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30. 14:00ㆍBritain 2014
어제 들어오며 본 스카버러의 남쪽은 누런 밀밭만 지루하게 이어졌다.
밀과 보리가 비벼대며 풍기는 맥주향에 취해 잠이 들어 버릴 정도로 ...
오늘 스카버러를 떠나면서 보이는 서편의 풍광은 두사람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들었다,
집과 나무, 풀밭, 양 그리고 사람이 규칙없이 수시로 나타나서는 아기자기한 동네를 만들고 양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씹는 목초지를 만들고 진한 녹색의 숲을 만들고 순박한 마을 주민을 만들어 냈다.
이 과자는 여행 내내 우리의 비상식량이, 군것질거리가, 에너자이저가 되어 주었다.
하나만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기분이 확 좋아졌다. 두개를 먹으면 순식간에 혈당이 100정도 더 올라가고 세계를 먹으면 그 날 밤까지 밥생각이 전혀 안난다. 네개 이상 먹을거면 팔아나 다리 하나랑 바꿀 각오는 해야 한다. 그래서 매일 먹는데도 항상 남아 있었다.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자 또 한적한 시골길이 시작되었다.
그 벌판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차들이 꼼짝 않고 하염없이 서 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려고도 알고 싶지도 않고 그릴 필요도 없어서 창문을 열고 풀냄새를 맡으며 또 수다를 떨었다
Go !
대낮에 형광색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고스톱 판을 번갈아 뒤집고 있었다.
몇 개의 특징없는 마을들을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며 피곤한지도 모르고 3시간째 운전중이다.
오늘은 동해안 스카버러에서 서쪽끝 호수지방의 윈더미어 (Windermere) 까지 영국 횡단 장거리 여정이다
그 길의 중간쯤 버너드 캐슬 (Barnard Castle) 을 지나다가 Farm cafe 가 하나 눈에 띄었다.
아래 사진 왼쪽 갈림길에 흰 건물,
화장실도 가야 되고 차 한잔 할 겸 교차로 (cross lanes)에서 차를 뺐다
카페는 지붕에 잔디를 깔아 보온성을 높이고, 자연채광을 이용하기 위해 유리천정으로 지어졌다.
난방비와 전기를 아끼는 친환경 건물이었다.
자갈을 깔고 통나무로 주차구획을 표시한 친환경 주차장.
시멘트와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겠단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카페 전면 구릉지엔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오르가즘 ?
Cross Lanes Organic shop & cafe
영국에서 KIA 차를 흔히 볼수 있는데 의외로 현대차가 드물었다.
벤츠보다 더 귀하신 현대차가 입구 옆에 당당히 세워져 있었다,
환한 실내.
주문을 받는 여직원도 유기농적으루다가 건강하게 생겨서 이 농장에 믿음이 갔다.
현주는 Tea, 난 Latte (여기도 cafe latte를 간단하게 표기해 놓았다)
한건물 안에 카페와 식당, 유기농 제품판매장이 함께 있었다
차를 다 마시고 매장을 둘러 보았다
물가가 원래 비싼건지 수공이라 그런건지, 도마나 밀대같은 목공제품들 가격이 꽤 비쌌다,
딱히 살만한 믈건은 없어 그냥 나왔다
운동겸 산책을 하려는데 비가 한두방울 떨어진다.
다시 차로 돌아와 남쪽으로 난 시골길로 천천히 차를 몰고 들어가 보았다.
우리가 가야 하는 큰 길과는 점점 멀어졌다,
" More ! More ! "
들어갈수록 길이 너무 예뻐서 멈출 수가 없었다
밭에 하얀 작물이 줄 맞춰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꼼지락거리는걸 보니 새였다
트렉터가 밭을 갈아 엎으며 지나가면 새들이 벌레를 잡아 먹으려고 모여드는 것이었다.
그만큼 농약을 안 친다는 것이지
맘은 계속 들어가 보고 싶지만 늦은 오후라서 다시 큰 길로 나왔다
Going back west ! (Boney M)
요크셔 데일스 국립공원 위를 넘어가는 길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곳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계지역으로 부드러운 구릉지가 끊임없이 이어진 로우랜드 (Lowland)지만
황량한 고원지대인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 (Highland -하이랜드 아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스코틀랜드의 바람은 차갑고 건조해서 나무들이 숲을 이루기엔 힘겨워 보였다.
고원이 얼마나 높고 넓었는지, 어느새 접어든 내리막길이 수킬로나 계속되었다,
경사가 심해 엑셀을 밟을 필요도 없었다
잉글랜드 중앙의 산악지대를 넘어가며 그간의 여정이 스르르 떠올랐다.
거리도 시간도 여행의 딱 반을 넘어서고 있다.
런던과 잉글랜드 남부 그리고 캠브리지와 스카버러가 있던 서쪽지역까지 달려왔고 앞으로 호수지역과 코츠월즈를 가게 될 것이다.
이 문턱을 지나면 또 다른 세상이 날 기다리겠지,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첨 보는 풍경과 볼거리에 눈을 크게 뜰 것이고 날 당황시키는 사건,사고도 생길텐데, 그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편안한 소파에 파 묻혀 천국에 갈 생각이나 하는 노인으로 늙고 싶지는 않다. 남은 여행이 그렇게 정리되자 새로운 설레임으로 몸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길 위에서 시작했으니 길 위에서 끝내 !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중에 갑자기 계기판에 정비를 받으라는 표시가 떴다,
고장인가 ?
우리의 목적지는 이제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었다
양들이 우글거리는 풀밭옆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봐도 경고등이 안 없어졌다.
뭔가 미케닉적으로 단단히 고장났나본데...
여행내내 무사히 타고 다닐 수나 있을까 ? 반납시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는 건 아닐까 ?
<인용사진>
가이드북을 뒤적겨려봤다. 피터 래빗 박물관 입장이 5 :30 까지다. 1시간밖에 안 남았다
네비 목적지를 숙소에서 피터레빗으로 바꾸고 속도를 높였다
길폭은 점점 좁아지고 계속 휘어지는데, 마주오는 차들은 속도를 줄일 생각 없이 달려 들었다.
이 길이 익숙한 동네사람들이 분명하다.
켄들 (Kendal) 시내에 들어와서는 네비에 표시된 길이 도로공사로 폐쇄되어서 빙 돌아 나간다.
도로공사와 퇴근시간이 겹쳐 이 시골 마을에서도 차가 한동안 막혔다
영국의 도로가 효율적이긴 하지만 차량대수가 조금만 더 늘면 대책없는 정체를 참아내야 한다.
주변은 어둑어둑 해지고, 시간은 차보다 빠르게 지나고, 고장 경고등은 뜨고 ...
기분이 납덩이처럼 가라 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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