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양치기의 편지 "

2017. 3. 17. 20:44독서





 

 

호수지방 (Lake district)이란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었는데, 영국 아가씨 제인 오스틴의 소설 ' 오만과 편견' 에서였다, 이후 영국여행을 준비하며 호수지방이란 단어가 보통명사가 아닌 나름 유명한 고유명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난 호수자방을 여행하고 있었고 그 곳에서 청결벽의 콜린을 만나고, 양쪽 돌산 사이 협곡에 있는 Raise cottage 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후 결국 나도 호수지방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원제 The Shepherd's Life.

도서관에서 이 책을 무심코 펼친 순간 호수지방에 사는 양치기의 이야기에 홀딱 반해 버렸다. 솔직히 호수지방의 덕을 본 것이 맞다. 이름없는 지역의 양치기 이야기라면 사람들이 첨부터 읽어볼 호기심조차 끌지 못했을 테니


소설처럼 클라이막스도 없고 긴 줄거리도 복선도 없는 에세이집

흔한 형용사 하나 없이 담백한 홍차처럼 잔잔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들.

길어봤자 다섯페이지를 안 넘고 작은건 1/3 페이지짜리의 이 단편들로 370 페이지를 채워 갔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싱거운 이야기가 단번에 출판사의 관심을 끌고 많은 상의 수상후보와 영예를 누리게 되는 건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깃들어 있다는 것. 


학교부적응자 시골촌놈인 주인공이 갑자기 옥스포드생이 되는 부분에선 저절로 옥스포드 거리가떠올라 잠시 행복했다. 

제임스 리뱅크스는 작가가 아니라 화가인가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호수지방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구름의 모양, 하나하나 양들의 특징, 마을 집들의 이야기와 사계절의 변화가 넓은 캔버스 구석구석에 빼곡히 정성스레 그려져 있다. 나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어느 지점에선 한동안 응시하다가 또 다른 잔잔한 아름다움을 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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