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소가 된 인간, Goat Man "

2017. 4. 10. 17:02독서









내가 이 책을 집이든 이유와 똑같이, 현주와 은재도 어느날 저녁 식탁에서 이 책 제목만 듣고도 바로 웃음보가 터졌다. 

원제인「Goatman」을 염소인간이라 직역하지 않고 '염소가 된 인간' 이라고 의역한 건 탁월한 발상이었다.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이면서도 피할 수 없는 천형이 '걱정' 이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이미 끝난일을 걱정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고 나랑 관계 없는 일을 걱정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까지 걱정하며 살아가는게 인간이다. 그런데 동물은 그런 걱정을 할까 ? 그럼 잠시나마 동물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 하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코끼리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한 단체에 장난처럼 지원 신청서를 보냈는데 덜컥 OK ! 답장이 오게 된다. 코끼리인간보다 더 황당한 이 단체는 Welcome trust 라는 곳이다. 미국인 기업가 Wellcome 이 설립한 연구와 자선단체다. 엔젤투자자도 아니고 공짜로 돈을 주는 이런 곳이 영국엔 꽤 많은데 왕립지리학회는 아프리카, 남극, 에베레스트등의 탐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왔고 National Trust 도 인류문화유산을 보존하는데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있다. 

이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주술사의 추천으로 대상이 코끼라에서 염소로 바뀌었고 집 근처엔 천국같은 염소보호소가 있고, 염소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박사, 의족등을 공자로 만들어준 인체공학교수, 염소만 못해본 해부학전문가, 소화효소 전문가, 뼈전문가, 미생물학 교수 등등  수많은 전문 인프라들이 주변에 깔려서 흔쾌히 도움을 준 덕분에 Dreams comes True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천재나 괴짜는 어디서든 태어날 수 있다. 아프리카나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미친놈이 되거나 중도포기 했을 것이고 영국, 미국에서 태어나면 천재가 되는 해피엔딩이 가능하다


책 중간부분은 전문적인 내용들이 나와서 읽다 낮잠에 빠져들기 일쑤였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또 다시 재밌어졌다

염소의족은 구조상 내리막길에선 구를 위험이 있었고 반대로 오르기는 수월했는데 산비탈에서 염소들과 함께 풀을 뜯다보니 어느 순간 주변분위기가 이상하게 적막하더란다. 본의 아니게 염소떼들의 서열에서 최상위에 해당하는 곳에 있게 되어 염소 뿔 박치기를 당할까봐 덜컥 겁을 내는 상황과 알프스 목장주 세프에게 목에 방울을 선물받고 졸지에 목장 소유의 염소가 되는 상황에선 웃음이 나왔다


후반부에선 완벽하게 염소가 됨으로서의 느낌, 처음 목적인 걱정거리가 사라졌다는 등 뭐 그런 소회가 나올 줄 알았는데 결론은 목장주 세프의 입을 빌려 나왔다 '염소가 되려하지 말고 스트레스 투성이인 도시를 떠나 알프스 산속에 들어와 목장이나 하라' 

용두사미. 좀 실망스러웠다, 

사실 난 뭘 바란 것이었나 ? 이미 처음부터 결론은 뻔하게 정해진 것 아니였나 ?


염소가 되보려고 했던 창의성과 노력이 기상해 2016년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에 선정되었고 상을 받는 자리에 염소의족을 끼고 입장했다. 이후 전 세계 수많은 염소농장에서 초청이 쇄도하고 있음은 부상이다


토머스 트웨이츠가 근심걱정 안하려고 산속에 들어와 염소가 되기로 한 것이 내가 가방 단촐하게 싸서 무작정 튀니지나 베트남으로 떠났던 그것과 사실 같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염소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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