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짜밥 찾아 삼만리

2014. 7. 22. 09:00Britain 2014

 

 

 

기내에 탑승하자마자 젤 먼저 눈에 들어온 게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Emirates 글자

만수르 티를 팍팍 내는 구만

 

프랑스의 Airbus사는 미국 보잉사의 보잉 747 점보기에 대항하고자 세계 최대 여객기를 개발하게 되는데 그래서 탄생한게 이 A380-800 다.

 

고급스런 우드무늬를 채용한 넓적한 창

  

 

이코노미석 치곤 약간 넓은 좌석

와이드 스크린과, 컬러 액정 리모콘

 

불을 끄면 밤하늘에 은은한 별빛까지 ...

 

A380 전용 청사까지 짓고 가장 처음 비행기를 사 준 항공사가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항공이다.

이번 영국갈때 에미레이트를 탄다니까 정호가 투덜대며 하던 말이 기억난다.

"  아, 에미레이트 ! 요즘 잘 나가더라. 우리는 주 3,4편 밖에 안되는데 얘네들은 매일 두편씩 띄우면서도 더 늘려달라고 아우성이야 "

 

공교롭게도 기내 중앙일보에 말레이항공 격추사진이 실려 있어서 찜찜했지만, 이내 잊어버릴 정도로 이 거대한 항공기의 내부에선 그런 위험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현주는 좌석에 앉자마자 ' 밥 안 먹는다 '며 담요 덮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한밤중에 깨우자 기내식으로 나온 죽을 다 먹고 또 잠이 들었다가 평소 일어나는 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꿈까지 꾸며 잘 잤다고...

영화를 보며 아침 준비를 하는데 이번엔 내가 졸리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뜨끈한 물수건을 나눠줬다

현주가 다 쓴 수건을 우아하게 건네 주기에 째려봤더니 " Thank you ! " 천연덕스럽게 한마디 하고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창밖으로 두바이의 야경이 보이기 시작하자 헤드폰과 담요를 수거해 갔다.

새벽 3시인데도 도시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최신기종이라 그런가 충격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쁜히 땅위에 내려 앉았다

 

 

 

 

 

보안검색대를 지나는데 남자직원이 현주를 부르더란다.

긴장해서 돌아보자 ' 어디서 왔냐, 한국말로 hello가 뭐냐 ? ' 고 관심을 보이더란다.

나는 흘러내리는 바지 춤을 붙들고 나오느라 그것도 몰랐다,

검색대 끝에선 모든 사내들이 엉거주춤 서서 바지에 벨트를 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광판엔 런던행 비행기의 게이트가 아직 안 정해져서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현지 시간으론 한밤중이라

쓰러져 잠을 자거나,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조용히 책을 보며 모두 각자의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요한 청사안에

이슬람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광판은 9:35분 비행편 까지만 게이트가 정해졌고 9:40분 런던행 비행기부터는 확정이 안된채 1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현주에게 복도끝 안내창구에 가보라고 바통터치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A22 게이트 확정됐다고 한다.

이번엔 무료식사쿠폰을 어디서 받는지 물어보러 내가 갔다. 한참 줄을 선 후 내 차례가 됐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계속 새치기를 했다.

보다못한 창구직원이 줄을 서라고 소리친 후에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서 에미레이트 창구에서 받으라 ' 고 손짓하는데 그때는 금방 찾을 수 있을거 같았다.

현주랑 이쪽, 저쪽,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바꿔 타가며 찾아봐도 결국 잠긴 유리문에 막혀 포기했다.

 

 

일단 A-게이트로 이동하자.

 

화살표를 따라가자 트레인 앞에 도달했다.

 

어두컴컴한 터널속을 달리더니 트레인이 멈추고 엄청나게 넓은 광장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지하인지 지상인지 분간도 할 수 없는 광장엔 수많은 인종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내데스크에 들리자 저쪽으로 가라고 손짓했다.

아찔한 수직절벽에 수십대의 엘리베이터가 강철 프레임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광경을 보자 그나마 남은 기마저 질려버렸다

저걸 타면 마징가Z 마빡의 조종석으로 들어가게 되는건가 ?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 들었다.

바닥이 보통 엘리베이터의 6 배는 되는거 같다. 안방 바닥이 순식간에 머리위로 솟구쳤다,

광장이 아찔하게 보이는가 싶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광장보다 더 밝은 조명이 두 눈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현지시간 새벽 5시인데도 통로 양쪽으로 수많은 면세점이 화려한 불을 켜고 있고, 그 조명에 잠을 잃은 전세계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모여 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두바이의 면세점은 오로지 낮만 24 시간 계속된다.

 

원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허브공항으로는 수천년의 실크로드 종착점인 터키 이스탄불이 많이 애용되었다,

그러나 올 2월 NYT 발표에 따르면 두바이가 전세계 허브공항 1위를 당당하게 차지했다.

세상을 양분하는 뉴욕과 런던이 잠시 쉬는 시간대에 위치한 두바이

유럽과 아시아는 기본이고 중동산유국의 대표요, 아프리카 나라들의 출구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는 두바이.

일찌기 그 원석을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하여 빛나는 보석으로 탄생시킨 두바이의 세이크 모하마드의 선견지명이 새삼 존경스러워졌다.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환승대기가 4시간 이상인 승객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이왕 줄거 좀 쉽게 주면 좋은데 A-zone 양쪽 맨 끝 창구에서만 나눠준다.

드디어 17번 게이트 바로 옆에 숨어있는 조그만 에미레이트 코너를 찾아냈다.

 

비행기표 확인하더니 도장 꽝 찍고

 

식사권을 두장 내주었다,

 

뒷면에는 이용가능한 식당들 목록이 적혀있고.

 

배탈 난 현주에게 어디로 갈까 물어 본 후 젤 가까운 맥도날드로 향했다.

 

 

메뉴는 두 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음료를 커피로 바꾸고 햄버거를 두 종류 다 달라고 했다. 물론 다 꽁짜.

 

이거 하나 먹으러 쌩고생을 하며 삼만리 12,000km 를 날라왔는가 ? 

 

그 값은 얼마 안되는 숫자지만

꽁짜는 꼭 챙겨 먹는다는 생활신조를 이번에도 지켰다는 뿌듯함에 맛은 따따블로 좋았다,

 

손님이 떠난 식탁을 치우는 종업원이 눈에 들어왔다.

두바이 인구의 80% 는 두바이에 취직한 것이나 다름없는 외국인이다. 두바이는 그들을 저임금으로 사용하다 아무 제약없이 해고하고 본국으로 추방 할 수 있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두바이는 비행시간 3시간 이내에, 영어가 통하는 노예 인력들을 무한공급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두개 (인도, 필리핀)나 있다. 최근 인도와 필리핀 정부에서 자국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정된 인력수급이 가능한 베트남과 네팔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라며 오히려 으름장을 놓는 두바이.

한국인들도 한때는 이 나라에 와서 저런 대접을 받아가며 외화를 벌어 본국에 송금하던 역사를 떠 올리니 맘이 숙연해졌다.

그래서 우리가 먹은 건 우리 손으로 정리해 놓고 나왔다.

 

22번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데 직원이 게이트를 열길래 표 보여주며 들어갔다.  

 

그런데 아래층 대합실에서 또 똑같이 기다렸다,

이번엔 우아한 서양할머니들이 많이 보여 영국을 가는 실감이 났다,

 

총 5시간 대기후 또 한번의 표 검사를 거쳐 드디어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고의적으로 몰아 넣은 것처럼 내 좌석 주변은 중국인 천지였다.

짜증나서 눈 감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비행기는 이란과 시리아 상공을 피해 이라크와 터키사이로 교묘히 빠져 나갔다.

말레이항공기가 우크라이나를 멋모르고 날다가 당한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현주 입국신고서에 장난으로 직업을 professor 라고 써서 현주를 웃게 해주었다.

나중에 골치 아파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한채 ...

 

"  씨발 !  씨발 ! "

막판에 잠이 쏟아져 졸고 있는데 스튜어디스가 욕하는 소리가 잠결에 들려왔다. 눈을 살짝 떠보니

" seat belt !   seat belt ! "  소리였다.

스튜어디스들이 담요와 헤드폰을 걷기 시작했다, 런던가는 승객들 수준도 똑같은가 보다.

 

비행기 바닥에 붙은 카메라를 통해 지상의 잉글랜드 시골풍경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비춰지고 있다.

꼭 퀼트보자기를 깔아 놓은 것 처럼 색깔이 이뻤다.

그 카메라로 실시간 영상을 보며 착륙하니 더 스릴이 느껴졌는데, 덜컹거리는 충격에 급기야 현주위에 선반 문이 열려 플라스틱 컵이 건너편 중국여자 머리와 바닥으로 쏟아졌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야 되는 상황이라 스튜어디스도 오지 않아 현주가 문을 잡고 있다.

 

드디어 영국이다,

2시 20분 예정인데 1시 44분에 도착해서 더 기분이 좋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8:40분 비행, 5시간 대기후 런던까지 6:50분 비행, 어제 밤 인천에서 11:55분에 출발해 꼬박 22시간만에 목적지에 무사히 내렸다.

현주는 너무 멀다고 투덜대지만, 고생고생하며 와야 영국을 더 색다르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생각이 들었다,

 

일찍 도착하면 뭐하나 ?

활주로에서 예정시간 2시 20분을 다 채운 후 게이트로 진입할 수 있었다.

 

중국인은 단체팀이었다, 가이드로 보이는 남자가 일행들 들으라고 좁은 비행기안에서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집에서 나올 때 말끔하게 면도한 턱이 

어느새 중국남자 옆 머리통처럼 까끌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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