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3. 23:30ㆍ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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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야심차게 예약해 놓은 공연이 바로 오늘 저녁 7 :30 이다.
극장을 찾아 슬슬 걸어 올라갔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지도도 꼭 살펴보며...
배우로서 처음으로 Sir 칭호를 받은 배우겸 극장경영자 핸리 어빙.
그 앞에 똑같은 포즈를 취한 현주 어벙.
런던은 연극과 뮤지컬의 본고장이다.
런던극장협회에 소속된 50 여개의 극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이곳을 Westend 라 부르며 뉴욕 브로드웨이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한집 건너 하나일 정도로 극장들이 거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벽에 The commitments 간판이 걸려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확인한 극장이 아닌거 같다. 길가에 인력거 꾼에게 물어보니 5분만 더 걸어 가라고 알려줬다. 여기선 인력거꾼도 박스오피스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넋빼고 사람구경 거리구경하며 걷는데 블럭 끝에서 거대한 건물이 시야를 막아섰다.
붉은 벽돌의 고색창연한 이 건물이 오늘 공연이 열리는 Palace Theatre 다.
화려한 극장 간판 앞에서 마냥 신이 났다.
여기 앞에 서면 누구나 스타가 되는 건가, 현주 뒤로 스팟라이트가 켜 졌다,
분위기 있는 재즈바에서 런던의 밤을 보내려고 조사를 해 왔는데
그 중 ' THE SPICE OF LIFE ' 재즈바가 극장 바로 옆에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 건물은 1891년 처음부터 오페라 하우스로 지어졌다는 설명을 읽은 후...
건물 옆에 Box office 를 찾아갔다
관등성명을 대자 찐빵 아가씨가 여러 봉투 중 내 것을 찾아 티켓을 꺼냈다.
뭘 설명하려 해서 얼른 찐빵에서 눈길을 돌려 티켓을 봤다.
" 자리를 좋은 곳으로 바꿔 드렸어요. 무대가 더 잘 보일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찐빵이 더 맛있어 아가씨가 더 이뻐 보였다.
원래 예약한 자리는 젤 저렴한 발코니 구역이었는데 G/C 구역으로 바뀌었다.
굳이 비싼 자리를 예매할 필요가 없구만 !
내가 표를 받고 돌아서자마자 얄밉게도 『 당일표 세일』한다는 광고판을 내걸었다,
얼마나 깎아주는지 궁금했지만 알고나면 내상 입을거 같아 꾹 참았다,
굳이 예매 할 필요조차 없었던 건가 ?
입장은 정시에 정문이라고 해서 다시 극장 앞으로 나왔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앉을 자리가 없다. 어쩔수 없이 왠 노숙자 같은 아저씨 옆에 앉았는데 ...
담배를 피우며 나한테 뭐라 말을 거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냥 바보처럼 웃기만 했더니 잠시 앉아 있다가 어디론가 가는 아저씨
레게머리를 한 청년
7시쯤 되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햄프셔 돼지 3총사
잠시 후 정문이 열리고 입장이 시작되었다. 일단 가방부터 열고 !
극장 내부는 황금색 대리석으로 고급스럽게 장식되어 있었다.
티켓에 우리 자리가 G/C 라고 써 있어서 ground 로 생각했는데, 직원들이 자꾸 올라가라고 한다.
오르다보니 발코니층 바로 아래 Grand circle 이라는 곳이었다. 그럼 그렇지 !
헥헥 ! 전망은 좋았다.
매점같은 곳에서는 맥주와 알콜, 음료수, 과자등을 팔고 있었다,
홀에서 마실 때는 유리컵에 주는데 객석으로 갖고 들어간다고 하면 플라스틱 잔에 담아주었다.
한 덩치 하는 여자경비가 문 입구에 버티고 서서 눈동자만 굴리며 감시하고 있었다
현주랑 일찍 자리 찾아 앉았는데 객석의 경사가 장난 아니게 가파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현주 바로 옆자리에는 길거리에서 본 레게머리 청년이 앉았다. 그런데 냄새가 장난 아니더라능...
일찍 앉은 죄로 몇 번을 일어났다 앉았다 하다보니 어느덧 좌석이 꽉 찼다.
청중들은 거의 다 백인, 내 옆 자리에도 우아한 백인 여자 둘이 앉으려 하길래 의자를 잡아 주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용히 사진을 몇 장 찍는데 어디선가 여직원이 나타나 주의를 줬다.
이후로도 그 여직원은 곳곳에서 스맛폰 불빛 같은것만 반짝여도 번개처럼 나타났다
영어를 못 알아들으니 남들 웃을 때 혼자 어리둥절 하는게 젤 뻘쭘했다, 그나마 뮤지컬이라 간간이 음악이 나와 줘 다행이었는데...
현주는 시차 때문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고 나도 쩍쩍 하품을 하며 끝까지 버텨봤지만 완전 덤앤더머 부부였다.
어느덧 공연이 끝나고 검은 커튼이 내려졌다
사람들이 한둘씩 일어나 나갔다. 우리는 잠 좀 깨고 늦게 나가자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 나갔는데 약간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예 일어날 맘이 없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모지 ?
그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몇 분 후 사람들이 음료수나 맥주가 담긴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시 들어오고 있었다,
아 휴식시간이었구나 !
약 30분후 검은 safety curtain 이 다시 올라가고 후반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이 빨리 끝나길 바래보긴 첨이다.
사람들은 공연에 열중하는데, 내 눈은 무대를 보면서도 머리속엔 딴 생각만 났다.
' 런던이나 뉴욕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영어였구나 '
' 다음엔 한글 자막 지원되는 런던 공연을 찾아봐야지 '
' 이건 뭐 딱 농아구만 '
...
9 :40
긴 공연이 마침내 끝났다.
주위 사람들은 기립박수를 쳐대는데 난 내 자신을 속일 수가 없어 그냥 앉아 있었다,
줄거리고 뭐고... 이건 공연을 감상한게 아니라 그냥 본거다.
극장 밖으로 나왔는데 시차와 피곤때문에 Jazz bar 고 뭐고 그냥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맘 뿐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피카딜리 (Piccadilly) 광장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차이나타운 앞을 지나가며...
10 시가 넘었는데도 거리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웨스트엔드 극장들 끝나는 시간이 겹쳐서 더 그렇겠지만 직진 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역시 런던은 런던이구나 !
원래는 숙소에 도착해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벌써 10 :30 분이다. 도착하면 문 닫을 거 같아 먹고 들어가자고 했다.
골목 안에 Jamie Oliver 라는 이탈리아 식당이 보였다,
야외 테이블은 늦어서 이용할 수 없고 실내로 안내되었다
서빙하는 청년이 친절하고 유머도 있었다.
파스타 위에 치즈를 긁어 뿌려주며 ' 됐으면 말하라 ' 는데 내가 동영상 찍느라 말이 없자 익살스런 제스쳐를 취해 주었다.
난 소시지 파스타 £6.85
현주는 까르보나라 £6.25
배도 고팠지만 음식 자체가 깔끔하고 맛있었다,
유명한 제이미 올리브와 어떤 관계인진 모르겠지만 ' 이름값은 하는구나 ! ' 란 생각이 들었다
계산할때 총 £13.10 (23,580원) 가 찍힌 단말기를 보여주는데 거기에 팁 여부를 선택하는 코드가 있었다,
아까 치즈도 재밌고 해서 팁 포함해 14.00 (25,200원) 금액을 찍어 주었다,
저녁도 든든하게 먹었겠다. 열심히 기운내서 피카들리 버스정류장 D를 찾아갔다
정류장에서 광장쪽을 바라본 풍경
밤이 깊어지자 기온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저녁때 걸어 다닌 거리. 보라색 별표는 파스타 먹은 식당,
어두은 거리를 달려오는 23번 버스가 반가웠다.
버스 안에는 피곤에 지친 사람들이 졸고 있었고
아랍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선 늦은 밤까지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불꺼진 상가, 인적이 드문 거리에 내려지자 좀 무섭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더니 현주와 서로 의지가 되어 없던 용기도 났다
11 :40 호텔에 무사히 도착.
기진맥진한 현주 쓰러지다.
오늘 쓴 돈 : 버스표 19 (10은 보증금) + 택시비 7 + 에프터눈 티 10 + 파스타 14 + 물 1.25 = £41.25 (74,250 원)
얼라리요, 별로 안 들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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