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2017. 11. 3. 11:27독서






 

두께만큼이나 많은 하이쿠들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지극히 개취적인 기준으로 엄선하여 옮겨 적어 놓는다.

 

가루약 / 위로 향한 입에 / 가을바람

-나가이 가후-

가엾어라 / 나를 따라오는 / 나비

-고바야시 잇사-

가을 밝은 달 / 아무리 가도 가도 / 딴 곳의 하늘

-가가노 지요니-

가을 저물녘 / 큰 물고기 뼈를 / 바다가 끌어당긴다

-사이토 산키-

가을되었다 / 한 권의 책을 미처 / 읽지 못하고

-나쓰메 소세키-

가을바람 분다 / 마음속 수많은 / 산과 강에

-다카하마 교시-

가을비에 검게 물드는 / 베트남전 참전비 / 죽은 동생의 이름

-닉 버질리오-

가을의 모기 / 죽을 각오를 하고 / 나를 찌르네

-마사오카 시키-

거미로 태어나 / 거미줄 치지 않으면 / 안되는 건가

-다카하마 교시-

겨울 산 / 어디까지 오르나 / 우편배달부

-와타나베 스이하-

겨울 찬 바람 / 저녁 해를 바다로 / 불어 내리네

-나쓰메 소세키-

겨울바람 / 휘파람 소리 내는 / 우체통구멍

-매튜 루비에르-

겨울비 내리네 / 옛사람의 밤도 / 나와 같았으려니

-요사 부손-

괴로운 일을 / 해파리에게 이야기하는 / 해삼

-구로야나기 쇼하-

국화 키우는 / 그대는 국화의 / 노예여라

-요사 부손-

국화가 나른하다고 말했다 / 견딜 수 없다고 / 말했다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귀뚜라미 오네 / 개를 묻은 마당 / 한구석에서

-마사오카 시키-

귀뚜라미여 / 이 집도 시시각각 / 낡아가는 중

-야마구치 세이시-

귤을 깐다 / 손톱 끝이 노란색 / 겨울나기여 

                  -마사오카 시키-

그 누구도 없는 / 온 하늘 / 자존의 가을

-이다 다코쓰-

그가 한마디 / 내가 한마디 / 가을은 깊어 가고

-다카하마 교시-

그것도 좋고 / 이것도 좋아지는 / 늘그막의 봄

-이와타 료토

그대 돌아오지도 못할 / 어느 곳으로 / 꽃을 보러 갔는가

-나쓰메 소세키-

그대를 보내고 / 생각나는 일 있어 / 모기장 안에서 운다

-마사오카 시키-

금풍뎅이 / 내던지는 어둠의 / 깊이

-다카하마 교시-

기나긴 밤 / 천 년 후를 / 생각하네

-마사오카 시키-

길고 긴 / 한 줄기 강 / 눈 덮인 들판 

                              -노자와 본초-

깊이 깊이 / 폐 파랗게 될 때까지 / 바다 여행

-시노하라 호사쿠-

꺾지 마시오 / 하곤 꺾어서 주네 / 뜰에 핀 매화 

                 -단 다이기-

꼴사나워라 / 늦더위의 / 끈질김

-다카하마 교시-

꽃 지는데 / 절 문 닫아걸고 / 떠나다 

                                    -노자와 본초-

꽃 피기 전에는 / 기대하는 이도 없는 / 진달래여라 

                  -오가와 하리쓰

꽃의 색 허무하게 바래 버렸네 / 나의 몸도 / 장맛비 내리는 사이에 

      -오노노 고마치

꽃잎이 떨어지네 / 어, 다시 올라가네 / 나비였네 

                -아라카다 모리타케-

나도 / 너처럼 늙을까 / 가을의 나비 

                -고바야시 잇사-

나를 데리고 / 내 그림자 돌아오는 / 달 밝은 밤 

                -야마구치 소도-

나를 위해 / 불 늦게 켜 주시게 / 저무는 봄날 

                -가토 교타이-

나무 아래는 / 국이고 반찬이고 / 온통 벚꽃잎

-마쓰오 바쇼-

나비 날아가네 / 마치 이 세상에 / 바랄 것 없다는 듯

-고바야시 잇사-

나비 사라지자 / 내 혼이 나에게로 / 되돌아왔다

-안도 와후-

나비를 좇아 / 봄날의 깊은 산을 / 헤매였어라

-스기타 히사조-

나비의 날개 / 몇 번이나 넘는가 / 담장의 지붕 

                -마쓰오 바쇼-

나의 집에서 / 대접할 만한 것은 / 모기가 작다는 것

-마쓰오 바쇼-

날이 밝으면 / 반딧불이도 한낱 / 벌레일뿐 

                -아온-

남자인 우리 / 복어에 내걸 만한 / 목숨이련가

-히노 소조-

낮게 걸린 해 / 그림자가 거인이다 / 곧 모두 그림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내 나이 / 늙은 것도 모르고 / 꽃들이 한창

-가와이 지계쓰-

내 전 생애가 / 나팔꽃만 같아라 / 오늘 아침은 

                -아라카다 모리타케-

내가 죽으면 / 술통밑에 묻어줘 / 운이 좋으면 / 밑동이 샐지도 몰라

-모리야 센안-

내다 널 수 없는 / 여자의 마음이여 / 옷 너는 날

-마쓰오 바쇼-

넘어져도 / 미소 지을 뿐인 / 인형이어라 

-가가노 지요니-

녹아서 / 서로 화해했구나 / 얼음과 물 

                -야스하라 데이시쓰-

높은 산에서 / 내려와서 낮에는 / 초밥을 먹고 

                -가와히가시 헤키고토-

눈 녹아 / 온 마을에 가득한 / 아이들 

                -고바야시 잇사-

눈을 감으면 / 젊은 내가 있어라 / 봄날 저녁

-다카하마 교시-

느리게 흘러가는 / 날들을 본다 / 안경을 쓰고 

                -단 다이기-

느린 날들이 / 모여서 멀어져 간 / 옛날이어라 

                -요사 부손-

늙은 매화나무 / 추할 정도로 많은 / 꽃을 피웠네

-다카하마 교시-

닐개 쪼개며 / 무당벌레 / 날아오른다

-다카노 스주-

달도 보았으니 / 나는 세상에 대해 / 이만 말 줄임 

-가가노 지요니-

달려오는 차들 / 각각 3톤짜리 총알 / 그리고 당신의 살과 뼈

-뉴욕시 교통선전문구-

달빛 아래 / 의자 하나를 / 갖다 놓는다 

-하시모토 다카코-

달빛이 너무 밝아 / 재털이 비울 / 어둔 구석이 없다 

                -후교쿠-

달팽이 / 천천히 올라라 / 후지산

-고바야시 잇사-

덧없는 세상은 / 덧없는 세상이건만 / 그렇지만은 

                -고바야시 잇사-

도둑이 / 남겨두고 갔구나 / 창에 걸린 달

-료칸-

도토리 한 알 / 자신의 낙엽에 / 파묻혀 있네

-와타나베 스이하-

동백꽃 냄새 맡고는 / 내던지고 / 걸인이 걸어가네

-오자와 다케시-

두 손으로 뜨자 / 벌써 이가 시린 / 샘물이어라

-마쓰오 바쇼-

두견새 / 사라져 간 쪽에 / 섬 하나

-마쓰오 바쇼-

뒤돌아보면 / 길에서 만난 사람 / 짙은 봄 안개

-마사오카 시키-

땅 밑에 있는 / 많은 것들 / 봄을 기다려

-마쓰모토 다카시-

때리지 말라 / 파리가 손 비비고 / 발을 비빈다 

                -고바야시 잇사-

떠나는 가을 / 손을 벌렸구나 / 밤송이

-마쓰오 바쇼-

떠나는 기러기 떼 / 뒤처지는 한 마리 / 멀리 더 멀리

-찰스 딕슨-

떠나는 내게 / 머무는 그대에게 / 가을이 두개 

                -마사오카 시키-

떨어진 꽃잎 / 가득한 수면위에 / 개구리의 눈

-도미야스 후세이-

라이잔은 다만 태어난 죄로 / 죽는 것일뿐 / 원통할 게 아무것도 없다

-고니시 라이잔-

마른 정강이 / 병들었다 일어난 / 학의 추위여

-요사 부손-

먼 산의 / 해와 맞닿은 / 시든 들판

-다카하마 교시-

먼 속의 불꽃놀이 / 소리만 나고 / 아무것도 없어라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멀리서 바라보면 / 인간이 타며 내는 불빛은 기껏해야 / 60와트 3시간

-후지와라 신야 (인도방랑)

모 심는 여자 / 자식 우는 쪽으로 / 모가 굽는다

-고바야시 잇사-

모든 사람이 / 낮잠을 자는 것은 / 가을 달 때문 

                -마쓰나가 데이토쿠-

몸무게를 달아보니 / 65킬로그램, / 먼지의 무게가 이만큼

-오자키 호사이-

무슨 까닭에 / 긴 것 짧은 것 있나 / 고드름은 

                -우에시마 오니쓰라-

무엇을 입어도 / 아름다워지는 / 달구경 

-가가노 지요니-

문을 나서서 / 열 걸음만 걸어도 / 넓은 가을바다 

                -마사오카 시키-

물새 조용히 / 자신의 몸을 / 흐르게 하네

-시바타 하쿠요조-

물이 빠지자 / 허수아비 다리가 / 가늘고 길어라 

            -요사 부손-

미인이었던 / 그대의 마지막도 / 해골이구나

-나쓰메 소세키-

바람 묵직하고 / 사람 달콤해지는 / 봄날은 가네 

                -가토 교타이-

밤에 내린 눈 / 알지도 못한 채로 / 잠이 갓 들어 

            -마쓰에 시게요리-

밥을 지어라 / 산 자와 죽은 자에게 / 올해의 쌀로

-에자키 요시히토 (동일본대지진후 하이쿠공모 대상)

밭 주인이 / 허수아비 안부 묻고 / 돌아오네 

                -요사 부손-

번개 치는 / 들판에서 돌아온 / 고양이를 껴안다 

                -하시모토 다카코

병든 기러기 / 추운 밤 뒤쳐져서 / 길에서 자네

-마쓰오 바쇼-

봄의 우수여 / 차가워진 두 발을 / 포개어 놓고

-다카하마 교시-

부러워라 / 아름다워져서 지는 / 단풍나무 잎

-가가미 시코-

불타 버렸네 / 그렇긴 하나 꽃은 / 아직 피기 전

-가가미 시코- (2차화재)

불타 버렸네 / 그렇긴 하나 꽃은 / 이미 진 다음

-다지바나 호쿠시- (1차화재)

불평을 말할 / 상대는 벽뿐 / 저무는 가을

-고바야시 잇사-

비가 내리면 / 사람을 곧잘 닮은 / 허수아비여

-나쓰메 세이비-

비유하자면 / 팽이가 튕겨나간 / 것 같은 거지

-다카하마 교시-

빗속에서 혼자 / 내 그림자조차 / 씻겨져 갔다

-도로시 맥러플린-

사람없는 절에 / 종은 도둑 맞았어도 / 첫 벚꽃 

                -마사오카 시키-

사람이 그리웠나 / 어깨에 와서 앉은 / 고추잠자리

-나쓰메 소세키-

산 씻는 내 / 그러나 색깔 없는 / 가을의 물

-우에다 아키나리-

산다는 것은 / 나비처럼 내려앉는 것 / 어찌 되었든 

            -니시야마 소인-

생선 먹고 / 입에 비린내 나는 / 눈 내린 낮

-나쓰메 세이비-

서 있는 허수아비 / 나이는 / 일흔두셋

-사쿠라이 쇼우-

섣달그믐날 / 정해진 것 없는 세상의 / 정해진 일들 

                -이하라 사이가쿠-

세 그릇되는 / 떡국이 돌아오네 / 가장의 모습 

                -요사 부손-

소리 나지 않으면 / 그것으로 작별인가 / 고양이 사랑

-가가노 지요니-

소쩍새가 부르지만 / 똥 누느라 / 나갈 수 없네

-나쓰메 소세키-

쇠똥구리로 태어나 / 뚱 굴리는 것 / 말고는 없지

-가토 슈손- (윗시 답시)

쇠못 같은 / 앙상한 팔다리에 / 가을 찬 바람

-고바야시 잇사-

수선화 피었네 / 코감기 걸린 사람 / 머리맡에서

-나쓰메 소세키-

시계방의 시계 / 봄밤 어느 것이 / 정말일까 

    -구보타 민타로-

아내로 삼고 싶은 / 사람 많아라 / 꽃구경할 때

-오가와 하리쓰-

아름다워라 / 눈 내려 쌓인후 / 맑게 개인 날 

                -단 다이기-

아무 말 없이 / 손님과 집주인과 / 하얀 국화와 

                -오시마 료타-

약장 안에 / 겨울 파리 한 마리 / 늙어서 죽은

-잭 케루악-

어부의 집에 / 건어물 냄새 나는 / 무더위

-마사오카 시키-

어제 떠나고 / 오늘 떠나 기러기 / 없는 밤이여

-요사 부손-

얼마나 운이 좋은가 / 올해에도 / 모기에 물리다니

-고바야시 잇사-

여름 소나기 / 혼자서 밖을 보는 / 여인이여 

                -다카라이 기카쿠-

여름소나기에 / 두들겨 맞는 / 잉어의 머리 

                -마사오카 시키-

여름이라 마른거야 / 그렇게 대답하고 / 이내 눈물짓네 

                -기타무라 기긴-

오늘 밤 / 쓸 것이 아무것도 없다 / 단지 이것이 전부

-앨런 피자렐리-

오늘부터는 / 우리나라 기러기다 / 편히 자거라 

                    -고바야시 잇사-

오늘뿐인 봄을 / 걷고 걸어서 / 작별했어라

-요사 부손-

오늘이라는 / 바로 이날 이 꽃의 / 따스함이여

-히로세 이젠

오랜 연못에 / 개구리 뛰어드는 / 물소리 ‘텀벙’ 

                -마쓰오 바쇼-

올빼미여 / 얼굴 좀 펴개나 / 이건 봄비 아닌가

-고바야시 잇사-

위태로운 길 / 하지만 올해는 아버지의 / 지팡이를 짚고 걷네

-세이머스 히니-

의지할 곳은 / 언제나 잎사귀 하나 / 벌레의 노숙

-마쓰오 바쇼-

이 세상은 / 풀벌레까지도 / 잘 우는 놈 못 우는 놈

-고바야시 잇사-

이 세상의 / 무거운 짐 내려놓고 / 낮잠을 자네

-마사오카 시키-

일생에 / 한 가지 비밀 / 레몬의 노란색 

-기노시타 유지-

일생을 여행으로 쟁기질하며 / 작은 논을 / 가고 오는 중

-마쓰오 바쇼-

있는 국화 / 모두 던져 넣어라 / 관속으로

-나쓰메 소세키-

자벌레까지 / 자로 재고 있다 / 내 단칸방 기둥을

-고바야시 잇사-

자신의 밥그릇이 / 있는 집으로 / 돌아오고 있다

-오기와라 세이센스이-

잠 오지 않아 / 열어 둔 창틈으로 / 어둠 속 매화

-가와이 오토쿠니-

잠들어서도 / 여행길에 본 불꽃 / 가슴에 피어

-오노 린카-

재 속의 불 / 코 고는 소리 속 / 희미한 불빛

-가야 시라오-

재채기하다 / 눈에서 놓처 버린 / 종달새 

                -요코이 야유-

저녁 소나기 / 개구리 얼굴에 / 물 세 방울쯤

-마사오카 시키-

저녁 후지산에 / 엉덩이 나란히 하고 / 우는 개구리 

                -고바야시 잇사-

저녁의 벚꽃 / 오늘도 또 옛날이 / 되어 버렸네

-고바야시 잇사-

젊었을 때는 / 벼룩 물린 자국도 / 예뻤었지

-고바야시 잇사-

젊었을 때는 / 소문날 정도로 사랑받았지 / 늙은 벚나무

-고바야시 잇사-

주유소 남자가 / 길을 가르쳐 보인다 / 기름 호스로

-앨런 피자렐리-

주인 없는 집 / 매화조차 남의 집 / 담장 너머에

-마쓰오 바쇼-

지금 이 순간 / 계속 살아 나가서 / 먼 옛날이 된다

-게리 스나이더-

지붕에서 자는 / 주인 없는 고양이 / 봄바 내리고 

                -단 다이기-

짧은 밤이여 / 나에게는 길고 긴 / 꿈 깨어나네 

                -요코이 야유-

처 죽여놓고 / 파리의 前生을 / 생각한다

-고마쓰 가쓰쇼-

천둥에도 / 떨어뜨리지 않던 젓가락을 / 소쩍새 울자

-우에다 아키나리-

첫 눈 위에 / 오줌을 눈 자는 / 대체 누구지 

                -다카라이 기카쿠-

추워서 잘 수 없다 / 잠들지 않으면 / 더욱 춥다

-가가미 시코-

툇마루 끝에 / 다만 앉아 있는 / 아버지의 두려움

-다카노 스주-

툇마루 위에 / 어디선지 모르게 / 떨어진 꽃잎

-다카하마 교시-

풍경 소리 / 들리지 않으면 외롭고 / 들리면 성가시고

-아카보시 스이치쿠쿄-

피는 꽃을 / 번거롭게 여기는 / 늙은 나무

-모치즈키 모쿠세쓰 -

한 사람씩 계속 / 눈 속으로 사라지는 / 눈 구경

-고미 가쓰리-

한 줄로 뻗은 산과 산들 / 한 해가 가고 또 가도 / 나는 여전히 사랑하네

-게리 스나이더-

햅쌀 / 한 톨의 / 빛이여

-다카하마 교시-

호박은 뚱뚱해지고 / 나는 말라 간다 / 한여름 더위 

                -산 도운-

혼자라고 / 숙박부에 적는 / 추운 겨울밤

-고바야시 잇사-

홍시여, 잊지 말게 / 너도 젊었을 때는 / 무척 떫었다는 것을

-나쓰메 소세키-

휘바람새는 / 왕 앞에 나와서도 / 같은 목소리

-고바야시 잇사-

흐르는 물에 / 자기 그림자 좇는 / 고추잠자리 

-가가노 지요니-

흰 모란이라 / 말할지라도 / 분홍색 어렴풋

-다카하마 교시-

흰 숯이여 / 타지 않은 옛날에는 / 눈 얹힌 가지 

                -간노 다다토모-

  


마지막으로, 국문과를 졸업하고도 일본어를 엄청 잘 하는 저자의 하이쿠도 한편 싣는다


  

화장터 불빛 / 손금의 생명선을 / 비춰 보았지

-류시화

 

  



  

 

형식의 미를 추구하는 하이쿠도 몇십년 몇백년이 지나며 변하게 되는데 ...


<자유율>  

 

개미야 장미 꼭데기까지 올라가도 별이 멀다

-시노하라 호사쿠-

결혼하지 않기로 스스로 결정한 가을 저물녘

-마쓰데 도요조-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산이 멀어진다

-다네다 산토카-

들국화만 꺾어 든 아이 얼굴에 옅은 햇살

-다네다 산토카-

머물 곳이 없다 순식간에 저물었다

-다네다 산토카-

못통 속의 못이 모두 구부러져 있다

-오자키 호사아-

무엇을 찾아 바람 속을 가는가

-다네다 산토카-

무엇인가 잡은 표정으로 아이가 덤불에서 나왔다

-오자키 호사아-

봄이 왔다고 크게 광고하는 신문 

            -오자키 호사아-

불 테워 버린 일기의 재 이것뿐인가

-다네다 산토카-

빗속에서 흙 묻은 손을 씻는다 

            -오자키 호사아-

산에 오르면 외로운 마을이 전부 보인다 

    -오자키 호사아-

살이 말라 가고 굵은 뼈가 남는다

-오자키 호사아-

아버지 닮은 목소리가 나오는 여행은 슬프다

-다네다 산토카-

어렇게 좋은 달을 혼자서 보고 잔다 

        -오자키 호사아-

언제까지 여행할 것인가 발톱을 깎는다

-다네다 산토카-

언제나 줄에 묶여 짖을 줄만 아는 개입니다

-다네다 산토카-

엎드려서 쓰고 있는 편지를 닭이 엿보고 있다

-오자키 호사아-

오줌이 붉다 여행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다네다 산토카-

외로워서 혼자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본다 

    -오자키 호사아-

죽고 싶지도 않고 살고 싶지도 않다 바람이 건드리고 간다

-다네다 산토카-

죽음, 그렇지 않으면 여행 ···

-다네다 산토카-

징 치며 가는 여자의 등에서 깊은 잠든 아이여

-오자와 다케시-

책상 위 꽃 한 송이 서서히 벌어진다

-다네다 산토카-

책상의 한쪽 다리가 짧다 

                -오자키 호사아-

최근에 아내 죽어 채소를 쌓고 파를 쌓는 채소가게 주인과 딸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추억도 금붕어의 물도 푸른색을 띠고

-나카무라 구사타오-

친구의 여름모자가 새것이네 바다에 갈까 

    -오자키 호사아-

파란 나미 너무 파래서 내 심장을 뚫고 들어왔네

-마티스-

파리 때려잡기 전에는 이것은 파리채가 아니였다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팔려가는 소가 네거리에서 계속 돌아보는 가을하늘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하루 종일 말없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면 밀물이 차왔다

-다네다 산토카-

힘주고 또 힘주어 힘이라고 쓴다

-다네다 산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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