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윌리엄 터너 앞에서 눈물을 훔치다

2014. 7. 24. 15:00Britain 2014

 

 

 

 

2000년 이후 Tate Gallery가 Tate Modern과 Tate Britain으로 분리된다,

Tate Modern은 현대미술을, Tate Britain은 17세기~20세기 이전의 회화 작품과 터너 컬렉션을 주로 전시한다.

그런데 한 배에서 분화된 두 형제 미술관의 인지도가 완전 하늘과 땅 차이다.

테이트모던은 화력발전소를 재활용했다는 상징성으로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시내에 더 가깝다 보니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좋다, 상대적으로 테이트 브리튼이 소외되고 있지만 듣보잡으로 무시될 그런 미술관은 절대 아니다.

현주가 평소에 윌리엄 터너를 좋아해서 우린 테이트모던을 재끼고 이 곳을 찾아왔다,

 

 

거의 탈진해 쓰러지려는데 눈앞에 오아시스 같은 신기루가 아른거렸다, 

눈가에 땀을 소매로 훔치고 다시 보니 순백색 대리석이 우아한 석조건물 Tate Britain Gallery 이였다.

하루의 오전시간과 두사람 진을 다 빼 놓고 이제야 모습을 보여주니 반가움보단 서운함이 앞섰다.  

 

싸 보이는 포장마차가 멀리서 보이길래,

시원한 음료수라도 하나 사 먹자고 직진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이었다. 

유턴하기에는 이미 쪽 팔릴 거리까지 접근했기에 그냥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았다.

 

하얀 식탁보 위에 양식기가 가지런히 놓여진 테이블,

현주는 오래간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마냥 행복해졌다, 

 

그냥 저 사람들처럼 그늘 아래 시멘트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나 먹을 껄...

 

 

나눠 준 영어 책이 첫 줄부터 막혔다

1 course £17    2 course £23.5      3 course ...   뭔 말이여 이거시 ?

둘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해석이 안돼 웨이트리스를 불러 물어보니

1 코스는 메인요리만,  2코스는 starter 와 메인,  3코스는 순서대로 세가지를 다 주문한다는 뜻이었다  

 

원 코스루다가 투 피플이여. 암, 오브 코스지 !

 

현주가 탄산수를 주문해 한번 마셔 보더니 입에 맞는다고 물 마시듯 마셔 버리고 한병을 또 시켰다.

난 비싸서 얼음까지 넣어 아껴 마시고 있구만...

귀국 후 탄산수 정수기 타령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미술관 앞마당 잔디밭에는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쉬고 있었고

 

파라솔 바로 앞은

레스토랑측에서 낭만적인 피크닉 공간으로 꾸며 놓고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내가 시킨 양다리 스테이크

 

현주가 시킨 연어,

 

 

 

결국 풀코스가 될지 알았다.

점심을 다 먹고도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후식으로 커피까지 주문했다. 

역시 영국의 커피는 프랑스와 미국의 중간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사이의 맛이고 이탈리아랑은 사이가 안 좋은지 카페라떼는 별로 였다.

 

3시까지 현주랑 미술관 정원을 감상하며 수다를 떨었다,

부부간의 대화도 함게 하는 시간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거 같다.

5초간의 대화도 있고 10분짜리 대화도 있고 1시간은 지나야 비로소 나오는 말도 있다.

한국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서로를 더 이해하고 보듬어 주게 되었다, 

잘 숙성된 여행의 묘미를 맛 봤다.

 

현주는 웨이트리스가 얼굴이 통통하고 순박해 보이는 전형적인 영국 아가씨라서 맘에 들어했다.

팁을 주려고 했는데 계산서 £50 에 service charge 12,5 가 포함되어 있어서 50 짜리 신권 한장을 꺼내놓고 일어났다

 

 

어렵게 미술관을 찾아와 레스토랑만 들렸다 갈 수는 없는 일.

식당 안쪽문으로 해서 미술관으로 들어왔다,

 

미술관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가장 기대하는 터너 컬렉션은 오른쪽으로 

 

 

 

윌리엄 터너 자화상 앞에서,,,

 

《 Turner Prize 》라는 영국 최고 권위의 미술상이 있다. 그 이름의 주인공.

영국 근대 미술의 아버지, 영국의 국민작가.

국립 미술관인 Tate Britain 에서 한 작가를 위해 11개의 방을 설치해 주었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인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

 

 

다음 칸으로 들어가자 방안에 환한 빛이 가득했다

미술관은 작품보호를 위해 창문을 내는 경우가 드문데 이 방은 멋진 돌출창문이 있었고 녹색 창틀 너머로 아름다운 정원과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환상이었다.

작품 감상 하느라 피곤한 눈과 머리를 잠시 쉴 수 있었다,

 

 

 

 

 

 

터너는 빛의 묘사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화가였다,

 

양복을 입고 이 방 저 방 감시하는 듯한 미술관 직원에게 작품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흔쾌히 Sure ! 했다

   왠만한 박물관 미술관은 무료입장인 나라

   작품사진 찍는 것에 관대한 나라.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는 나라.                     이런 나라 또 없습니다.

 

내가 빌바오 구겐하임을 보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했듯이, 현주도 터너의 오리지널 작품 앞에서 감동의 눈물을 훔쳤다.

그의 그림이 현주의 무의식을 터치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터너 컬렉션이 끝나고,

여기부터는 시대별 영국 미술작품들이다.

 

 

 

 

 

관람객이 거의 없어 내 페이스대로 편하게 작품을 감상했다,

예술의 전당 클림트 전시회 한번 갔다가 인파에 묻혀 줄만 서다 나왔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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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얼굴들】이란 방에 걸려 있던 그림

그리 유명하지 않은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아주 잘 그렸는데 뭔가 2 % 부족한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고 현주가 작품을 평했다.

 

 

 

 

흰 벽면위에 흑인아저씨는 현주의 오브제,

 

Tate Britain 미술관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하광장의 입체 기둥들과 지상으로 올라가는 원형계단, 원형 돔도 훌륭한 작품이었다,

 

 

오후를 다 미술관에서 보내고

6시가 되서야 퍼사드 계단을 내려왔다,

 

마침 미술관 앞을 지나가는 버스에도 TURNERS 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저녁 때가 되자 미술관앞 도로가 싸이클로 분주해졌다,

한가로이 유람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걸로 봐서 스트레스를 이빠이 받은, 

대부분이 좌에서 우측으로 즉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봐서 출퇴근족인거 같았다

이런 풍경도 차량 통행이 적고 도로가 한가로워야 가능하지 ...

 

그나저나 달리기를 저리 좋아하는 걸 보면,

런더너 (Londoner) 스펠링이 혹시 Run-doner 아녀 ?

 

 

미술관 정면에서 오른편은 레스토랑이 있던 잔디밭이고 왼편은 아까 창문으로 보였던 정원이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저녁빛이 정원에 가득 했다,

 

 

 

 

 

하루를 온통 한 곳에서 보냈지만 결코 아깝지 않은, 그 이상의 보람이 있었던

우리의 TATE BRIT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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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 칼 윌슨 베이커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수많은 멋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듯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수록

더욱 아름다워질 수 없나요

 

 

Let Me Grow Lovely - Karle Wilson Baker

 

let me grow lovely, growing old--

So many fine things do:

Laces, and ivory, and gold

And silks need not be new;

And there is healing in old trees

Old streets a glamour hold;

Why may not I, as well as these

Grow lovely, grownig 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