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Betanzos 에서 만난 순례자

2013. 8. 7. 07:30Spain 2013

 

 

 

 

<인용사진>

 

 

 

창밖이 어슴푸레해질때 깨서 스맛폰질하다가 밖이 환해지자 토박잠에 똑 떨어졌다  7: 40

 

스페인은 해만 있고 비(雨) 라는건 없다고 한국가서 우길 뻔했는데

첨으로 비다운 비를 봤다. 

낮고 두꺼운 구름과 빈틈없이 젖어버린 시가지가 스페인답지 않게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역시 안 어울려. 그냥 하던대로 계속 화창해라 스페인아 !

스페인에도 비 있다.

 

 

뭉기적거리는 경재때문에 짜증나 먼저 로비로 내려왔더니 금방 따라 내려왔다

 

잠시후 현주도 이쁘게 하고 아침 먹으러 내려왔는데,

이 눔이 엄마에게 아침 인사도 안하고 스맛폰질만 하고 있다

 

현주랑 프런트쪽 소파에 앉아 나머지 애들 내려오기 기다리고 있자니 밖에 비가 더 맹렬해졌다

 

 

남자 투숙객 두어명이 비내리는 밖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잠시후 배낭을 방수포로 싸고 체크아웃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한숨의 EU를 알았다

순례자들이었다

저렴한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 (albergue)에 묵지 않고 일반 비싼 호텔에 묵는 순례객들도 있구나. 깨끗한 곳에서 푹 쉬면 컨디션이 더 좋겠지. 어제 산티아고에서 여기까지도 거리가 꽤 되던데 저 사람들 고생좀 하겠구나. 비오는 날이 그들에게 또 다른 복병이었군...

 

프런트에서 우산을 빌리려고 기다리는데 순례자들과 호텔직원사이에 근심걱정이 깊어서 포기했다.

수십 km 를 비 맞고 가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그 몇 m 비 안 맞으려는게 갑자기 낯 간지러워졌다. 

뒷 복도에서 은재 짱이가 폰질을 하다 딱 걸렸다

경재에게 짜증난 상태에서 큰 소리를 냈더니 은재가 삐져 버렸다

 

 

밖으로 나와 식당으로 뛰어가다가

 

달팽이를 발견했다.

국민학생때 학교가는길에 나팔꽃 울타리를 지나갈때면 아침 참이슬(眞露) 에 취한 달팽이들이 참 많았다.

걔네들은 짝아서 귀여웠는데 이건 뭐 소라만해서 초꼬추장이 연이어 떠올랐다,

 

비 맞으며 경재랑 쪼그리고 앉아 신기하게 보고 있으니까 현주가 이해 못하겠다는 듯 非웃었다

 

경재가 그걸 집어 식당 입구 야외 테이블위에 올려놨다. 나올때 또 보고 싶다고.

 

 

집사 스타일의 할아버지가 주문, 요리, 써빙, 정리까지 혼자 다 담당하고 있었다.

뭐 메뉴야 정해져 있는 거지만 주문을 받아 에스프레소 커피와 거품낸 뜨거운 우유, 치즈와 식빵을 구워왔다

 

한 켠엔 간단한 아침거리가 차려져 있다

 

비 오는 거리는 차분하고 레스토랑엔 우리가족만 있다

 

큰 애들은 다이어트 한다고 대충 먹고 호텔로 돌아갔는데, 경재가 놓고온 폰을 가지러 다시 들어오며 테이블에 달팽이가 없어졌다고 했다.

남은 식빵과 치즈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냅킨으로 싸서 나왔다,

 

지가 그 시간에 가봤자 뻔하지 !

역시 테이블 아래에 달팽이가 숨어 있었다.

 

현주가 불쌍하다고 떼어서 풀밭에 놔주고

 

남편은 비를 맞아 대머리가 되건, 달팽이에게 끌려가건 자기만 살겠다고 넵다 뛰어갔다

 

짐 가지고 나올땐 다행히 비가 그쳐줬다

 

 

차창에 찌들은 때들이 비에 불어 깨끗해지니 기분도 상쾌해진다.

체크아웃하고 출발.

 

 

 

 

나중에 귀국해서 여행기를 쓰며 이 마을 자료를 찾아보다 후회막급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화같은, 영화셋트장 같은 마을이었다니 !     베탄수스 (Betanzos) !

마을 위쪽 빨간 삼각형이 우리가 묵은 호텔 

<인용사진 -클릭하면 확대됨>

 

 

 

빗길이 심심해서 현주 스맛폰에 음악을 틀어놓고 운전했다,

 

 

 

 

순례자 발견

 

자전거 순례자 발견

산티아고 순례길은 도보와 자전거까지 인정된다.

 

 

 

보통 산티아고 순례길은 안전한 마을길과 산길, 오솔길로 이어진다.

차들이 과속을 일삼는 이런 위험한 도로로는 잘 안다니는데...

 

 

' 산티아고 순례길 ' 검색하던중 재밌는 만화를 발견.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니 "  Do not tell me, I caught only the essencials " 라는 뜻

<인용사진>

 

 

 

 

 

중간에 비도 그치고 하늘이 밝아졌다

 

순례자들은 높은 고개도 산맥도 우직하게 자기 힘으로만 넘는다.

 

 

 

 

 

 

순례길 완주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이렇게 피곤해하진 않겠다 !

비도 오고 추우니까 하나씩 끌어다 덮고 곯아 떨어졌다.

 

 

 

아찔한 도로들

 

 

 

 

 

또 순례자들

 

얘네들 도로는 위에서 보나 아래에서 보나 아찔하다.

 

 

이번엔 순례팀

 

지금 우리가 차로 달리는 길은 북쪽 해안도로라서 대중적인 순례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순례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고 대단했다, 옛날에 순례자들은 오로지 종교적인 이유로 이 고행의 길을 걸었지만 지금 사람들은 그것 말고도 실연과 가족의 사망, 남들 따라서, 체력증진과 소설배경답사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현대인들이 그런 이유로 돈을 써가며 고생을 사서 할줄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시대의 변화를 미리 예측해 돈이 모이는 병목구간을 미리 선점해야겠다.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최고니까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일을 고만두고 가족 다 데리고 여행이나 떠나야겠지.

아래 지도에 굵은 선이 가장 보편적인 길.

<인용사진 -클릭하면 확대됨>

 

 

 

드디어 바다다.

이로서 이베리아 반도의 동서남북 바다를 다 봤다.

   동해-카스텔데펠스, 남해-네르하, 서해-로카곶 ...

 

몇시간째 운전만 하고 있으니 몸이 뻐근해서 이름모를 주유소겸 휴게소에 들렸다.

모두 화장실 갔다 와 차 안에서 남은 피자랑 샌드위치로 대충 떼우고 또 출발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달린 거리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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