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굿 보이, 제이미 !

2014. 7. 30. 10:30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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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옆엔 큰 창이 나 있었는데, 양쪽 집의 뒷마당들이 환히 보인다.

 

왼편 집 뒷마당은 자연 그대로의 경사를 살려 동화속의 동산을 꾸며 놓았다.

노란색 핑크색 텔레토비들이 막 뛰어 다닐 것만 같았다

 

이 집은 달아낸 숙박시설을 받아주느라 뒷미당이 깝깝해져 버렸다

 

반면 오른쪽 집은 축대를 세우고 평평하게 땅을 골라 놓았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캠핑을 하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모든 집들이 주인의 개성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었다.

 

두 손바닥으로 머리를 만져보니 간밤에 토네이도가 한 바탕 휩쓸고 갔다.

그냥 내려가려다, 샤워하고 오래간만에 정장바지를 챙겨 입었는데 현주는 오늘따라 캐쥬얼 컨셉이다.

 

어제 구두로 들을땐 8~9시랬는데 안내장에는 아침식사 시간이 8시반~9시반으로 적혀 있다

그 중간에 맞춰 내려갔다.

 

 

1층 다이닝룸 문을 열고 들어가자,

투숙객들과 안주인이 일제히 우리를 보고 여기 저기서 ' Good Morning ! ' 인사를 해왔다.

꼭 다 같이 짜고 ' Surprise ! ' 하는 것만 같은 엄청난 환대와 호의에 어리둥절한 채 이리저리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아싸,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B&B 의 참 모습이야 !

 

정신을 집중하여 둘러보니 한 세 테이블 정도에서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고, 2인용 테이블은 없었다.

구석으로 가자, 안주인이 ' 거기는 좁고 여기 King-Bed 방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 고 한가운데 식탁으로 안내했다.

 

할머니 생신을 맞아 1주일간 여기 머물고 있다는 노부부

할머니의 표정과 말투가 완전 한국 할머니였다,

 

한쪽 벽에는 스카버러 전경을 그린 작품이 걸려 있었다

 

여기는 아침을 선택하게끔  되어 있었다. 완전 레스토랑식.

Kippers를 여기서도 보니 반가웠다. 영국인들이 아침에 비린 훈제청어를 먹는게 확실했다.

현주는 베지테리언, 난 이 호텔 특선으로 ㅋㅋ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 전에 차와 커피가 제공되었다 

 

아직도 꼬맹이 티가 남아 있는 남자애가 엄마 심부름을 너무 잘하길래 이름을 물어보았다.

9살인 " 제이미 " 였다.

 

제이미가 나랑 눈만 마주치면 살살 눈웃음을 치고...

   소스 드릴까요 ?

   토스트는 하얀거랑 갈색이랑 뭐로 드려요 ?

   더 필요한 거 있어요 ? 

수시로 와서 다 물어보고 서빙을 해주었다, 

 

투숙객중에 비숫한 또래 여자애도 금방 제이미랑 친해져 있었다.

제이미에게 뭔가를 건네주고 후딱 뛰어가는 아이

 

환대를 받았으니 우리도 보답을 해줘야 하는 것.

식당에 우리 뒤로 또 한 가족이 들어오길래 환하게 " Good Morning ! " 인사를 해줬다.

 

커피 향이 지대로고 음식도 짜지 않고 푸짐하고 맛있었다.

 

바깥 주인이 식당으로 나왔길래 체크아웃때 짐을 내려 달라고 부탁했더니,

자기가 일보러 나가야 되니 10: 15 에 짐 가지러 방 노크한다고 했다.

 

식당에서 맨 마지막으로 나오며 현관 방명록에 제이미 칭찬을 써놨다.

 

방에 와 짐 챙기고 현주 먼저 내려 보냈다

15분이 됐는데도 바깥주인이 올라오는 기척이 없어서 무거운 트렁크를 계단 한칸 한칸 직접 끌고 내려왔다.

1층에서 나갈 채비를 갖춘 안주인을 만났다. 제이미를 불러달래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제이미는 이대로 크면 전형적인 영국남자가 되겠지. 상냥하고 잘 생긴 백인으로...

차에 눈이 뒤집혀 중국에 아편을 팔아대고 그 구실로 싸움을 걸고 홍콩을 150년 동안 뺏어버린 그 영국인들은 정녕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주차장에서 출발 준비하는데 주인남자가 헐레벌떡 나와서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하지.

 

Sea cliff 를 간다는게 길을 잘못 들어 해변으로 나와 버렸다

눈부신 아침이다

 

오전부터 나와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한국 돗자리랑 똑같은 걸 들고 해변으로 가는 남자

 

 

스카보로 성 아래 해안가에 중국인들이 차 몇대에 나눠 타고 떼로 놀러 왔다

어딜 가도 중화요리집이 있는 걸 보면 중국인들의 영국 이주 역사도 꽤 오래되었을 것이다, 영국 거리에 철가방이 설치고 다니지 않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검은 개 한마리가 신나서 뛰어 다니고 있었다.

딱 시커먼 물개였다,

 

어제 저녁때 sea cliff 를 못 잊어 시내를 다시 빙 돌아 또 찾아왔다

 

 

 

 

영국인들은 개를 키우는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는거 같다.

인생의 동반자처럼... 

 

 

노부부가 차안에 앉아 사이좋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또 다른 차가 주차장에 들어오더니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아들과 차안에서 맛있게 먹고 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현주에게

"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라 ~! " 떼를 썼다.

 

주연하긴 약간 부족한 조연 배우 같은 분위기의 여자가 음료수와 달콤한 빵과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하나 £1.5 (2,700원)

 

어제 저녁 스카보로 언덕은 Cool 했고

오늘 아침 스카보로 언덕은 Sweet 하다

 

 

하루 종일이라도 앉아 있고 싶은데 가야 될 길이 머니까 일어났다   11시

무거운 엉덩이. 아쉬운 눈길

 

시내로 향하는 길이 많이 막혔다.

중앙선도 못 넘고 깜빡이만 켜고 있으니 한 남자가 자기 앞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시내에서 나도 다른 차를 그렇게 끼워주었다,

 

기차역 앞으로 죄회전해 외곽으로 향했다   

 

차가 막혀도 좋았다.

슬슬 차간거리가 넓어지며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스카버러를 이렇게 떠나는게 급 아쉬워졌다   

 

귀국 후 어느날 강원도 동해안을 보고 스카버러 같다고 했다가

"  어디다 비교해 ! " 현주에게 핀잔만 들었다

그만큼 이번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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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뉴펀들랜드 개의 묘비명 - 조지 고든 바이런

 

여기에

그의 유해가 묻혔도다

그는 아름다움을 가졌으되 허영심이 없고

힘을 가졌으되 거만하지 않고

용기를 가졌으되 잔인하지 않고

인간의 모든 덕목을 가졌으되 악덕은 갖지 않았다

이러한 칭찬이 인간의 유해 위에 새겨진다면

의미 없는 아부가 되겠지만

1803년 5월 뉴펀들랜드에서 태어나

1808년 11월 18일 뉴스테드 애비에서 죽은

개 보우슨의

영전에 바치는 말로는 정당한 찬사이리라

 

 

 

Inscription on the monument of a Newfoundland Dog - George Gordon Lord Byron

 

Near this spot

are deposited the remains of one

who possessed beauty without vanity

strength without insolence

courage without ferocity

and all the virtues of man without his vices

This praise, which would be unmeaning flattery

if inscribed over human ashes,

is but a just tribute to the memory of

Boatswain, a dog

who was born at newfoundland, May, 1803

and died at newstead Abbey, Nov. 18,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