에 따뜻한 음식을 먹지' 하며 갈비구이와 글루텐 가득한 소스를 먹는다. 그리고 집에 와 소파에 웅쿠리고 자고 아침에 쏘아보는 아내에게 거짓말로 둘러댄다. 먼 출근길을 걸어가며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에 도착한다, 업무상 중요한 미팅들을 무례하게 취소하고 담배불을 카펫에 비벼끄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평소에 보기 싫었던 상사 머피의 빰을 때리고 길거리에서 술병나발을 불다 쏘아보는 행인에게

" 당신은 진실이 뭔지 알아 ? 하루 종일 답답하고 칙칙한 사무실에 앉아 한심한 일이나 하며 살아가는 주제에 당신이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겠어. 아마 당신은 세상을 엿 먹이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평생 모르고 살아가겠지 " 라며 일갈한다.

노상음주를 했다고 경찰에게 쫓기고 여행사에 들어가 호주 편도 비행티켓을 끊는다. 신용카드로 현금인출을 Full 로 받고 공원에 앉아 이 과격한 일련의 행동들의 원인을 보여준다, 바람핀 애인이 임신했다고 어젯밤 폭탄 발언을 한 것이었다. 애인의 폭로전화를 받은 아내의 악다구 전화를 받으며 택시를 잡아타고 행선지를 묻는 기사에게 " 나도 몰라요,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 " 라며 반문한다. 

만년필과 악어가죽 지갑등을 파는 가게를 지나며 주인공이 하는 말이 의미심장해서 인용해본다

' 회사임원을 하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나마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을 때 한번쯤 사용하는 물건들이었다. 일을 하는데 그런 사치품들이 왜 필요할까 ? 혹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두려움과 허무감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 세계도처를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 협상하고 밤새도록 서류를 붙잡고 씨름하는 일들이 사실은 그저 겉만 그럴싸하게 포장돼 있을 뿐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 '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

이번 단편은 우리 부부랑 닮은 것이 있어서 현주에게 읽어 주었다,

세번째 이별을 겪고 나서 3년동안 괴로워하다가 만난 남자 리처드. 나는 망각과 혼돈의 천재지만 그는 정반대로 강박적인 정리정돈의 화신이었다,  " 어머 ! 이 남자라면 내 삶을 조금이나마 정돈해 줄 수 있겠어 "

그러나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가장 큰 망상은 애인에게서 못마땅한 면이 보일때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기는게 아닐까 ?

그는 가장에 충실치 않으면서 걸핏하면 "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 " 하며 나를 몰아부쳤다,

그 말을 첨 들은지 8년 7개월, 그가 또 말했다 "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 "

나는 남편을 똑바로 처다 보았다,.

"  그래, 알아 "


<냉전>

이번 단편은 화자가 7살짜리 꼬마녀석이라는 것밖엔 신선한 것도 없고 뭔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장편소실책 앞 10 여 페이지를 쭉 찢어 놓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

우리의 이해와 오해, 만남과 이별, 갈망과 거부, 사랑과 경멸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 우리는 왜 우리의 삶에 깃든 모든 좌절과 실패의 원인이 사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까 ? 우리는 자주 상처 받았다고 여기지만 사실 상처를 입힌 당사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 

그리고 그 다음에는 ?

50세가 넘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유전자의 룰렛게임이다, 그 나이가 되면 누구나 우리의 몸이 벌이는 룰렛 게임의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

우리의 삶에는 왜 불행이 만연할까 ? 우리의 삶이 불확실하기 때문일까 ? 인생이 절망과 살패로 점철되어갈 때 우리는 왜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 ?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아온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


<가능성>

누구나 어딘가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우리가 스스로 가두어버린 굴레에서 벗어나 단지 한 발짝만 앞으로 내디디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 두려워 옴짝달짝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

그러나 주저하다보면 컵속에 얼음처럼 그런 가능성도 사라지고 만다


<실수>

당신이 작가라면 단편들의 순서를 어떻게 배열 할 것인가 ?

야구에 4번 타자가 있듯이 단편집의 나열순서는 재미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뒤로 갈수록 글들이 재미가 없다.


<괜찮겠지>

이 단편을 어제 읽디가 뭔 일이 있어 중단하고 오늘은 낮잠을 자다 마저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단순한 줄거리인데도 머리속이 정리가 안된다.

몇 페이지 안되니 한번 더 읽어 보면 알 수 있겠지 하며 맨 앞장으로 왔다가 비로소 깨달았다.

맨 뒤 문장과 맨 앞 첫 문장이 연결되어 있어서 내용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람쥐 챗바퀴처럼 끈임없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더글라스가 여러 방법으로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내 주었군.


<도박>

돈이 많으면 누구나 멍청한 생각을 품게 마련이었다.

돈은 자유에 대한 환상을 주니까, 돈이 뭐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 돈은 뭐든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고,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환상, 법의 그물망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환상을 주기도 한다. 돈은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다는 환상을 주기도 한다.


<각성>

10년전 아내 루이스를 맨해튼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기대되는 신예 소설가였고 아내는 여성 잡지 애디터였다. 그러나 7년전 네번째 소설마저 출판사들에게 퇴짜를 맞은 후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땅에 떨어졌고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리키며 살고 있다, 아내는 아이들 둘을 키우며 그 대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한때 제지공장들이 번창했을 때는 부자들도 제법 많았는데 지금은 부랑자와 실업자들이 낡은 건물들의 그림자 아래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다. 나는 희망없는 삶을 날마다 속으로 삭이는 절망의 연료로 삼을 뿐인데 아내는 절망을 모조리 밖으로 드러내며 모든 불행을 내 탓으로 돌렸다.

이날 아침도 소설창작을 꿈꾸는 나에게 아내는 " 그런 개수작은 당장 집어치워 " 라며 요가강습을 가야 하니 애들을 보라고 악다구를 썼다. 나는 정신집중하는 덱스트린약을 과용하며 서재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순식간에 장편소설을 써내려갔다, 아내는 문밖에서 고레고레 고함을 질러댔지만 난 소설가로 대성하는 상상을 하며 잠도 안자고 2~3일만에 400여 페이지의 소설을 탈고했다. 

마침내 거실로 나와보니 아내는 목이 졸려 죽어 있었다. 살인자는 바로 나였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지 러시아 "  (0) 2018.03.04
"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 "  (0) 2018.02.26
" THE DEAD HEART "  (0) 2017.11.15
"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0) 2017.11.03
" 일본 하이쿠선집 "  (0) 2017.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