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7. 21:03ㆍCambodia 2014
두만강너머 북한을 보듯,
베트남 국경도시 쩌우덕에서 캄보디아를 생각한다.
호치민에서 만난 일본 배낭여행객이 ' 캄보디아를 거쳐 왔다 '는 말에 ' 와우 ~' 하는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캄보디아는 내게 너무 멀고 너무 가난하고 너무 살벌한 나라다
베트남에서 돌아와 한달만에 또 외국을 나간다는 게 여행기도 그렇고 여독도 가족에게도 좀 무리이긴 하다
같이 가기로 한 효승이가 예산을 초과한다고 막판에 나자빠지자, 승주까지 고민을 하는거 같아 얼른 여행경비를 송금하는 것으로 강하게 내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여행이 좀 특별한 기회라서 그렇다. 프놈펜과 씨엠립에 고등학교 1년 후배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눈을 빌려 캄보디아를 보고 싶었다.
■ ■ ■
아침 일찍 은재 서울 데려다 주고, 경재랑 현수막 달고 왔더니 12시가 넘었다, 오후 2시엔 공항버스를 타야 하고, 바쁘다 바빠 !
현주는 나 없는 1주일 동안 집에만 있겠다고 전원장네 가서 얼굴 시술을 받았는데, 썬블락, 마스크, 색안경으로 얼굴을 온통 가리고 경재랑 나를 시내까지 태워다 주었다,
공항에 좀 일찍 도착해 담배 한대 피고, 커피 한잔 사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4월 주중 오후인데도 빈 의자는 고사하고, 회오리를 일으키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피할 한 평의 여유마저 사치였다.
화단 턱에 쪼그리고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자니 4시가 어물쩡 넘어간다. 승주에게 공항 Wi-Fi로 카톡을 보냈다,
" 어디쯤 왔냐 ? "
10여분 후 배낭을 들쳐 매고 돼지몸통만한 트렁크를 끌고 승주가 나타났다.
나 힘들까봐, 대신 발권해 올테니 여기서 짐 보고 있으라고 또 후다닥 사라지는 승주,
' 본인 확인할텐데 ...' 하면서도 단체팀을 많이 데리고 나갔으니 방법이 있나보다 했다.
스마트폰을 귀에 바짝 대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승주가 카운터 쪽에서 손짓하는게 보였다
승주 배낭까지 다 짊어지고 빙 돌아 카운터로 가서 얼굴 확인해 주었다.
카운터 직원이 ' 부치는 짐속에 라이터 같은게 있냐 ? ' 고 물었다.
기내로 못 갖고 들어갈거 같아 부치는 짐속에 넣었다고 했더니 오히려 한개 정도는 기내반입이 허용되는데 부치는 짐에는 안된다고 한다.
규정이 복잡하고 너무 자주 바뀌는거 같다
이번 여행에 내가 모르는 동행이 또 있다. ' 삼만엥 '
승주에게 연유를 물어보니 일본 놀러갔는데 호텔 유료비디오를 잘못 눌러 시청료로 거금 삼만엔을 내고 얻은 별명이었다.
승주가 통화하고 사라지더니, 삼만엥 부부와, 삼만엥 남동생을 데리고 왔다. 삼만엥이 국제결혼한지 6개월만에 이번엔 동생이 캄보디아에 결혼하러 들어간다고 한다.
일찌감치 게이트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이쁜 여승무원들과 어리버리한 조종사들이 제복을 입고 나타났는데 비행기 연결이 늦어져 대기실에서 어슬렁 거린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비행기를 게이트까지 끌고 오는건 누구지 ?
그 사람도 파일럿이라고 하나 ?
아니면 무선조종인가 ?
브릿지 앞에서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보니 ' 지게차 같은게 끌고 온다 ' 는 답변을 듣고서야 예전에 본 기억이 났다,
나중에 정호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 ... Tow car 가 끌고 온다. 바퀴쪽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비행기 조종석과 통화가 가능해진다. 정비사가 조종석에 들어가 바퀴에 유압을 넣어야 바퀴가 구를 수 있다. 그냥 끌으면 바퀴가 부러진다 ... "
복도가 하나인 작은 비행기가 만석이다. 꽁치통조림 속에 갇힌 것처럼 갑갑하고 더웠다.
지나가는 남자승무원에게 그 얘기를 하며 온도 좀 낮춰 달라고 했더니, 자기도 이 주위가 유난히 덥게 느껴진다고 에어컨을 좀 세게 틀어준다고 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됐다.
'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 무슨 영화일까 ?
한국제목'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였다. 한국인의 상상력은 흥행대박이 된다.
옆자리 동남아 청년은 비행기 여행을 낯설어 하는거 같아 내가 조금 챙겨줬다.
캄보디아 영공에 진입하자 갑자기 썬글라스를 꺼네 끼는 것이다.
' 니 정체가 모냐 ? '
Cambodia, Phnom penh
다녀 본 수도중 야경이 가장 초라한 곳
비행기가 착륙할때 충격이 쎄서 타이아 빵구나는줄 알았다,.
말레이 항공기 실종사고가 엇그제라 육두문자가 반사적으로 튀어 나왔다.
활주로에 내려 버스로 청사까지 이동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브릿지를 통해 들어갔다
이 브릿지 하나 쓰는 것도 다 돈이니까 저가 항공사나 가난한 나라는 그것도 아끼는데...참 대한항공이었지 !
승주가 사진한장을 가져오라고 해서 앙코르왓 입장표 살때 필요한가 보다 했더니 입국비자에 필요한 것이었다,
미리 준비한 서류에 20 $ 을 내고 기다리면 옆옆 사람 손을 거져 몇 분 후 프런트 끝에서 호명하며 비자가 붙은 여권을 내어준다.
그나마 여긴 수도라고 그런게 없는데 씨엠립같은 경우엔 ' 서류 잘못썼다, 사진 안가져왔다 ' 트집을 잡아 몇 달러씩 요구하고, 돈 없다고 버티면 일부러 늦게 처리해 골탕을 먹인다고 한다.
딱 VISA 장사다. 그것도 유통기간 한달짜리.
승주 여권엔 캄보디아 비자가 8장 이상 붙어 있었다. 저게 다 얼마야...
딸랏돈맛을 봤으니 한국-캄보디아 상호 비자면제협약보다 남북통일이 더 빠를 거 같다
그동안 무비자로 다녔던 나라들에게 무한한 애정이 솟아났다.
입국심사 대기줄에서 삼만엥이
" 나가서 기다려요, 먼저 가버리면 끝까지 찾아낼 거예요 ! " 하자 승주가
" 캄보디아를 접수하신 분 손바닥인데 어딜 가겄어요 ~ " 너스레를 떨었다.
청사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앞부터 환영 인파가 꽉 찼다
꼬불꼬불 논두렁길 같은 좁은 통로만 남겨놓고 양편으로 쓰나미처럼 인파가 넘실댄다.
피켓 든 사람들도 간간히 보였지만 대부분이 가족과 친구를 마중나온 사람들이었다, 사람사이에 정이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이런 귀국장은 첨이다
그 인파 끝에서 상훈이 (하나아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택시를 별로 안 타는지 간간히 빠지는 자리를 운전수가 직접 내려 차를 밀어 댔다
글로벌한 시대에 차종도 첨 보는 것들이었다.
이제 삼만엥 일행들만 나오면 된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두리번 거리기를 수십분.
세관에서 잘못 됐나 ?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도 불평없이 기다려주는 그 의리가 보기 좋아서 나도 군말없이 계속 기다렸다
캄보디아도 열대몬순기후로 4계절이 있다,
Cool dry 12월~2월
Hot dry 3월~5월
Hot rain 6월~8월
Cool rain 9월~11월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역시 Cool dry 인데 우리는 한참 더울때 왔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질질 흐른다
12시가 훨씬 넘어버리자 그제서야 전화 통화를 시도해 보는데...정작 승주도 상훈이도 삼만엥의 정확한 이름을 모르고 있다능...
드디어 폰에서 삼만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도 ' 우리를 못 찾아 차타고 지금 집으로 가고 있다' 고 한다. 우리 눈 6개를 무시한 새빨간 거짓말이다
허탈하고 괘씸해서 ' 내일 만나면 밥 사라고 하자, 오늘 주차비 내라고 하자 ' 엄포만 남발하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꽉 찼던 너른 주차장이 횅해서 우리 차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는건 좋았다.
도로가 텅 비어 차에 속도가 붙었다.
붉은 가로등 아래로 오토바이가 가끔 지나갈 뿐, 지금이 12시 30분인데 느낌은 3~4시다.
변두리인거 같아 물어 보았다
" 공항이 시내랑 많이 떨어져 있나 봐 ? "
" ... 이게 시낸데요... "
자정을 넘었으니 호텔에서 예약 취소 할까봐 일단 숙소로 향했다,. 인적 없는 골목길엔 가로등만 환하고
호텔앞 식당엔 아직도 불이 환했다.
장급 모텔만한 SALITA 호텔
우리는 차에서 잠깐 기다리고 상훈이만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무서운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서 큰 길로 나왔다.
위장은 전혀 원하지 않는데 야식 먹으러 가자고 하니 슬슬 기대가 된다.
이 밤중에 네온사인을 켜 놓은 유일한 곳.
환한 실내엔 우리 말고도 두어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밤 3시까지는 영업한다고...
일단 앙코르 맥주부터 한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짭짤하게 시즈닝된 땅콩을 안주로 집어 먹었다.
상훈이가 단골이라 메뉴를 척척 잘 시킨다.
술잔이 비자 여종업원이 냉큼 달려와 잔을 채워준다. 그 맛에 고량주까지 깠다
술이 들어가니 담배가 땡긴다. 묵직한 재털이를 식탁에 턱 하니 올려 놓고 맛있게 담배를 빨았다.
백수에서 몇 시간만에 황태자가 된 기분이다
한국에선 이렇게 기분좋게 취해 보는게 1년에 두세번 정도로 드문데 ... 낯선 타국에서 이 밤에 오히려 더 긴장이 풀린다.
식당내 흡연,
부담없는 음식값,
기분 좋은 써비스
음주운전.... 내가 원했던게 바로 이거였어. 딸꾹 !
2시 넘어 호텔에 도착했다
차 트렁크에서 짐을 꺼네 로비 바닥에 쫘르르 펼쳤다.
어린이날 선물보따리 받는 것처럼 상훈이 입이 해벌레 벌어졌다.
객실이 깔끔하다.
상훈이가 집에 안가고 방까지 따라 올라왔다,
냉장고에 맥주가 미적지근해 룸서비스로 차갑게 시야시된 맥주를 시켜 병나발을 분다
승주랑 난 12회라고 손가락 두개, 상훈이는 13회니까 손가락 세개를 뻗으며 재캄보 총동문 단합대회를 가졌다
오늘, 내일을 구분하기 위해 새벽 4시가 되서야
상훈이를 내 쫓고 면도하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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