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3. 18:00ㆍLuxembourg 2016
룩셈부르크 외곽 동쪽언덕은 EU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대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다 모여 있다.
그 중에 가장 높고, 가장 비싸 보이고, 가장 볼품없는 건물이 EU 사법재판소다
30-Cour de justice de l'union europeenne (사무실) boulevard konrad adenauer kirchberg L-2925 Luxembourg
룩셈부르크에서 가장 높은 이 건물은 그 권위를 뽐내기 위해 100m높이 전체를 금색 알루미늄 패널로 도배했지만 내 눈엔 졸부 묘지 쌍비석처럼 보였다. 처음 건설된후 세 번이나 증축을 거듭했고 이번 증축은 2020년에나 끝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도 주변이 공사 흔적으로 어수선했다. 처리해야 할 중대한 일도 많겠지만 모든 업무를 EU회원국 23개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용도의 사무실만으로도 빌딩하나론 모자라겠다 싶다. EU 주요기관들은 여기 룩셈부르크와 옆나라 벨기에의 브뤼셀에 다 몰려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중립국인가 ?
남의 흉을 봤으니 이번엔 내가 망신을 당할 차례다.
예약한 숙소가 네비에서 검색이 안된다. 근처에서 사진 찍고 있는 커플에게 물어보니 모르겠다며 경비초소에 가서 도움을 청해 보라고 했다. 차를 후진해 초소로 내려가자 경비가 다가왔다. 호텔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내밀자 대충 보고 ‘모르겠다’ 며 오히려 여기를 나가라고 했다. 내가 무슨 정문을 통과한 것도 아니고 건물 안으로 진입한 것도 아닌데 내 이름까지 불러 달래 적었다.
일단 그곳을 나와 길가에서 wi-fi를 잡아봐도 영어도 아닌 외국어 가입 화면만 뜨고 뾰족한 방법이 없다. wi-fi가 되는 카페라도 들어가기 위해 일단 시내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잊고 있었던 비가 또 쏟아진다.
“ 룩셈부르크 지도 좀 찾아봐 ”
불안해하는 현주에게 가이드북을 건네주며 말했다. 운전하면서 무릎위에 펼쳐 놓은 책을 힐끗 보다 공항마크가 눈에 띄었다, 머릿속에서 불이 탁 켜졌다. 한국에서 여기 숙소를 검색할때 공항근처 다른 호텔과 비교했던 기억이 났다. 공항을 기준으로 기억을 더듬어 마침내 오늘밤 잠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14km. 아까 헤매던 EU단지를 다시 지나 고속도로를 달려 외곽에 있는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내가 적어간 주소는 주변 산업단지의 이름이었고 네비가 필요한 거리 주소는 따로 있었다.
내 앞에서 동양인 가족이 check-in 을 하고 있다. 로비에서 뛰어 다니는 동양인 아이들.
세련된 객실
창밖 풍경
미니바에 음료수는 Complimentary
호텔에서 2시간 쉬었더니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내려왔다.
이 주변에도 보고 싶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아직 주소를 파악 못했다. 호텔프런트 직원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지만 별 도움이 안됐다
패스하고 다음 목적지, 룩셈부르크 제2의 도시 에슈-쉬르-알제트(Esch-sur-Alzette)로 향했다.
시계는 저녁 7시를 넘고 있는데도 한국의 오후 4시 분위기다. 하늘은 어느새 화창하게 개었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C3의 엑셀이 한결 가벼워졌다. 주유소를 들렸는데 휘발유가 리터당 1.073€ 밖에 안했다. 네덜란드나 독일보다 훨씬 싸다. 1인당 GDP에서 룩셈부르크가 수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한국의 4배가 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인세와 부가세가 싸기에 전세계 Paper company들의 안전한 은신처이자 금융센터가 될 수 있었다.
룩셈부르크 대학의 새 캠퍼스는 시 외곽 공장지대에 들어서고 있었다, 워낙 큰 건물이라 고속도로에서부터 눈에 띄었다.
31-University of Luxembourg (대학교) 2, l'Universite L-4365, avenue de l'Universite Esch-sur-Alzette
학교 건물주변으로는 사운(社運)을 다 한 공장과 굴뚝, 철탑들이 아직도 흉물로 남아 있고 건물 뒤로 돌아가자 학생들의 자전거가 있어야 할 자리를 건설 중장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건물은 옆으로 길고 위로 높은 형태인데 19층 타워 블록은 예전 제철소의 용광로 크기와 일치했다.
예전 같으면 다리건설에 쓰였을 철골들이, 학교 건물 외관을 얼키설키 뒤덮은 장방형 쇠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의 변신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자재 재활용도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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